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사 및 돌봄에 대한 불평등 반성
    [기고] 부산지역 공무원 노동시간 및 실태 노동시간 조사
        2023년 09월 07일 10: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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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노동자의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5번째로 길다. 2008년 노동시간이 2,228시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감소했지만, OECD 평균이 1,716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필자는 그동안 노동시간 연구에서 주변부에 있던 공무원 노동시간 및 실태에 대한 조사에 참여했었는데 분석 결과가 매우 흥미롭고, 시사점이 있다고 판단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부산노동권익센터는 2022년 11월 구글을 이용하여「부산지역 공무원 노동시간 및 실태 설문조사」를 수행했는데, 부산지역 시·구군 본청 등 6개 근무처, 15개 부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별 노동시간 및 노동시간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질문이 포함된 설문조사를 하여, 총 1,076개 표본을 획득하였다. 이 조사에서 초과노동은 주 40시간을 초과한 노동시간으로 정의하였고, 일상생활을 나타내는 변수는 가정분위기와 관련된 4개 변수, 가사 및 문화할애 시간과 관련된 2개 변수 등으로 하였다.

    여기서 필자가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일근직에 한정하여 일상생활과 관련된 질문에 모두 응답한 879개 표본에 대한 분석 결과이다. 기초통계를 보면 남성의 초과노동시간이 여성에 비해 평균 2.8시간 긴 것으로 나타났는데, 남성의 초과노동시간이 더 길다는 것은 성별(남·여), 맞벌이 여부, 자녀 수, 결혼여부, 근속, 근무처, 근무부서를 통제변수로 사용한 계량분석에서도 강건하게 나타났다.

    그런데 업무가 야기하는 부정적 영향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개 변수(가족에게 화를 냄, 일과 이후 업무생각 지속, 번아웃 퇴근,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에 끼치는 영향 모두에서 강건하게 나타났다. 그 이유를 가사 및 문화할애 시간과 관련된 2개 변수(가사 또는 돌봄 할애시간, 자기계발 또는 문화 할애시간)에 끼치는 결과를 통해 추론할 수 있었는데, 가사 및 돌봄 할애시간은 여성에 비해 남성이 더 적고, 자기계발 또는 문화할애 시간은 남성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가사 또는 돌봄에 대한 부담이 여성에게 더 많이 전가되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결과가 흥미롭다고 판단하여 외벌이와 맞벌이로 나누어 가사 및 돌봄 할애 시간에 대해 추가 분석을 해보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외벌이의 경우 남녀 간 차이가 없었다. 이는 분석대상 여성의 경우 96%가 자녀가 없었지만, 남성은 69%만 자녀가 없었기 때문으로 추론되었는데, 자녀가 있는 남성의 비중이 더 높았지만 가사 또는 돌봄 할애 시간은 여성과 비교해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반면, 맞벌이의 경우 남성이 여성에 비해 가사 또는 돌봄 할애시간이 강건하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사 또는 돌봄에 대한 부담이 여성에게 더 많이 전가되고 있다는 해석을 지지하는 결과에 해당한다.

    이 결과가 부산지역 공무원에 한정된 것일까?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 사회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 일반으로 확대하더라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필자 또래의 주변 남성 연구자들은 이를 일반화해도 무리가 없을 거라고 다들 말했다. 경험적으로 볼 때, 상식과 일치하는 것 같다고 다들 동의했다. 안타깝지만 이런 문화가 여전히 지배적인 것 또한 출생율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일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필자소개
    동아대 법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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