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틴아메리카와 한국,
    운명 가른 것은 토지개혁
    [L/A칼럼] 성장 원인의 중요한 차이
        2023년 09월 07일 04: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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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군대가 침공하기 전의 라틴아메리카에는 토지가 국유 아니면 공동체 소유였다(멕시코의 경우 이를 에히도스(ejidos)라고 하고 콜롬비아나 베네수엘라는 코무나스(comunas)라고, 볼리비아 등의 잉카 본류의 경우 아이유(ayllu)라고 한다). 근대 자본주의 체제의 개인소유와 마르크스주의와도 거리가 멀고 최근 우리사회 일부의 코뮌주의와도 맥락이 다르다. 멕시코의 경우 에히도의 보존은 헌법에 규정된 사안이라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 필자는 멕시코 북부에 살다가 2009년 초에 귀국했는데 당시 다니던 도로에 커다란 대형 입간판이 세워져 토지의 개인소유 등기를 권유하는 것을 보고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경제성장에 실패한 라틴아메리카와 달리 오래전인 1950년대에 이미 토지개혁에 성공한 한국은 경제성장에 눈부시게 성공했다. 물론 이것만이 경제성장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결정적인 차이가 양쪽의 운명을 갈랐다고 볼 수 있다.

    16세기부터 라틴아메리카는 세계체제의 국제 분업구조에서 식품과 석유 등 다양한 광물 원자재의 생산기지로 규정되어 왔고 현재 21세기이지만 별로 변화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콜롬비아의 경우, 크리스티안 까밀로 바레라 실바에 의하면, 토지개혁의 움직임은 국가에 의해 완전히 봉쇄되어 있고 엄청나게 많은 토지가 대지주에 의해 소유되고 있다. 예를 들어, 콜롬비아의 토지 52%가 1.5%의 주민에 의해 소유되고 있다.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가 대동소이한데 흥미로운 것은 대지주들이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농업보다는 필요 이상으로 방목적인 목축업에 과잉 배정되어있다는 점이다.

    특히 남미에서도 과테말라와 한국이 서로 비교되고 있다. 정이나의 논문 “토지개혁과 계급역관계에 대한 고찰”(2017, [아태연구], 경희대 국제지역연구원, 제 24권 2호, pp. 175-207)에 의하면, 과테말라의 경우, 아르벤스의 개혁적 정부(1951-1954)의 1952년 토지개혁을 미국이 반대하여 이 정부의 전복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194).

    무엇보다 미국학계에서는 동아시아의 경제성장 모델이 남미와 다른 가장 큰 특징으로 토지개혁을 지적하고 있으며(176-177). “토지개혁은 토지의 소유관계를 바탕으로 형성된 기존의 지배질서를 변화시킴으로써, 경우에 따라서는 기득권층의 격렬한 저항을 가져 온다”(179)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토지개혁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방 직후 우리 사회의 상당수의 농민이 소작농이었다. 그러므로 토지개혁의 필요성은 절대적이었다. “해방 직후 한국 자작농의 비율은 전체 면적의 22.5%에 불과했지만 농업 생산에 종사하는 인구는 전체의 74%이상이었다”(184). 그리고 한국의 경우, 일제 강점기의 “친일 지주계급은 해방 직후부터 우익노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토지개혁에 대비하여 다양한 합법적 강구책을 강구하였다”(186). 해방 직후에 미 군정당국은 남한의 토지개혁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남북한의 극단적 대치 상황이 전개되면서 토지개혁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게 되었고”(194), 뒤늦은 토지개혁(1950년 2월에 입법 통과)은 남한 단독선거에서 소작농들에 대한 좌익의 호소력을 약화시키려는 미국정책의 산물이었다(197).

    필자소개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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