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스토리의 유혹』 외
        2023년 11월 11일 01: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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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의 유혹> – 내러티브의 사용과 남용

    피터 브룩스 (지은이),백준걸 (옮긴이) / 앨피

    서사학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플롯 찾아 읽기Reading for the Plot》의 후속편이라 할 만한 책. 스토리텔링의 힘과 중요성, 그 반대급부로서의 위험성을 문학부터 법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례를 들어 통찰한다.

    저자는 말한다. “인간은 서사를 통해 현실을 이해하고, 서사를 도구 삼아 의미를 생산한다.” 이야기가 인간 삶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야기와 현실 사이에 놓인 경계가 무너졌을 때이다. 특히 마지막 장 ‘법의 이야기, 법 속의 이야기’는 가장 독창적인 대목으로, 사실과 논증만 허락할 것 같은 법률과 재판이 사실은 어느 분야 못지않게 서사와 이야기에 의존하고 있음을 갈파한다. 가장 이성적일 것으로 믿어지는 세상의 모든 ‘사실들’이 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임을 새삼스레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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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마약시대> – 과학으로 읽는 펜타닐의 탄생과 마약의 미래

    백승만 (지은이) / 히포크라테스

    대마약시대가 왔다. 연예인 및 유명인의 마약 복용 사건이 수개월마다 매스컴에 올라온다.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 중독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다크웹과 SNS를 이용한 마약 거래가 늘어나면서 마약 사용자의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2023년 대검찰청에서 발간한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마약류 사범은 역대 최다인 1만 8,395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라는 자부심은 이제 먼 이야기가 됐다.

    하지만 아직 진정한 위협은 당도하지 않았다. 2022년 국내 한 방송사는 마약 중독자들로 가득 찬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의 충격적인 모습을 방영한다. 팔다리가 경직된 채로 좀비처럼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먀약성 진통제 ‘펜타닐’에 중독된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미국은 현재 펜타닐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HS)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에만 7만 601명이 합성 마약 남용으로 사망했다. 합성 마약의 대표적인 물질이 펜타닐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한 미군의 수는 5만 3,000명으로 미국은 현재 1차 세계대전보다 더 힘든 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펜타닐이 비단 미국의 일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펜타닐의 처방과 오남용이 늘어나면 우리나라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지 모른다.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분자 조각가들』을 쓴 바 있는 백승만 경상국립대 약학대 교수가 이번에는 ‘펜타닐’을 파헤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거대 제약회사의 탐욕과 제도적 허점 등 현재 미국에서 펜타닐 사태가 발생한 맥락을 상세히 풀어냈다. 또한 펜타닐을 발명한 폴 얀센의 이야기에서부터 이 약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던 모르핀 등 아편유사제의 역사까지 함께 되짚고 있다. 기적의 진통제를 개발하려 했던 학자들, 마약을 상품으로 판매하려 했던 인물들, 마약과 싸우고 저항하려 했던 사람들이 뒤얽힌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펜타닐의 진실뿐만 아니라 마약과 대결해온 인류의 기나긴 싸움의 과정 또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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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자를 찾는 사람들> – 있지만 없는 이웃 미등록이주노동자

    이영 (지은이) / 틈새의시간

    지금도 많은 미등록이주노동자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20년 전과 거의 같은 종류의 현실적 문제는 물론 고용허가제와 병행 고용이라는 취약한 법에 시달리는가 하면, 이들의 삶을 가장 압박하는 “단속” 문제도 여전하다. 이에 저자는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상황은 왜 달라지지도 않고, 개선되지도 않는 것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의 일상과 그들이 직면하는 여러 문제를 과감히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과연 그들의 삶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을까?’ 하면서.

    저자는 우선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부재와 편견, 그리고 이들이 겪는 인권 문제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이주노동자들이 단순한 ‘노동력’이 아니라 인권을 가진 개인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고는 현장에서 함께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분야의 어떤 정책이 잘못되었는지, 이주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모는 법령은 무엇인지, 그들을 우리 사회의 저변을 책임져주는 정당한 인력으로 받아들이며 공존을 모색할 방법은 무엇인지, 나아가 배려와 연대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은 무엇인지 살핀다.

    이 작업을 위해 저자는 함께했던 이주노동자들의 실제 목소리를 듣고자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 내용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그들의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이주노동자의 실상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또한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의 진솔한 인터뷰를 읽다 보면 그들을 타자화해온 우리의 시선이, 우리의 무의식이 얼마나 하찮은 것이었는지도 깨닫게 될 것이다(인터뷰 내용은 QR코드를 통해 육성으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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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인간 선언> – 기후위기를 넘는 ‘새로운 우리’의 발명

    김한민 (지은이) / 한겨레출판

    환경운동가이자 저서 《아무튼, 비건》으로 한국 독서시장에 비거니즘 물결을 일으킨 작가 김한민이 생태·기후위기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 첫 칼럼집 《탈인간 선언》을 선보인다. “세계의 절망을 목격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냉소와 포기만이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느껴질 지경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시인 김선오는 이렇게 말한다. 저자는 이 절멸의 시대를 어떻게 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안고, 약 3년간 〈한겨레〉에 연재했던 칼럼 ‘탈인간’을 바탕으로 못다한 이야기를 새로 덧붙이면서 이 책을 엮었다.

    생태·기후위기를 초래한 인간중심주의적 가치와 관습으로부터 과감히 탈피해, 절멸 대신 공생으로 나아갈 것을 호소한다. 1부 ‘기후위기, 인류세의 끝에서’에서는 생태·기후위기의 실상을 진단하고, 2부 ‘탈인간중심주의’에서 생태적 파국을 불러온 인간적 가치와 관습들을 비판한다. 마지막 3부 ‘환상, 그 너머로’에서 탈인간중심주의와 교차주의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포기와 낙담 대신 책임과 변화를 택하는 힘을 독자에게 전해준다.

    그간 기후와 관련된 이야기는 대부분 인간 편리의 관점 혹은 윤리적 차원에서 말해졌다. 이 책은 저자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과 첨예한 문장으로, ‘인간’의 영역을 기꺼이 허물고 종을 초월한 연결에 대해 말한다는 점에서 생태·기후위기에 대한 관점을 확장시키고 기존의 담론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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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 – 시간 빈곤 시대, 빼앗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테레사 뷔커 (지은이),김현정 (옮긴이) / 원더박스

    도대체 왜 시간은 매번 부족하고 우리는 늘 쫓기는가? 오늘날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 테레사 뷔커가 현대인의 시간 부족감의 원인을 파헤친다.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즉 인간의 모든 활동은 ‘시간을 들이는’ 일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우리의 시간은 항상 다른 사람의 시간과 연결되어 있는 상호적인 것”이라는, 우리가 종종 잊지만 매우 중요한 시간의 특성에 주목하여 논지를 전개한다.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우리의 시간이 타인의 시간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시간 불평등이 어떻게 시간 부족감, 나아가 만성적인 시간 압박을 초래하는지, 양극화, 과로, 저출생, 기후 위기, 반민주주의 등 현대 사회의 산적한 문제가 어떻게 ‘시간 문제’로 수렴되는지를 노동, 돌봄, 자유, 미래, 정치 등 다섯 영역으로 나누어 날카롭게 분석한 책이다. 시간을 둘러싼 논의의 판도를 뒤엎을 급진적 사유를 담은 이 책은, 시간에 관한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는 것은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완전히 다시 생각하도록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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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학과 그림의 문화사 1> – 민족의 정체성

    권정은 (지은이) / 소명출판

    부제 ‘민족의 정체성’처럼 우리 역사에서 ‘민족’이라는 주동 세력, 즉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우리의 선조들이 선사시대 이후 동아시아 문화권의 일원이 되어 조선왕조로 이어지는 중세의 질서를 확립하기까지 어떤 궤적을 그리며 발전했는가를 문학과 그림을 중심으로 살펴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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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다정한 공부> – 어른에게도 성교육이 필요하다

    김항심 (지은이) / 어떤책

    김항심 저자는 몇 년 전부터 “양육자를 위한 성교육”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어른을 위한 성교육 수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수업 요청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지금은 1년에 200회 정도 양육자를 위한 성교육 수업을 한다. 수업이 거듭되며 저자는 어른에게도 성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기본적인 성지식에도 “그동안 몰랐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고, 수업이 끝난 뒤에는 “파트너와 함께 듣고 싶다”고 재수강을 요청하는 학습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저자는 결혼 유무, 자녀 유무, 성별에 상관없이 어른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성교육 책이 되기를 바라며 《이토록 다정한 공부》를 썼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다정한 말 주고받기부터 좋은 섹스를 나누는 법, 성범죄 피해자가 되었을 때의 행동방침 등 삶의 기술로서의 성교육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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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관의 외침> – 민생과 경제, 권력과 검찰, 정치와 정당, 균형과 분권

    김두관 (지은이) / 매일경제신문사

    남해 이어리 이장을 시작으로 재선 남해군수, 참여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 경남도지사를 지냈다. 11번 공직 도전의 대부분을 정치적으로 보수색이 짙은 영남에서 끊임없이 도전하였으며, 이로 인해 당선보다 패배의 기록이 더 많은 선거 이력을 가졌지만, 그렇기 때문에 김두관이 외치는 이야기에는 더 많은 통찰과 노력이 담겨있으며, 국민을 향한 비전과 깊은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 책에는 문재인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발표한 정치와 정책에 관한 소견을 묶었다. 내용에 따라 총 4장으로 구분했다. 각각 민생과 경제, 권력과 검찰, 정치와 정당, 균형과 분권에 대한 내용을 시간의 흐름대로 담았다. 큰 정부와 국가의 공적 기능 강화, 권력기관의 견제와 균형, 사회경제적 개혁의 필요성, 정당의 민주적 개혁과 표의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 개편, 과감한 균형발전과 분권 체제 구축 등이 그것이다.

    수많은 고민과 비전을 외치면서 개인적 외침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 경선에 출마하고 당 원내대표 선거에도 나서면서 겪은 여러 통찰과 노력의 기록을 남기며, 이를 통해 나라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이정표를 세우려는 노력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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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곤강 전집 : 시/ 비평>

    윤곤강 (지은이),박주택 (엮은이) / 소명출판

    시인 윤곤강은 충남 서산 출신으로 자신의 독자적인 시 세계를 추구하고 근대문학을 견인했던 인물 중 한명이다. 시 전집은 시집의 발행순으로 정리하되 미발표 작품과 새롭게 발굴한 작품을 덧붙임으로써 시인의 작품 세계를 더욱 폭넓게 참조할 수 있게 구성하였다.

    비평 전집은 윤곤강의 비평들을 모아 그 의의와 입지를 조명했다. 원전을 그대로 싣고 독해를 위해 한글을 병기하여 연구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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