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 대한민국을 폭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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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4월 29일 11: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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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모욕감을 느낍니다. 피해자는 “내가 어찌 재벌 회장을 이기겠냐”는 생각에 신고할 꿈도 못 꿨다고 합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보다, 이번 사건을 퀭한 눈으로 대하고 있을 국민의 처지에 서글픔이 앞섭니다. 국민은 지금, ‘이게 나라냐’라고 묻고 있습니다.

    반칙과 특권없는 나라를 약속한 노무현 정권 4년, 이 나라는 재벌만을 위한 심각한 반칙과 특권의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 7일 국회 한미FTA특위 회의에서 정부 측에 한미FTA 협정문 영문원문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선희 기자)  
     

    재벌 회장 김승연이 폭행을 가하고, 흉기로 협박한 대상은 술집 종업원이 아닙니다. 김회장이 무릎 꿇리고, 조롱하고, 모욕한 대상, 피범벅을 만들어 산으로, 저잣거리로 끌고 다닌 대상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며 국민입니다.

    대한민국이 재벌 회장에게 폭행당했고, 조롱당했으며, 협박당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김 회장은 밤거리의 치안권, 범죄 수사권은 물론, 눈에는 눈이라는 사법권, 유인 감금이라는 교정권까지 행사했습니다.

    김승연 회장은 재벌 회장일 뿐만 아니라, 조직 폭력배의 수괴처럼 행동했고, 재벌 공화국의 최고 집행관이었습니다. 재벌은 순식간에 폭벌(暴閥)이 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재벌 공화국 대한민국의 참담한 현실과 공포로 가득 찬 미래를 한꺼번에 보여줍니다. 돈 권력과 밤 권력이 한 몸이 되었습니다. 유전유권·무전무권이라는 무너진 법 평등과 민주적 사회기강의 해체를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정상적 법치국가거나, 민주주의 국가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재벌은 이 나라의 법과 체제를 조롱했습니다. 이건 어쩌면 당연한 노릇입니다. 무슨 특사, 무슨 은전이라는 이름으로 재벌 회장들은 일반 국민이라면 예외없이 적용될 법의 테두리 밖에 있었습니다.

    재벌일족의 재벌법이 나라법보다 강했습니다. 편법과 불법을 동원한 비리와 부패, 경영 세습이 버젓이 자행되어도 이 나라는 제대로 처벌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다 처벌해도 언제 들어갔는지 모르게 다시 풀려났습니다. 재벌에게 탈법과 불법은 약간의 표정연기를 요하는 통과의례 정도조차 의미를 갖지 못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나라의 공권력입니다.

    보도만 봐도 폭력행위 중에서도 가장 죄질이 무거운 야간폭행, 집단폭행, 흉기를 동원한 폭행이 자행되었습니다. 아울러 납치와 감금 등 중형을 면치 못하는 범죄행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 현장에 출동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더 나아가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도 한달간이나 사실상 방치했습니다. 돈과 협박으로 사건을 은폐시킬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경찰이 만들어 준 셈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와중에 이번 폭행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김회장의 둘째 아들은 해외로 도피했습니다. 김승연 회장은 소환장을 받는 순간까지도 사건을 은폐하고 있습니다.

    김승연 회장과 한화재벌, 경찰은 사실상 사건 은폐에 공조해 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번 사건은 사건의 중대성과 사회적 파장, 경찰의 은폐의혹 등 모든 것을 감안할 때, 경찰이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경찰은 이미 자격을 상실했다고 봅니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수사돼야 한다고 봅니다. 일반 국민이라면 사소한 폭력도 엄정하게 처벌됩니다. 검찰이 나라법대로 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조사해 일벌백계해야, 나라가 나라다울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저는 충격적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범적이고 파렴치한 재벌 경영자의 그룹 경영권을 제도적으로 박탈하는 조처를 검토하겠습니다. 가능한 국내외 사례를 모아, 관련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추진하겠습니다.

    이미 우리 보험업법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의 임원 임용을 제한하는 비슷한 취지의 경영권 제한 조처를 두고 있습니다. 재벌일족에 의한 법 평등을 조롱하고, 공동체의 근본을 뒤흔드는 반사회적 범죄행위에 대해 응당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재벌 회장은 공인입니다. 단순한 공인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떵떵거리는 공인입니다. 이런 공인에 대해서는 그 만큼의 사회적 책임이 부과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없다면 이 사회는 이미 봉건귀족사회나 다름없습니다.

    이번 사건은 정권의 비호 속에 우리 사회에 재벌이라는 치외법권적 귀족사회가 형성되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정권은 매번 비리경제인 특별사면과 눈감아주기로 이러한 비리 재벌을 감싸고, 돌봐주기 급급했습니다. 노무현 정권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재벌의 동반자 정권이었습니다.

    유전유권, 무전무권의 나라에서 국민에게 세금내고 법 지키는 국민 노릇 잘하라는 것은 노예를 하라는 말과 다름이 없습니다.

    국민 노릇을 요구하기 전에 나라 노릇, 정권 노릇을 우선 제대로 해야 합니다.

    정권이 재벌을 만들고, 또 재벌이 정권을 만들어 권력이 되고 폭력이 되는 나라는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국민은 이런 체제를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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