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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연합정당' 논의 진행
    녹색, 정의 입당···총선 후 복귀 수순
        2023년 10월 25일 09: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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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과 녹색당이 내년 총선 선거연합정당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정의당은 24일 오후 광역시도당위원회 연석회의를 시작으로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정당 구상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25일 의원단회의를 거쳐 전국위원회와 당대회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선거연합정당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추진 중인 혁신재창당의 일환이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수습책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책임론이 제기된 후 열린 지난 14일 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혁신재창당을 끝까지 매듭짓겠다면서, 처음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정당 구상을 언급한 바 있다. 녹색당도 지난 22일 전국위원회에서 “특정 정당(정의당)과의 선거연합정당”을 하기로 결의했다.

    논의 중인 선거연합정당의 구체적인 형태는 정의당을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정의당이 녹색당과 합의하에 정의당의 당명을 개정하고 지도체제 및 운영을 공동으로 한다면 정의당을 ‘선거연합정당’으로 해석 규정할 수 있다는 게 녹색당의 뜻이다.

    여기에 녹색당의 총선(비례-지역) 출마자와 상근자들이 입당하는 방식이다. 두 당은 정의당을 본채로 한 선거연합정당에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를 내어 함께 선거운동을 하고,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는 제명 절차를 통해 녹색당으로 복귀한다. 쉽게 말하면, 녹색당 일부가 정의당으로 입당했다가 선거 후 탈당하는 것이다. 정의당 입장에선 외부 정치세력인 녹색당 후보를 비례대표에 전략공천하는 셈이다. 지역구 일부도 포함된다.

    앞서 정의당은 지속적으로 녹색당과의 합당을 추진했으나, 녹색당이 거부하면서 선거연합정당만 추진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한다.

    당장 닥칠 오해는 ‘위성정당’ 논란이다. 지난 총선에서 당원총투표를 통해 위성정당 참여 의사를 밝혔던 녹색당은 이 논란에 자유로울 수 있어도, 양당의 위성정당 설립을 최근까지도 비판해왔던 정의당은 입장이 다르다.

    정의당과 녹색당은 양당이 했던 비례위성정당과는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은 민주당 영향권 아래서 ‘민주당의 비례대표 의석’ 확보만을 위해 기능했으나, 선거연합정당의 경우 정의당과 녹색당이 선거 관련 모든 결정을 직접 내린다는 것이다. 비례대표뿐만 아니라 지역구에 출마한다는 점도 양당의 위성정당과는 차이가 있어, 위성정당보단 선거연합에 가깝다는 것이 두 당의 주장이다.

    두 당의 선거연합정당 구상은 한국의 소수정당 간 선거연합 자체가 어려운 한국의 선거제도 하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시도다. 하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낯선 유권자들은 비례의석 확보를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녹색당 관계자는 “과거 양당의 위성정당과는 다르다는 것을 끊임없이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당원들의 반대도 예상된다.

    당 지도부는 녹색당 후보에게 비례대표 당선 가능 순번을 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 3%대 초반 지지율에 머무는 정의당이 총선에서 얻을 수 있는 의석은 2~4석 정도다. 이 가운데 1석을 녹색당에 내어주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녹색당이 선거가 끝난 후 정의당을 떠나 자당을 복귀한다는 점이다. 녹색당의 지난 총선 득표율은 0.21%다. 1석이 아까운 정의당 입장에선 실리적인 면에서 얻을 게 전혀 없는 선거연합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정의당 관계자는 “정당통합이라도 하면 정당투표 시너지 효과라도 있을 텐데 통합도 아니지 않냐”며 “녹색당에서 1~2명 와서 지역구 몇 명 출마하고, 비례 순번 1, 2번 중 하나 챙겨서 가는 먹튀”라고 날을 세웠다.

    당 대 당 통합을 염두에 둔 선거연합정당이라면 기후녹색운동을 주도하는 이미지라고 만들어낼 수 있으나, 녹색당의 탈당을 전제한 선거연합정당으로 정의당이 어떤 정치적 효과를 얻을 수 있냐는 지적이다.

    정의당 내 의견그룹인 세번째권력도 이날 논평을 내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정의당 지도부는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정당 시나리오를 수습책으로 꺼냈다”며 “총선 이후 각자의 당으로 복귀하는 시나리오를 정의당의 혁신이라 부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세번째권력은 “혁신은커녕, 재창당과도 하등의 관련이 없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로 증명된 이정미 지도부의 실패한 자강론을 덮으려는 것”이라며 “면피용 프로젝트이며 자강론을 넘은 자멸론”이라고 질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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