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들과 자본가들,
    그들의 혼종성과 이중성
    [책소개] 『관리자본주의』(제라르 뒤메닐,도미니크 레비/두번째테제)
        2023년 09월 23일 06: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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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경제학자 제라르 뒤메닐과 도미니크 레비는 국내에 번역 출간된《자본의 반격》, 《신자유주의의 위기》, 《거대한 분기》를 비롯하여, 마르크스주의의 현대적 적용을 이끌면서 현대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변형 및 신자유주의와 새로운 사회질서에 대한 탐구를 이어 오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관리자본주의: 소유, 관리, 미래의 새로운 생산양식Managerial Capitalism: Ownership, Management and the Coming New Mode of Production》은 특히 자본주의의 관리주의로의 변화상에 관해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번역은 그동안 제라르 뒤메닐과 도미니크 레비의 저서들을 국내에 지속해서 소개해 온 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 김덕민 교수가 맡았다. 이 책은 플루토 출판사에서 2018년 출간된 영어판을 바탕으로 저자들의 한국어판 서문과 일부 발전된 개념들 및 도표상의 오류를 수정 반영하여 번역하였고, 그런 점에서 영어판의 일종의 개정판으로도 볼 수 있다.

    책에서 저자들은 이전 저서 《거대한 분기》에서 그 단초를 밝힌 변모한 자본주의의 3대 계급 자본가-관리자-민중의 삼중 계급 체계를 바탕으로 자본주의 사회가 관리주의 체제로 변모하고 있음을 더욱 상세하게 분석한다. 계급사회 분석에서 기본적 계급이던 자본가-지주-노동자에서 확장되고 변형된 이 분석틀은 중요한 역사적 분기점에서 여러 가지 타협과 상호작용을 거치면서 현시기 자본주의 구조를 일종의 관리자본주의로 변모시키는 주요한 계급 혹은 집단을 우리에게 제시해 준다. 이렇게 관리주의 및 관리자의 성격을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하면서, 저자들은 스스로 마르크스주의의 근본적인 분석틀을 취하면서도 지난 시기 마르크스주의적 실험의 실패들 역시 직시하면서, 앞으로 인간해방의 길을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 그 실마리를 찾아본다.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내용에 따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1, 2부는 마르크스 이론과 관리자본주의의 역사를 다룬다.

    1부 생산양식과 계급에서 저자들은 마르크스의 기본적인 역사이론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의 관리자 분석의 한계를 지적하며 이를 보충한다. 다음으로 “사회성”이라는 개념으로 계급 개념을 좀 더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생산양식으로서의 관리주의 및 관리자본주의의 등장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정리하고 있다. 이때 이른바 “생산-사회화” 양식의 변화를 자세하게 분석하기 시작한다. 마르크스주의적 해석뿐 아니라 다양한 여러 경제학자의 이론들이 소개되며 이렇게 역사상 봉건제부터 프랑스 혁명을 거쳐 현대에 이르는 관리자 계급의 부상을 조망한다.

    2부 관리자본주의 120년에서는 불평등의 추세를 살펴보면서 특히 미국 경제에서 등장한 관리자/경영자들에 대해서 살펴본다. 저자들은 대공황 이후 및 양차 세계대전 이후 이루어진 타협과 미국과 유럽의 비교 및 앵글로-색슨 헤게모니와 초국적 관리 엘리트들의 네트워크 문제까지 살펴보면서 지배의 정치 및 경제 핵심을 분석한다. 다양한 통계 자료를 통해 세계의 지배계급들이 변화한 역사 동역학을 밝혀 보인다.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관리혁명’이라 말할 수 있는 변모를 통해서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동역학에 변화가 일어났고, 이러한 변화를 자세히 분석해 볼 때 지금까지 진행 중인 변화를 어떤 방식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을지, 어떤 정치 투쟁이 가능할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마르크스적 분석틀뿐 아니라 미셸 푸코의 “통치합리성” 논의 등 분석에 유용한 다양한 도구들이 2부에서 소개되고 있다.

    3부 역사 동역학을 구부러뜨린 과거의 시도부터는 앞부분의 분석을 바탕으로 우파적 흐름이 아닌 또 하나의 흐름이었던 역사 동역학을 왼편으로 구부러뜨리려고 시도했던 여러 운동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유토피아적 방식으로 사회질서를 바꾸려고 시도했던 프랑스 혁명기의 다양한 운동가들과 유토피아 사회주의자 및 무정부주의자들을 다루면서 이들의 시도가 실패한 여정을 보여준다. 이후 러시아나 중국 등 이후 자칭 과학적 사회주의적 원리로 등장한 나라들이 실패한 여정도 관리와 관료의 문제 및 자주관리에서의 문제점까지 망라해서 다루고 있다, 권력의 집중과 관료의 지배와 동맹의 구조를 넘어서지 못한 구사회주의권 나라들의 실패 원인을 특히 책의 중심 주제인 관리주의라는 문제의식하에서 정리하고 있다.

    마지막 4부 관리주의 안에서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인간해방에 대한 전망에서는 민중 계급 해방의 전망을 살펴보면서 책을 마치고 있는데, 여기서는 특히 현대에서 볼 수 있는 자본주의와 관리주의의 관계와 이를 둘러싼 금융 헤게모니 및 중간계급 문제 및 국제적 네트워크와 지배의 공고화 문제를 다룬다. 이후 이를 넘어설 수 있는 민중 계급의 역량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의 분석틀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사회화”와 “사회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계급사회 분석을 넘어서 다양한 관점에서 자본주의를 분석하고 관리주의의 미래와 민중 계급의 나아갈 방향을 재고해 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앞으로 사회질서를 꾸려 가는데 도전이 되는, 젠더와 환경의 변화 등 마르크스주의적 분석틀로 포착하기 어려웠던 지점까지 설명력을 확장하는 과제를 제시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분석서이지만 또한 민중 계급의 역량을 어떤 식으로 펼칠 수 있을지 함께 궁리해 보고자 한다. 민중 계급이 이를 어떤 방향으로 왼쪽으로 구부러뜨려 새로운 사회질서를 창출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아직 부족한 관리주의에 대한 상세한 분석에서부터 마르크스주의적 분석틀의 혁신까지 살펴볼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유토피아, 즉 관리자의 지배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사회성의 확장으로서의 민중 계급의 승리라는 낙관적 전망에 대해서 함께 궁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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