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학대 최근 5년간 55%
    증가···행정처분 고작 20%
    학대 행위 시설 일부, 가산금도 지급
        2023년 10월 11일 04: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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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복지시설 내 노인학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행정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노인학대가 있었던 시설이 장기요양기관평가 가산금까지 받은 사례도 있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아 1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노인전문 보호기관으로부터 학대 판정을 받은 노인복지시설이 55%나 증가해 1천237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자체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시설은 248곳으로 20%에 불과했다.

    2018~2022년 사이 시설 내 노인학대 판정 건수는 181건에서 281건으로 증가했다. 2018년 학대 건수는 181건, 2019년 244건, 2020년 280건으로 늘었다. 2021년은 251건으로 줄었지만 2022년 들어 281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학대 행위로 지자체의 행정처분을 받은 248곳 중 167곳(67%)은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개선명령’을 받았다. 가장 낮은 수준의 제재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적용하면 최소 처분이 업무정지이지만, 사회복지사업법의 최소 처분은 개선명령으로 제재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유사한 학대 행위에도 관계 법령에 따라 징계 수위가 다른 사례도 발생했다.

    경기 파주에 있는 A시설의 경우 입소 노인을 장시간 휠체어에 구속하거나 불필요한 약을 먹였다는 이유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반면, 인천 서구에 있는 B시설은 보행이 가능한 입소 노인을 휠체어에 구속하거나 얼굴에 이불을 덮는 행위를 했지만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개선명령 처분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학대 행위가 있었던 시설 중 행정처분을 피해간 일부 시설이 상위 평가를 받아 가산금까지 받고 있다는 점이다.

    최 의원에 따르면, 장기요양기관을 대상으로 3년마다 이뤄지는 정기기관평가에서 평가가산금을 받은 3천224개소 중 70개소에서 학대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2018~2022년 기준) 학대 발생 시설에 지급된 가산금은 무려 23억 원에 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장기요양기관의 서비스 질 제고를 위해 3년 주기로 정기평가를 실시하는데, 평가 상위 20%의 장기요양기관에 대해서는 공단부담금의 일부를 평가가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학대 발생 시설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가산금 지급 기준 때문이다. 장기요양기관평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가산금 지급 제외 대상의 기준은 학대 판정 여부가 아닌 행정처분 내역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학대 판정을 받더라도 지자체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지 않는다면 가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전북의 한 의료복지시설에서는 종사자가 피해 노인을 발로 밟는 모습, 기저귀 교체 시 상·하의를 전부 벗긴 상태로 강하게 젖혀 체위를 변경하는 등의 상황이 CCTV에 찍혀 두 차례 신체적·정서적·성적 학대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 시설은 올해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가산금 1천 5백만 원을 받았다.

    장기요양기관 평가위원회가 심의·의결한 기관을 가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할 수는 있지만, 최근 5년간 평가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따라 가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시설은 전무했다.

    최혜영 의원은 “학대 피해 노인은 치매 등으로 자신이 당한 피해를 설명할 능력이 부족하거나 집중 돌봄이 필요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어르신”이라며 “어르신을 학대한 시설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장기요양기관평가 가산금 지급기준 재정비 및 노인학대 판정 기관 재조사 등 하루라도 빨리 문제를 해결할 개선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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