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쌓아놓고 살아가면서 불안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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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4월 16일 01: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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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느 집 냉장고를 열어보면 냉장고 밖으로 쌓아 놓은 음식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습니다. 요즘 가정집 냉장고는 최소한 324리터 이상이 됩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김치 냉장고를 사고, 김치 냉장고에는 김치만이 아니라 과일, 여러 찬거리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냉장고를 보면 전쟁이라도 금방 일어날 것 같습니다. 냉장고 청소를 한 번 쯤 하게 되면 쌓아 놓은 일부가 쓰레기로 버려집니다. ‘왜 이렇게 쌓아놓고 살까?’
     
    우리는 쌓아놓는 것이 마치 삶의 기준처럼 되어버렸습니다. 돈도 은행에 쌓아 놓아야 하고, 음식도 냉장고에 쌓아놓아야 하고 포인트도 쌓아 놓아야 하고, 인맥도 쌓아 놓아야 합니다. 쌓아놓지 않으면 ‘불안’한가 봅니다.
     
    쌓아 놓는 것. 그렇게 쌓아 놓아야 하니 모든 것이 커야 합니다. 동네 가게는 문을 닫고 대형 마트가 생기고, 집도 비좁으니 커야 하며 심지어 몸도 그렇습니다. 입으로 넣는 것이 많고 밖으로 나오는 것이 적으니 비만이 됩니다. 들어가는 구멍도 커야 하니 나오는 구멍도 커야 합니다. 크지 않으면 도무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듯 보입니다. 
     

       
      ▲ 재래종 도라지를 파종할 산밭에서 남성팀원이 어머니에게 드릴 냉이를 캐고 있다.
     

    한 평이라는 것은 한 사람이 누워 팔과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의 기준입니다. 한 마지기-밭은 300평, 논은 200평-는 1년에 한 사람이 먹을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기준입니다. 그 기준은 우리 삶에서 사라져 버린 지 오래입니다.
     
    현대인의 질병 ‘stress’라는 것이 있습니다. 스트레스라는 것은 쌓아 누르는 것을 말합니다. 스트레스가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꾸 쌓아 두려는 욕구, 쌓아 두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을 가지기 때문이지요. 불안한 마음은 어디서 올까요? 두려운 마음에서 오지요.

    무엇이 두려울까요? 미래가 두려운 것이겠지요. 미래가 왜 두려울까요? 무엇인가 잃을지도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입니다. 즉 無와 空에 두려움입니다.
     
    그런데 쌓아 두면서 생겨나는 것은, 결국 쓸모없는 無用을 만들어냅니다. 무용을 만들어내면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쌓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지만 버리기 위해 또 비용을 지불합니다.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게임을 하든지, 술을 먹든지 또 비용을 들여야 합니다.

    물론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해결해나가는 방법도 있지만 대체로 비용을 들여서 해결해나갑니다. 산업문명은 끊임없이 비용이 들도록 포장하고 은연중에 요지부동의 인식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쌓아 두거나 쌓으려고 하는 것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해(害)하는 것으로 작용을 합니다. 쌓아 두지 않는 것. 무(無)와 공(空)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기꺼이 무(無)와 공(空)하는 것이 인간에게 유용(有用)하게 되는 것입니다.
     
    쌓아 두지 않는 것은 자신이 필요한 것만큼 취하고 필요한 다른 이에게 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공동체입니다. 공동체는 쌓아 두지 않고 필요한 것만큼 취하고 같이 나누는 것입니다.
     
    두려울 것이 없으니 쌓아 둘 필요가 없으며, 소유하지 않으니 만물의 관계가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쌓아 둘 필요가 없으니 배타가 없으며 상존하게 되고 위아래가 없습니다. 공평하게 됩니다. 상존(相存)하게 되니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너이기도 하고 너는 나이기도 합니다.
     
    쌓아놓음(축적)이 없는 상태 그것이 바로 비움이며, 가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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