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권 보호 교육부 대책,
    예산 등으로 뒷받침돼야
    [기고] 서이초 교사 비극 해결 방식
        2023년 09월 08일 11: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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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이초 교사 비극을 계기로 생존권조차 위협받는 교육계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학교 관료들에 의해 은폐된 죽음도 일부 드러났다. 최근 전교조와 녹색병원이 공동으로 실시한 「교사 직무 관련 (마음)정신 건강 실태 조사」에서도 교사 집단의 ‘경도 우울 증상’은 24.9%, ‘심한 우울 증상’은 38.3%에 달했다. ‘심한 우울 증상’의 경우, 일반 시민의 4배에 달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어쩌다 교사들이 이 지경으로까지 내몰렸는지 이를 방치한 교육부의 성찰이 절실하다.

    교사들이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선언한 것은 교육계 전체의 성찰을 촉구하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다시 말해 지난날 우리 교육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우리 교육을 어떻게 바로 세울 것인지 다 함께 고민해 보자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공교육 멈춤의 날'은 '공교육 회복의 날'이기도 하다. 그런 차원에서 글쓴이는 서이초 교사 비극을 해결하는 방식, 바로 ‘공교육 회복’을 위해 다음을 제언하고자 한다.

    9월 4일 추모집회 모습(사진=필자)

    맨 먼저, 비극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교사의 근무 환경을 최적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가장 우선해야 할 정책이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교사 증원이다. 학급 당 학생 수를 15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반드시 교사 증원이 필요하다. 학급 당 학생 수 감축은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생과 학생 간 ‘인격적 관계 맺기’가 가능한 환경이다. 이렇게 되면 학교폭력 문제의 상당 부분이 저절로 해소될 수 있다.

    다음으로 학급 학생들 가운데 학교폭력 등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학생의 경우, 즉시 분리 조치해 교사의 교육권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문제행동 학생을 위한 별도의 교육 공간과 별도의 생활지도 교사를 학교당 최소 3명 이상 확보해야 한다. 특히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는 폭력적인 학생의 경우, 사법경찰권을 지닌 ‘학교 보안관’이 즉시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 기존 ‘학교 지킴이’ 이외에 학교마다 사법경찰권을 행사하는 ‘학교 보안관’을 따로 1명씩 의무 배치한다.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의 경우 대부분 문제 부모가 뒤에 존재한다. 따라서 문제행동 유발 학생의 경우, 반드시 문제 부모를 ‘부모재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하고 미국과 프랑스처럼 벌금을 부과한다. 그리고 교사가 오로지 교수-학습활동과 교육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일체의 공문과 행정 잡무를 처리하는 교육 행정사를 별도로 학교 당 네 명씩 증원 배치하여 해결한다. 그리고 전문상담교사를 학교 당 3명 이상씩 배정해 문제행동을 유발하는 학생들을 상담, 치료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시-통제 위주의 위계적인 문화에 갇힌 권위주의 교육 환경으로부터 교사를 해방시켜 평등한 학교 생태계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교사의 교육 활동을 돕는 보조 단위로 교육부-교육(지원)청-학교장을 재배치한다. 이어서 학교장과 교육장, 교육감은 2년마다 선출하도록 한다. 학교장은 해당 학교 교사들이 선출하고 교육장은 해당 교육 관내 교사와 학부모, 학생(만16세 이상)이 선출한다. 교육감은 현행처럼 해당 지자체 시민이 선출한다.

    나아가 교사를 노동상품으로 간주하는 신자유주의 학교 정책을 폐기하고 건강한 교육 철학을 정립한다. 다시 말해 경쟁의 원리를 학교 사회에서 영구히 추방하고 협동의 원리를 학교 운영 및 교육 활동 제1의 원리로 안착시킨다. 이를 위해 현행 교원성과급제도를 폐지하고 형식화한 학교폭력예방 유공 교원 가산점 제도도 폐지한다. 교사의 성장보다 상처만 주는 현행 교원평가제도도 전면 개정한다. 교사는 동료 교사와의 커뮤니티를 통해서, 그리고 일상적인 학교 교육 활동을 통해서 끊임없이 학생들로부터 평가받으며 스스로 성장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시급히 2014년 제정된 「아동학대처벌법」을 비롯해 「아동복지법」, 「초중등교육법」, 「교육기본법」,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가운데 독소조항을 삭제하고 모호한 조항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 학교마다 「교권보호위원회」를 두되 피해 교원이 요청하면 즉시 개최한다. 나아가 악성 민원을 자행하는 경우, 교사의 요청이 없어도 학교장은 ‘사안을 인지’한 경우, 경찰에 고발 조치하고 수사 의뢰하는 것을 의무화한다. 대한민국 교사 가운데 2/3가 언어폭력을 경험한다. ‘교사 자격이 없다’, ‘쓰레시 교사’라는 언어폭력에 단호히 대처하고 형사 처벌해야 한다. 학대 신고를 남발하는 경우도 무고죄로 형사 처벌하도록 법을 개정해 학교장이 교권 보호 차원에서 고발 조치한다. 고발 주체는 학교장의 의무사항으로 명문화한다.

    마지막으로,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학교 문화를 전면 개혁한다. 먼저 교사의 평가권을 온전히 보장한다. 북서유럽 국가에선 교사가 교과서를 사용할지 재구성할지도 교사의 자율에 맡기는 추세다. 영국조차 수학이나 과학 교과의 경우, 학교에서 선정한 교과서로 교육 활동을 하는 교사가 10%도 되지 않는다. 그만큼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존중한다. 표리부동한 우리 현실과는 너무도 먼 나라 이야기이다.

    교사가 학생에 대해 평가, 기록하는 학교생활기록부 작성도 현행처럼 규격화된 교육부 지침에 따라 시행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교사 스스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학생을 절대 평가해 학교생활기록부에 작성하도록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한다. 교육부가 매년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지침을 내리는 방식으로 일일이 통제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에 기초해 작성된 학교생활기록부는 해당 교사 이외에 누구도 수정하거나 첨삭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교사의 권위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가장 좋은 정책이다. 보수체계도 교사의 담임수당, 보직수당을 각각 50만원, 40만원으로 현실화해 사기가 저하하지 않도록 배려한다.

    상기 제안한 정책 내용들은 반드시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내년도 교육부 예산은 95조 6,254억 원으로 2023년도보다 6조 3,000억 원이나 줄었다. 예산 축소가 고스란히 교사 감원으로 나타나 내년도 교사 선발인원을 올해보다 1,500명이나 줄인다고 발표했다. 그런 점에서 지난 8월 29일에 제출된 내년도 정부예산안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드시 큰 폭으로 증액, 확정해야 한다. 예산이 뒷받침되어 학교 현실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때 서이초 비극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8월 23일 교육부 장관이 발표한 「교권 회복 및 교원 보호 종합방안」은 거의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현실성이 없다.

    또 다른 비극을 막고 교육 환경을 획기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선 반드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덴마크, 핀란드 북유럽 교육선진국처럼 GDP 대비 교육예산을 6% 이상 끌어올리면 가능한 일이다. 결코 작은 정부를 지향할 일이 아니다. 교사들의 잇따른 비극 앞에 학교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교육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필자소개
    학교시민교육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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