• 육방부의 귀환?
    군 인사, 균형감 결여와 위기대응 의문
    [국방칼럼] 국방개혁 필요....천안함의 교훈 되새길 때
        2023년 11월 16일 02: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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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은 권력이 선호하는 요소를 두루 겸비한 집단이다. 군인은 충성심이 강하고, 집단주의를 우선하며, 저돌적이고, 강한 추진력을 지녔다. 통치자는 이 같은 매력에 현혹되어 군 조직에 탐닉하고 싶어한다. 우리는 해병대 병사 순직 사건을 계기로 단행된 국가안보실 간부 일부 교체와 국방부 장관 경질, 대장급 장성 전원 조기 교체, 그리고 후속 장성 인사에서 그 같은 권력의 욕망을 읽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30일 대장 보직 신고를 받았다- 대장 전원 교체는 모두의 의표를 찔렀다. 

    2015년 10월 황인무 차관 취임 이후 8년 만에 김선호 예비역 육군 중장이 국방부 차관에 임명되었다. 군 출신 차관의 재등장은 국방부 문민화의 퇴조이자 이른바 육방부 부활이다. 특정군 출신이 장악한 국방부는 한 쪽으로 기운 국방을 도모하게 마련이다. 

    문민통제는 육사 출신 장·차관이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군 장성들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명을 받들되 헌법과 국군조직법, 군인복무기본법 그리고 군인사법 등에 입각해 군을 지휘하고 감독해야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방부 차관직만큼은 문민 기조를 유지했어야 했다.

    윤석열 행정부는 신원식 신임 국방부 장관이 취임한 직후인 10월 29일 대장 인사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중장으로 진급한 집권 제1기 대장 전원을 경질한 후 제2기 군 최고지휘부를 새롭게 구성했다. 이번에 발탁된 7명의 대장 중에서 6명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중장에 진급하여 단기간에 대장으로 진급했다. 문재인 정부의 2, 3기 합참의장인 박한기, 원인철과 2기 육군참모총장 서욱이 모두 박근혜 정부에서 중장에 진급한 장성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대장 인사는 전임 정부보다 더 급진적이고, 내용면에서도 완연히 다르다.

    해군 출신 김명수 대장이 군서열 1위인 합참의장 후보자로 전격 발탁된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군에서 중심축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합참의장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가위기관리실에 근무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동기 중에서 가장 먼저 준장에 진급했으나, 문재인 정부에서는 중장 진급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육군은 김명수 대장에 필적할 만한 대안이 없었다. 

    한국군 역사에서 김 합참의장 후보자처럼 중장에서 바로 대장에 진급하여 합참의장에 보임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최근의 사례라고 해봐야 53년 전인 1970년 8월 심흥선 중장이 대장 진급과 함께 합참의장에 임명된 경우이다. 심흥선 대장은 중장 재직 기간만 43개월에 달할 만큼 경험은 풍부했으나, 그 당시 합참의장직은 대간첩작전만 지휘할 뿐인 상징적인 존재였다. 서종철 육군참모총장이 심흥선 합참의장보다 임관 선임인데다가, 1968년 11월에 이미 대장에 진급한 실질적인 군서열 1위였다. 심흥선 대장을 김명수 대장의 전례로 보기에는 시대의 간극이 크다.

    현 정부가 9.11남북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시키려는 마당에 합참의장에 중장 재직 17개월에 불과한 김명수 대장을 지명함으로써 위험 부담을 떠안았다. 윤 대통령이 집권 제1기 대장들 중에서 합참의장을 발탁하여 한반도 위기 관리에 안정감을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인 통치행위였다. 

    *2015년 10월 전역 통지를 받은 합참 중장은 2023년 10월 국방부장관에 취임했고, 2015년 10월 준장 진급이 확정된 합참 대령은 2023년 10월 군서열 1위가 되었다. 이들이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관계를 창출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중장들을 대장 인사에서 배제하다 보니 군의 비주류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의 병과는 함정(잠수함), 그리고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조종(F-15K)으로, 사관학교 임관에 병과가 각각 함정과 조종인 해·공군의 주축 출신이지만, 순도 100% 색채는 아니다. 해군은 함정 병과에서도 수상함 출신만이 참모총장직을 독점해왔고, 공군은 최근 F-5(38대 총장) → KF-16(39대 총장) → KF-16(40대 총장)가 주기종인 조종병과 출신이 참모총장직을 수행해왔다. 신임 참모총장의 취임이 해·공군의 폐쇄적인 인력풀을 보다 다양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대장 인사에서 문재인 정부 출신을 모두 배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강신철 신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은 문재인 정부의 색깔이 어느 육군 중장보다 뚜렷한데도 대장으로 진급했다. 강 대장이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사보좌관실에서 근무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직을 수행한 점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군단장 보직을 경험하지 않고도, 육군 대장으로 진급한 매우 희귀한 사례의 주인공이 되었다. 

    한국군 역사에서 중장이 군단장직 수행 없이 대장에 진급한 시기는 정상적인 국가 상황이 아닌 때였다. 군단장 경력이 없이 대장에 진급한 대부분의 사례는 전두환, 노태우, 박준병, 조남풍 등 하나회와 신군부 지지 장성들이다. 한미연합사부사령관직의 경우 백석주 중장이 1979년 12.12 군사쿠데타 직후 취임하여 1980년 3월 대장으로 진급한 전례가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1993년 7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하나회 척결의 일환으로 조남풍 대장을 경질하고 중장 재직 7개월차이던 이준을 대장으로 진급시켜 1군사령관에 보임한 경우이다. 

    강 부사령관 사례는 원칙을 무너뜨린 것인가? 아니면 관행을 해체한 것인가? 혹은 군권 강화의 불가피한 산물인가?

    전통적으로 군조직의 근간은 참모형 군인이 아니라 지휘관형 군인이다. 반면에 현실의 임명권자들은 전투병과라고 해도 더 이상 하급 제대 지휘관 경력의 유무를 진급의 중요한 척도로 여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군에는 작전부대를 지휘·감독할 야전형 군인뿐만 아니라, 국방 정책과 안보전략 수립에 고급 지식을 제공하고, 대응 논리를 개발하며, 군사외교를 펼칠 작전·정책형 군인들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사단장직을 거치지 않은 군단장, 군단장직을 거치지 않은 대장의 연이은 탄생은 한국군이 전쟁이 없는 관료형 군대라는 증거가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장과 같은 교육·훈련 보직은 원래 요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번 인사에서는 훈련단장을 역임한 소장이 2명이나 중장으로 진급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훈련단 산하의 전문대항군연대에서 연대장 보직을 마친 대령은 준장 진급이 유력하다. 이번에도 1차진급자가 배출됐다.

    결국 전쟁이 없는 군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실전 상황을 간접 체험하며 능력을 고양하는 수밖에 없다. 육군이 과학화훈련단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교육·훈련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그 같은 이유가 있다. 군이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목을 매는 것도 전쟁이 없는 군대가 훈련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존재 기반을 상실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임명권자는 대장이 군의 최상위 계급이라는 의미를 되새기며 숙고해야만 한다.

    신임 육군참모총장과 지상작전사령관의 공통점은 윤 정부에서 거행된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직을 수행했다는 사실이다. 행사기획단장직도 본래 중요한 보직이 아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11월 6일 열린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2024년도 국군의 날 행사 예산의 108억 2천6백만 원 증액이 대통령의 지시 사항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국군의 날 행사는 윤석열 정부의 상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군은 대통령의 의지와 관계없이 행사에 매진한다. 이 또한 행사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평상시 관료형 군대의 특징이다.

    11월 6일 발표된 중장급 장성을 비롯한 후속 군 인사는 시대를 거스른다. 경질되어야 할 해병대사령관은 임기를 보장받았다. 해병대 병사 순직사건은 윤 정부 군권 강화의 스모킹 건이다. 국방개혁 2.0의 성과인 균형인사 기조는 과거로 퇴보했다. 사관학교 출신 위주의 인사 관행이 완연히 부활했다. 박정훈 대령이 해군사관학교 출신이 아니어서 ‘불이익을 받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육군 중장 계급의 경우 육사 대 비육사 인원(명)은 박근혜 정부의 19 대 4가 문재인 정부에 와서는 13 대 8로 완화되었다가 윤석열 정부에 와서는 16 대 3으로 한 쪽으로 심하게 기울었다. 소장급 여성 장성은 이제 맥이 끊겼다.

    *장군이 아니라 장성이 올바른 용어 사용이다. 국방부의 뿌리 깊은 육군 중심성이다.(국방부 2024년 세입세출예산 사업별 설명서).

    황유성 국군방첩사령관이 합동참모차장으로 전보됐다. 대통령은 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 발탁의 리스크를 감안하여 합동작전 경험이 풍부한 중장을 합참차장에 발탁했어야 했다. 합참의 부실한 위기 관리 능력은 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적이 있다. 육군 중장 인력풀에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부에서 다년간 근무하고 후선 보직에 있는 중장이 있었다. 황유성 중장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에서 전력기획과장, 전력계획차장, 기획관리참모부장을 역임한 전력 전문가이지 합동작전 전문가는 아니다. 

    방첩사령관 이임에 이어 공군 출신 참모장도 육사 출신으로 교체가 되었다. 방첩사령부의 정치적 편향을 해소하기 위해 사령관과 참모장을 서로 다른 임관경로 출신으로 선택했던 문재인 정부의 인사 방침이 폐기됐다. 예비역 중장 출신의 대통령 경호실장과 신임 방첩사령관이 모두 대통령과 고교 동문이라는 사실과 국가정보원장 국방보좌관직이 부활해 육사 출신 준장이 이미 국가정보원에 파견돼 있는 상황은 방첩사령관 조기 교체 사유의 정황상 근거가 된다. 내년 상반기에 중요한 국가일정이 있다는 것은 다들 알 것이다.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보좌관이 중장으로 진급하여 국방대학교 총장에 보임되었다. 이 인사 명령에는 한국군이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가 담겨 있다. 

    첫째, 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드는 행태이다. 국방대 총장직은 국방개혁2.0의 장성 정원 축소 방침에 따라 소장으로 계급이 하향된 직위인데, 이번 정부는 전체 중장 정원을 유지하면서도 해당 직위의 계급은 상향 조정했다. 국방대 총장직은 문민화를 단행해야 할 직위이지 중장 신분의 현역 장성이 직무를 수행해야 할 만큼 고도의 역할이 요구되는 직위는 아니다. 

    둘째, 2회 연속 임기제 진급을 둘러싼 적정성 시비이다. 임 중장 발령은 군인사법에 적시된 합당한 절차를 거쳤지만, 그가 혜택을 입은 제도는 전문 병과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특수 보직의 임기를 제한하기 위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임 중장의 진급 절차인 2회 연속 임기제 진급은 인사 명령이 발표될 때마다 편법과 과도한 혜택으로 보는 시각이 늘 있어왔다. 

    현 정부도 야당 시절에는 문재인 정부의 3회 연속 임기제 진급 사례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장성 정원이 축소된 상황에서 2회 연속 임기제 진급은 그만큼 수혜자에 대한 특혜로 인식될 소지가 더욱 커졌다. 더 이상의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급 대상자의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거나, 2회 연속 임기제 진급 자체를 불허하는 방향으로 군인사법 제24조의2를 개정해야 한다.

    셋째, 대장 진급자의 임관 동기를 진급에서 배제하던 군 인사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예컨대 작년 6월 안병석 전 한미연합사령관의 임관 동기가 중장으로 진급한 데 이어 11월에도 역시 임관 동기인 권영호 육군사관학교장이 중장으로 진급했다. 이번에도 손식 지상작전사령관의 임관 동기인 임기훈 국방대 총장 등 2명의 중장 진출이 있었다. 특히 손식 대장의 진급이 군 지휘부를 세대 교체하겠다는 신호로 여겨지던 상황에서 동기가 한꺼번에 2명이나 중장 진급을 하게 된 것은 놀라운 대반전이었다. 

    우수 인재에 대해서는 관행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명이라고 분석할 수 있겠으나, 그 수혜자중 두 명이 현 정부의 국가안보실 근무 경험을 가진 권 중장과 임 중장이라는 사실에서 관행 타파의 의미는 퇴색된다. 대통령실 근무를 무사히 마친 장성들은 정권을 막론하고 원활하게 진급해왔다. 윤석열 정부 역시 보상과 내 사람 챙겨주기 차원에서 인사 관행을 무너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장성은 진급 이전부터 지금까지 사회적인 논란에 서있기도 했다. 정치적인 주목을 받아온 장성의 진급은 ‘국방 혁신 4.0’을 옹색하게 만든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6일 중장 진급 및 보직 신고를 받았다- 윤 대통령이 중장급 장성 인사 명령에서도 다시 한번 모두를 당황케 만들었다. 해석을 위해서는 무한한 상상력이 요구됐다.

    최고위급 장성들의 진급에 발 맞춰 임관 선임 및 동기 장성들이 순차적으로 전역하는 것은 군의 오랜 인사 관행이다. 이것은 대장의 지휘권을 보장해 주기 위한 군 나름의 해결 방식이다. 따라서 대장급 장성 인사는 세대 교체와 진급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군조직도 장성급 장교의 계급정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만큼 인사 적체는 가장 주요한 의제이다. 국방부가 이 전통을 타파하고 싶다면 군조직이 공감할 수 있는 인사 발령을 시행하거나 상급 제대의 지휘권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로 한정해야 한다. 그러나 진급 적기에 있는 장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행의 지속이 현명하다고 판단된다.

    대통령실 근무 장성의 승승장구는 문재인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국방비서관들은 재직 중 중장으로 진급했고, 위기관리센터장들은 중장으로 진급하여 군으로 복귀했다. 국방 문민화를 정부의 주요 과제로 추진하면서도 정작 국가안보실의 문민화는 외면한 채 계급을 상향 조정한 문재인 정부의 비일관성이 윤석열 정부의 방패가 된다. 

    국방비서관직에 중장을 임명하게 되면 차관 대우로 규정한 ‘군인에 대한 의전예우기준 지침'(국무총리 훈령 제157호)과 충돌한다. 윤석열 정부는 소장을 준차관 대우로 규정한 지침에 맞게 국방비서관의 계급을 소장으로 하향했다. 불완전한 문민화의 결과와 서로 다른 유권해석으로 국방비서관의 계급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뒤바뀐다. 

    각 군에서 능력이 입증된 군인만이 대통령실 근무를 하게 된다. 엘리트 장성들이 이런저런 구설에 휘말리는 것은 현역 장성의 대통령실 근무가 그만큼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국방의 문민화가 필요하다. 국방비서관직과 국가위기관리센터장직은 이제 문민화를 해야만 한다. 

    문재인 정부는 군 장성을 436명에서 360명으로 축소하여 현 정부에 인계하였으나, 윤석열 정부는 370명으로 정원을 확대하여 군의 환심을 사려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국방부의 행태를 방관한 책임이 있다. 

    최근의 군 인사를 통해 선심 쓰듯 늘어난 장성 정원이 적재적소에 활용되고 있지 않은 현실이 확인된다. 예비 전력의 향상을 목적으로 창설된 동원전력사령부는 취지와 무색하게 동원 직능 장성의 보임이 어느 순간 끊기고 말았다. 조직 확대의 논리로 사령부 창설의 불가피성을 활용했을 뿐이다. 한국군이 가진 평시 군대의 속성은 국방개혁의 지속으로 끊임없는 자극이 필요함을 일깨워준다. 

    이번 윤석열 정부의 제2기 군 지휘부 인사는 군 장악을 의식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못했다. 천안함의 교훈을 되새길 때이다.

    *<국방칼럼> 연재 링크

    필자소개
    국방안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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