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
    국힘 "따끔한 질책 무겁게 받아들여"
    강서 보궐선거, 민주당 압승...진보 후보들 성적 참담
        2023년 10월 12일 09: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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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확인할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압승을 거뒀다. 이번 선거에 당력을 총동원했던 국민의힘의 가장 큰 패배 원인은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인 김태우 후보를 대법원 유죄 확정 직후 복권해 후보로 내세운 것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내에선 무리한 공천에 대한 책임론과 당 쇄신론 등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100% 완료된 결과, 진교훈 후보는 득표율 56.52%(13만7천66표)를 기록, 39.37%(9만5천492표)를 얻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17.15%p 차이로 따돌리며 압승했다.

    양당 사이에서 고군분투했던 권수정 정의당 후보는 1.83%(4천451표)를 얻었다. 서울에서 정의당 지지율이 3~4%대인 점을 감안하면 크게 고전한 셈이다.

    이 밖에 권혜인 진보당 후보는 1.38%(3천364표), 고영일 자유통일당 후보는 0.66%(1623표), 김유리 녹색당 후보는 0.21%(512표)를 받았다.

    이번 보선 투표율은 48.7%(전체 투표수 24만3천664표)였다.

    진 후보는 전날인 11일 밤 개표가 시작되면서 거의 더블포인트로 김 후보를 앞질렀고, 일찌감치 진 후보 선거사무실에 모인 당 지도부도 승리를 자신했다. 반면 김 후보 선거사무실에는 당 지도부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패배를 전망한 듯한 분위기였다.

    개표가 진행되는 내내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밤 11시를 넘어서부터 진 후보 승리가 사실상 확정됐다.

    진 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새로운 강서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저 진교훈을 선택해 주신 것을 먼저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선거는 상식의 승리, 원칙의 승리, 그리고 강서구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직 강서구민만을 바라보고 그간의 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1분 1초라도 아껴가며 강서의 구정을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개표율이 60%를 넘은 자정 직전 입장문을 내고 “저를 지지해 준 분들의 성원에 화답하지 못해 죄송하다. 진교훈 후보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부디 강서구의 발전을 위해 민생을 잘 챙겨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강서구가 민주당 강세지역이지만 여야 모두 총력전을 벌였다는 점에서 큰 격차로 패배한 국민의힘에는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 내에서 제기돼온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된 것이라, 그동안 당의 이런 우려를 차단해온 당 지도부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법원 판결 직후 김 후보를 사면 복권하면서 이번 보선이 윤석열 대통령의 ‘기획’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만큼, 당내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 등에 대한 불만도 나올 수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보선 결과에 따른 입장문을 내고 “강서구민 여러분의 엄중한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더 고개를 숙이고, 더 겸손한 자세로 국민 여러분께 먼저 다가가는 국민의힘이 되겠다”고 밝혔다.

    유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오직 민생만 바라보며 비정상의 정상화, 자유 민주주의 복원, 민생 경제의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앞으로 더욱 정진하겠다”며 “강서구민과 국민들께서 국민의힘에 보낸 따끔한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여 개혁 과제를 신속히 이행하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진 후보의 선거 유세에서 내세웠던 ‘정권 심판론’이 통했다는 분위기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밤 서면 브리핑에서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무능과 불통, 독선으로 얼룩진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질책이었다”며 “추락하는 민생과 경제에도 조금의 반성도 없이 폭주하는 윤석열 정부에 브레이크를 걸어주신 국민께 거듭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권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의 선거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오만과 독선, 불통의 국정운영을 버리고 국정기조 대전환,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 쇄신에 나서라”며 “야당을 탄압하고 언론을 통제하려는 시도도 이제 멈추어야 힌다”고 촉구했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당분간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난 이재명 대표는 이번 선거의 압승으로 당 장악력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며 “겸허히 민심을 받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예상보다도 낮은 득표율을 기록한 정의당도 “패배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당선 가능성을 떠나 오롯이 정의당을 선택해주신 4천451명의 강서주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좋은 결과를 드리지 못해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의 패배는 모두 정의당의 부족함으로 인한 것”이라며 “지난 1년간 정의당의 혁신 노력이 국민들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는 채찍질로 받아들인다. 뼈를 깎는 성찰과 근본적 변화가 없이 내년 총선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게 더욱 분명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패배의 책임은 선거를 이끈 당 대표에게 있다. 당을 다시 살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며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고 민의를 대변하는 길에 협력하고 경쟁하는 정치구조 변화에 더욱 혼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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