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덕성 실추에 집행부 내홍까지
    By
        2007년 04월 25일 02:47 오후

    Print Friendly

    산별 전환 8년차(4기)를 맞은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준안)이 사무처 직원의 조합비 횡령과 전임 집행부의 회계 부정 의혹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횡령 규모와 회계 부정 의혹 자체도 충격이지만, 이 사건의 처리 과정을 둘러싸고 증폭된 내부 갈등과 내홍 역시 언론노조의 심각한 ‘위기’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 지난 13일 대전KBS에서 열렸던 전국언론노동조합 17차 중앙집행위원회 ⓒ언론노조  
     

    투명성과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수년간 3억 여원의 조합비가 새는 것을 몰랐고, 설사 관행이었다고 해도 근거서류 없이 자금을 써온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로써 조직 운영과 내부 감시 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그동안 쌓아온 언론노조의 신뢰성과 도덕성은 크게 실추됐다.

    정치자금 문제의 경우 사건의 추이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민주노동당 등 정치권으로 불똥이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자금 전달 및 ‘배달 사고’ 등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노조는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주요한 이슈와 현장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입장을 내고 투쟁을 선도해 온 언론노조가 이번 사건으로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과 존재 기반을 무너뜨린 점은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가장 우려를 사는 대목은 향후 대선 국면에서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최전선에서 사수해야 할 언론노조의 역할이 사실상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점이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언론노조의 사회적 영향력과 지도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냉혹한 반응들이 그래서 나온다.

    안으로도 4기 언론노조의 ‘이준안 리더십’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위원장이 중앙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식 절차를 생략한 채 독단으로 검찰 고발을 강행하면서 내부 불신과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한 언론계 인사는 "검찰 수사로 국면이 넘어간 상황에서 이준안 위원장은 조직을 수습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확립해나가야 할텐데 그렇게 하기엔 (전격적인 검찰 고발 등) 너무 자해 적인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지부 한 관계자도 "빨리 진상을 밝혀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자는 취지는 알겠으나 내부의 자정 능력을 불신하고,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것은 이준안 위원장의 최대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선 전임 집행부를 일부러 비토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특히 검찰고발까지 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전임 집행부에 최소한의 사실 확인과 소명 기회를 주지 않은 점이 이 같은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배경을 언론노조 신구 집행부의 갈등, KBS와 MBC 노조의 ‘힘 겨루기’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언론노조가 이번 최대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고 돌파하려면 흩어진 내부 동력을 모아내는 일이 급선무다.

    언론노조 한 관계자는 "국민적 불신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지, 내부 분열과 갈등을 어떻게 치유해 나갈 것인지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며 "어쩌다 언론노조가 이 지경으로 치달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