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란드 총선과 좌파연합
    [외신 칼럼 요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총선 쟁점
        2023년 10월 27일 02: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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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중동에서의 하마스-이스라엘 분쟁으로 관심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적 파장이 크고 지속적이며 정치적 의미에서도 결정적이다. 이 전쟁과 관련하여 관심을 모았던 게 우크라이나의 가장 중요한 우방이지만 총선 과정에서 정치세력들의 입장 차이가 뚜렷해졌던 폴란드의 10.15 총선이었다. 관련하여 외신의 칼럼 하나를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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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15일에 치러진 폴란드 총선에서 전총리 도날드 투스크가 주도한 자유주의 성향 ‘시민연합'(Civic Platform. PO)과 중도 성향의 ‘제3의길'(Third Way), 진보좌파 성향의 ‘좌파연합'(The Left)이 8년 만에 집권 여당인 우파 포퓰리스트 ‘법과정의당'(PiS)의 시대를 끝내고 3당 연정을 통해 집권할 전망이다.

    (선거결과는 하원에서 제1당은 법과정의당으로 35.4%이지만 극우정당인 자유독립연합 7.2%와 합쳐서 과반 확보는 불가능하다. 야권은 시민연합 30.7%, 제3의길 14.4%, 좌파연합 8.6%(신좌파 5.55% 함께 좌파 2.10%, 그 외 독립적 좌파 0.95%)를 각각 득표해 합치면 53.7%의 안정 과반을 확보했다.)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러시아와 공유하는 국경 길이가 긴 폴란드에서 우크라니아 전쟁은 이번 총선의 핵심 쟁점으로 등장했고, 폴란드의 총선 결과 또한 우-러 전쟁을 바라보는 전 세계 좌파의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포퓰리스트 우파와 자유주의 중도로 크게 양분된 폴란드 정치에서 진보정당의 역할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올해 선거에서는 3개의 진보정당이 “좌파”라는 이름의 선거연합으로 뭉쳐 의미있는 세력으로 부상했다.(2019년에도 좌파연합으로 참여) 이 연합의 다양한 쟁점 사안들과 역사에 대한 설명하는 글을 폴란드 사회학자 크지슈토프 카츠코프스키가 미국 좌파 잡지 <자코뱅>에 실었다. 내용을 요약한다. (원문 링크)

    카츠코프스키는 80년대의 독립 노동조합 운동 ‘연대’부터 2015년 ‘함께 좌파’(Razem(Left Together))의 부상 사이에는 유의미한 좌파 운동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중도좌파”로 분류될 수 있는 정권들은 있었지만, 영국 노동당 토니 블레어 총리 스타일의 “신자유주의 헤게모니”를 옹호하는 정권들이라고 규정한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신자유주의 친화적 정당이었던 민주좌파연합(Democratic Left Alliance(SLD))은 한때 41%의 지지를 받는 집권정당이었으나 2015년에는 원내 진입에 실패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민주좌파연합의 후예였던 이들은 이후 폴란드 성소수자 활동가 로베르트 비에드론이 창당한 자유주의 지향의 ‘봄당’(Wiosna(Spring))과 함께 ‘신좌파’(Nowa Lewicia(The New Left))를 창당하며, 나아가서 2019년에 ‘함께 좌파’와 총선 공동대응을 위해 좌파연합(Lewicia)을 결성했다.

    다양한 진보정당들로 구성된 좌파연합인 만큼, 정당마다 강조하는 쟁점들이 다르다. 민주좌파연합은 1990~2000년대 초반 자신들의 여당 시절 업적들을 강조하며, 봄당은 사회경제적인 방면보다 도덕주의적인 측면에서 자유주의를 강조한다. 반면 함께좌파당은 사회경제적 쟁점들을 같이 다룬다는 점에서 좌파연합의 정책적인 질적 향상과 좌경화에 이바지했다고 카츠코프스키는 판단한다.

    이후 카츠코프스키는 우크라니아 전쟁과 관련된 선거 쟁점들과 좌파연합의 주장들을 비교 설명한다. 극우 자유독립연합은 폴란드-벨라루스의 국경 사태와 관련된 난민들에 대해 “이민자들의 폴란드 국경에 대한 공격”이라며 난민 문제를 악용하는 동시에 우크라니아 전쟁으로 인해 폴란드로 향하는 우크라니아 난민들에 대해 맹비난을 하며 집권 법과자유당도 중동에서 온 이주민들을 냉소적이고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카츠코프스키는 글에서 지정학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자유독립연합의 극우 세력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러시아와의 평화를 가장 크게 주장하며, 푸틴을 기독교 문명을 갱생할 지도자로 본다고 설명한다. 이에 반해 폴란드 좌파들은 모스코바의 정치인들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은 없으며, 푸틴의 침공을 격퇴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한 안보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함께좌파당의 대표적인 안보 정책은 여당이 영향을 끼치는 정보기관들의 탈정치화, 장교로의 승진 과정을 규율화, 예비역 장교들과의 협력, 폴란드군의 사회 서비스에 대한 투자, 폴란드 무기 산업의 투자, 공격 당할 시에 민간인 보호 메커니즘 도입 등이 있다고 한다.

    카츠코프스키는 여당의 패배와 좌파연합의 약진은 동유럽에서 좌파세력을 건설하는데 중요한 단계라고 주장하며 비록 빈약할지라도, 폴란드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만이 동유럽의 좌파에 대한 조직화와 새로운 좌파 정치를 위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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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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