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찔린 언론, "노 대통령 오기" 집중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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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4월 13일 09: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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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정치권, 언론의 개헌 ‘힘 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언론들이 일제히 ‘정리된 일’로 치부했던 개헌발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청와대로부터 18일이라는 시한까지 나왔다. 6개 정당(정파) 원내대표 합의와 청와대의 화답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였지만 개헌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논란은 13일에도 주요 조간신문 1면의 주요 뉴스가 되고 있다. 동아일보 세계일보 한겨레가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정치관련 뉴스는 4·25 재보선 소식도 비중 있게 처리됐지만 되살아난 ‘개헌’ 문제도 뉴스의 초점이었다. 조선일보도 관련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내보냈다.

다음은 13일자 주요 조간신문 1면 머리기사

-경향신문 <비정규직 대책 또 뒷걸음>
-국민일보 < ETS는 접수도 받지 않는데 지원자들 연일 ‘로그인 전쟁’>
-동아일보 <"개방 태풍 맞는 한국 로펌 게임 뛰어들 준비 안됐다">
-서울신문 <소나무 재선충 서울시 설마하다 당했다>
-세계일보 <미, FTA 재협상 시사>
-조선일보 <"각 당서 개헌 당론 없으면 18일 발의할 것">
-중앙일보 <죽음 각오하고 동북아 신질서 도전>
-한 겨 레 <미, FTA 재협상론 제기>
-한국일보 <수천명 소련으로 끌려갔다>

11일부터 이어진 개헌을 둘러싼 논란을 ‘복기’ 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통합신당모임까지 6개 정당(정파)이 모여 개헌 관련 합의문을 내놓았다.

개헌은 18대 국회 초반에 처리한다는 내용과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발의 유보 내용이 합의문의 뼈대이다. 이날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진전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저녁 주요 방송사의 메인 뉴스부터 다음 날 아침 대부분의 주요 조간신문까지 개헌을 둘러싼 논란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청와대는 12일 분명한 입장을 전달했다. 각 당이 의원총회를 통한 당론 결정 등 ‘원 포인트’ 개헌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의 표시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치권을 향한 얘기였지만 한나라당을 겨냥한 입장 표명이었다. 게다가 정치권이 성의 있는 노력을 보이지 않을 경우 18일 예정대로 개헌안을 발의할 것이란 최후통첩(?)을 내놓기도 했다.

청와대 태도 변화에 당황한 언론들

   
  ▲ 조선일보 4월13일자 1면.  
 

조선일보는 <"각 당서 개헌 당론 없으면 18일 개헌안 발의할 것">이라는 1면 기사에서 "윤승용 대통령 홍보수석은 12일 ‘(각 정당, 정파들이) 늦어도 16일 오전까지 개헌에 대한 당론 및 대국민 약속을 진정성과 책임성이 담보된 형태로 밝히지 않는다면 예정대로 (개헌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의 이러한 입장 표명에 당황한 건 정치권만이 아니었다. 정치 분석과 전망에 있어 둘째라면 서러울 만한 주요 언론사의 예측이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중앙일보는 12일 1면에 <한나라-열린우리-청와대 퇴로 열어준 ‘삼각 교감’>이라는 기사를 실었고 동아일보는 3면에 <‘동력 잃은 개헌’ 카드 거둘 명분 찾기?>라는 기사를 내보냈었다.

조선일보는 12일 <대통령 개헌논란 끝낼 계기 마련됐다>는 사설을 내보냈다. 한겨레도 <노 대통령 ‘임기 내 개헌’ 물 건너갔다>는 1면 기사를 실었고 경향신문은 1면에 <결국 거둬들인 ‘정략 개헌’>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노 대통령, 언론 개헌 철회 보도에 불만

그러나 주요 언론의 이러한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국일보는 <"사실상 철회" 보도에 노기 발동>이라는 4면 기사에서 "청와대가 시한을 앞당기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며 뻣뻣하게 돌아선 배경에는 당연히 노 대통령이 있다. 노 대통령은 전날 정치권에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반향이 없는데다 상당수 언론이 청와대의 개헌안 발의 조건부 유보를 사실상의 철회로 보도한 데 대해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4면 <청 "당론 약속 없으면 18일 발의 강행">이라는 기사에서 "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의 협상 방침이 개헌발의를 ‘사실상 접는’ 것으로 언론과 정치권에서 받아들여진 데 강한 거부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도 6면 <"언론이 진의 잘못 짚었다">는 기사에서 "청와대는 입장이 바뀐 이유에 대해 ‘잘못 짚은’ 언론보도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청와대의 강경 태도로 볼 때 정치권이 16일 오전까지 의미 있는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발의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루만에 오보 돼 버린 개헌보도

   
  ▲ 한겨레 4월13일자 6면.  
 

한겨레 역시 6면 <청와대 ‘발의 최후통첩’-국회 "대통령 오기">라는 기사에서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윤 대변인은 ‘일부 언론은 어제 청와대의 입장을 어차피 안 될 개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맞바꾸기, 결국 거둬들인 정략개헌, 명분 있는 퇴각 등으로 썼는데, 이는 청와대의 흐름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문 실장의 제안은 (협상을 위한) 조건에 방점이 있었지 (개헌발의) 유보는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주요 언론의 개헌 관련 분석기사는 하루만에 ‘오보 아닌 오보’가 돼 버리고 말았다. 청와대의 이러한 흐름에 일부 언론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한미 FTA 이후 ‘허니문’ 기간을 가져왔던 보수신문은 태도를 바꿔 노 대통령의 ‘오기’ ‘몽니’ 등으로 해석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5면 <"떠밀리듯 접을 수야…" 또 오기 발동?>이라는 기사에서 "노 대통령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정치권의 해석은 명쾌하다. 노 대통령이 정치권, 특히 ’18대 국회에서 개헌’에 합의한 6개 정파 대표들과 기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 ‘몽니’ ‘오기’, 심기 불편한 언론

조선일보 강천석 주필은 34면 <어떻게 모은 대통령 재산인데 이렇게 날리나>라는 칼럼에서 "빈털터리 대통령이 한미 FTA 타결을 전후한 달포만에 두둑한 재산가로 올라섰다"며 "대통령이 내 손으로 모은 재산이니 내 마음대로 쓰겠다며 대통령 혼자만의 관심사인 개헌을 밀고 나간다면 대통령 재산은 순식간에 눈 녹듯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 조선일보 4월13일자 사설.  
 

조선일보의 사설은 비판의 강도가 한 차원 강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굴복" 소리 싫어서 개헌 몽니 부리나>라는 사설에서 "청와대는 정치권이 어렵사리 마련해준 밥상을 스스로 걷어차겠다는 것이다. 결과가 뻔한데도 대통령이 졌다는 소리 듣는 것이 화가 나서 두 달 더 국민을 스토킹하며 나라의 에너지를 낭비하겠다는 것인가. 이것은 대통령이 국민이 자기 기분에 안 맞춰준다며 국민 전체를 상대로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중앙일보 4월13일자 6면.  
 

중앙일보도 <노 대통령 ‘오기 정치’ 논란>이라는 6면 기사에서 "6개 정당(정파) 원내대표의 합의를 계기로 물 건너가는 듯했던 개헌안 발의는 청와대가 강경한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힘에 따라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기류 변화의 한가운데는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집착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착각과 혼선 안타까워"

동아일보는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에 비해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관련 사설을은 내보내지 않았고 6면 <청 "원내대표 합의론 미흡"…하루 새 개헌입장 돌변>이라는 기사에서 "청와대는 전날 언급하지 않았던 시한까지 못 박으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지만 개헌안을 발의해도 국회통과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사그라지는 개헌의 불씨를 되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개헌당론’ 요구는 국회 무시한 오기>라는 사설에서 "그 깊은 착각과 혼선이 안타깝기만 하다. 무엇보다도 열린우리당이 개헌에 관한 입장을 180도 바꿈으로써 국회의 총의가 이루어진 객관적 정치적 상황에 그리도 몽매한가 하는 말이다"라며 "노 대통령의 개헌론에는 이제 오기만이 비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개헌발의를 공식적으로 철회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 4월13일자 사설.  
 

한겨레나 경향신문은 관련 사설을 내보내지 않았다. 전날 1면과 종합면을 통해 개헌 발의 문제를 비중 있게 보도한 것과 비교할 때 차분한(?) 반응이었다. 청와대는 언론사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보수신문 진보개혁성향 신문 할 것 없이 개헌 관련 보도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개헌 빨리 발의하고 국회는 부결시켜라"

주말을 감안할 때 청와대가 제시한 시한은 촉박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청와대나 정치권이나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백기투항’ 할 가능성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한미 FTA 국회 비준을 감안해야 하는 청와대 입장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주목된다.

청와대의 개헌안 발의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둔 언론들도 적지 않다. 세계일보는 4면 <"정치권에 밀리지 않겠다" 최후통첩>이라는 기사에서 "청와대 내부에는 ‘국회 가결여부와 관계없이 발의하자’는 강행론과 ‘남은 입법과제 등을 고려해 정치권과 협상하자’는 협상론이 공존했으나 이제 협상론은 설자리를 잃게 됐다"면서 "개헌안을 둘러싼 청와대와 정치권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졌다"고 전망했다.

   
  ▲ 세계일보 4월13일자 4면.  
 

이와 관련 중앙일보의 사설이 흥미롭다. 노 대통령이 개헌을 발의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중앙일보는 <국회가 개헌안을 빨리 부결 처리하라>는 사설에서 "정치권 6정파가 합의한 개헌안 발의 유보 건의가 하루만에 휴지 조각이 돼 버렸다"며 "개헌문제에 당론을 모으려면 몇 달이 걸려도 부족하다. 당초 의도대로 대통령 선거에 개헌 논란을 끌어들이려는 속임수"라고 주장했다.

   
  ▲ 중앙일보 4월13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노 대통령 지지도가 올라가고, 지지 세력이 엇갈렸다. 개헌 논의에 불이 붙으면 대선에서도 그런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그걸 노리는 것이다. 방법이 달리 없다. 그렇게 원한다면 개헌안을 빨리 발의하라. 그리고 국회는 최단 기간에 부결 처리하라"고 주문했다. / 류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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