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합하려면 후보 포기도 각오해야"
    2007년 03월 31일 11: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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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주요 지도부가 지지했던 민주노동당의 개방형 경선제가 부결되면서 당과 노조 일각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이른바 ‘진보진영 후보단일화’를 강조하는 목소리들이 제출되고 있다.

후보단일화 주장은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내용과 그리는 상이 제각각이다. 당 중심성을 유지하며 외연확대에 중점을 두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진보진영의 단일 전선에 중점을 두면서 민주노동당의 적극 참여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30일 민주노총 정치위원회가 2007 대선방침과 관련 진보진영 주요 주체들을 초정, 진보진영 후보단일화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해 관심을 모았다. 민주노동당, 미래구상, 한국사회당, 노동자의힘, 다함께에서 참여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올 대선이 신자유주의, 양극화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위기의 극복과 진보세력의 미래를 위해 중대한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인식을 같이 했다.

특히 민주노동당과 미래구상, 다함께의 참석자들은 진보진영이 후보단일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이번 대선 국면을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후보단일화에 성공한다면 집권까지 예측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30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2007 대선방침 토론회. 왼쪽부터 한국사회당 최광은 정책실장, 노동자의 힘 박성인 중앙집행위원장, 민주노총 이영희 정치위원장, 민주노동당 최규엽 집권전략위원장, 미래구상 김정훈 전략기획단 간사, 다함께 김인식 운영위원

후보단일화 성공하면 집권 희망도?

민주노동당 최규엽 집권전략위원장은 “진보진영이 차이를 좁혀서 후보전술로 단합해 나가면 이번 대선을 우리가 주도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의외의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31일 중앙위원회에 ‘진보진영 단일후보 위해 노력한다’는 사업계획을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최규엽 위원장은 “이명박이 가장 진보적이다. 이명박이 청계천, 시내버스 중앙차로제 할 때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한 게 뭐가 있냐”며 진보진영의 반성과 대선 시기 겸손한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신자유주의, 신제국주의 반대세력들이 서로 차별화하지 말고 껴안고 가야 한다”며 “진보진영이 선거 시기에 ‘후보 전술’로 단결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각 세력의 독자 후보 선출 후 국민경선제,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 방안을 제시했다.

미래구상 김정훈 전략기획단 간사는 “진보진영이 이번 대선 국면을 제대로 돌파하지 못하면 한국 사회는 일본처럼 정치적으로 극도로 보수화된 사회로 나갈 것”이라며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크게 거시적 진보인 국민의 50%를 묶어세울 때 한국 정치는 재구조화가 가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훈 간사는 이번 대선을 ‘수구양극화와 진보통합세력’의 대결로 규정하고 진보진영 단일 후보와 이를 위한 선거연합, 연합정부를 기본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는 “선거 연합을 구축하고 10월에 단일후보를 만들어낸다면 저희가 생각하는 진보 후보가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후보단일화 방안은 단일 정당에서만 경선을 치를 수 있는 선거법 때문에 현실적으로 여론조사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민주노동당 의견그룹인 다함께의 김인식 운영위원은 각 세력이 후보를 뽑은 후 나중에 단일화하는 방안보다는 처음부터 진보진영의 단일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일후보 선출방안으로는 계급보다는 이념적 동질성을 확보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들었다.

예컨대 민주노총이나 전농의 조합원 또는 회원 등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여론 조사 결과 진보적 이념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조사를 하자는 얘기다. 

그는 “진보진영이 단일후보를 내면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진보진영의 양강구도를 형성하면서 갈 수 있고 집권의 희망도 가질 수 있다”며 “그만큼 지금 현재 정치 위기가 심각하고, 정치적 양극화 심각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정치 넓은 차이 과연 좁혀질까

이들은 진보진영이 신자유주의 반대, 양극화 반대, 한반도 평화 등 공통점에 기반해 차이를 좁혀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진보진영을 구성하는 정치세력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서는 커다란 이견을 보여줬다. 이는 결국 진보진영 후보단일화에 동참할 세력으로 열린우리당 일부 개혁 세력을 포함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김정훈 간사는 “미래구상은 민주노동당만이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수구파 사이에 있는 어떤 선까지를 전체 진보세력이라고 판단하고, 이 세력들의 통합이 진보세력의 통합이라고 본다”며 “대북 평화정책, 한미FTA, 교육 3불에 동의할 수만 있다면 과거 무엇을 했든 상관 없다”고 말해 열린우리당 개혁 세력의 동참을 강조했다.

그는 “거시적 진보의 국민 50% 중 민주노동당을 현실적 대안으로 인정하는 세력은 5~10%에 불과하다”며 “민주노동당 중심으로 갈 때 진보진영의 확장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민주노동당 후보가 선출된다면 이른바 ‘빨갱이’ 인식을 불식시키면서 정말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비록 안된다 하더라도 연립정권을 통해 그 다음에는 수권정당화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함께 김인식 운영위원은 한나라당은 물론 열린우리당 기존 정치인의 참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함께의 진보의 기준으로 반신자유주의, 반전과 더불어 이들 기성 정치인들과 단절을 선언하고 있다.

최규엽 위원장은 이와 관련 개인 생각임을 전제로 “민주노동당이 다른 정파와 연합해 단일후보를 낸다면 민주노동당 후보가 안 되는 것도 각오하고 해야 한다”며 “태풍의 눈은 비어 있다. 민주노동당 중심을 버리고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마음을 비우면 태풍같은 큰 힘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원칙이 정해지면 원칙에 부합되는 세력들을 통 크게 안고 가자”면서도 “과거를 반성한다고 해서 무조건 같이 하기는 힘든 측면이 있고 특히 지도세력으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뒤늦게 한미FTA 협상에 반대하고 나선 열린우리당 대선주자들을 일정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진보대연합은 득표 위한 정치공학

한국사회당과 노동자의 힘의 경우 한국사회의 위기와 올 대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같이 했지만 현재 진보진영의 후보단일화 주장은 진보세력의 비전 제시 없이, 대선 득표나 집권을 위한 선거공학적인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사회당 최광은 정책실장은 “진보대연합에 대한 최근 논의의 실내용은 득표력 제고를 위한 정치공학적 선거대연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진보 위기의 내용에 대한 진지한 논의 과정 없이 진보진영 총단결만 강조한다”며 “과연 진보진영이 집권하기 위한 현실적 조건과 힘이 있느냐”며 섣부른 집권 희망에 회의를 표시했다. 

최 실장은 “정치가 역동적이어서 잘하면 집권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굉장히 무책임하다”며 “진보진영 집권의 가능성이 목전에 있고 후보 문제가 현실적 걸림돌 된다 했을 때 더욱 진지하게 단일후보 이야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의 힘 박성인 중앙집행위원장도 “대선을 앞두고 진보진영을 다시 단결하자는 주장이, 진보진영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새롭게 구축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논의되지 않으면, 대선 활용 등 특정한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을 향해 “선거가 급박하다고 너무 몰아치지 말라. 노동자의 힘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자의 힘은 30일 총회에서 올해 대선, 내년 총선에서 반신자유주의, 반제, 반전, 반자본까지 포괄하는 정치활동 전재를 결정할 예정이다. 독자후보를 낼지, 민중경선 등에 결합할지는 일단 열어둔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배타적지지 방침 재고해야

이들은 특히 민주노총의 대선방침와 관련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의 방침의 재고를 주장했다. 사회당 최광은 실장은 진보 위기와 관련 “노무현 정부의 실패 측면이 있지만 민주노총 위기는 곧 민주노동당 위기 또 그 반대로도 이해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배타적 지지 방침을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민주노동당 중심의 정치세력화라는 배타적 지지 방침을 열어놓을 때 민주노총이 논리적으로 좀더 광범위한 세력과 폭넓은 논의가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노동자의 힘 박성인 위원장 역시 한국진보연대 추진 강행,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 등과 관련 “지금 지형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민주노총 이영희 정치위원장은 이와 관련 최근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등에 대선후보 선출 권한을 여는 민중경선제 방안이 부결된 것을 언급하며 “개인적으로 고통스런 허탈감에 그때를 생각하면 배타적 지지방침이 솔직히 짐이더라”고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하지만 “민주노동당 중심의 정치세력화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것”이라며 “민주노동당 당원 확대, 당권회복 운동, 대선예비후보와 국회의원 통한 세액공제 사업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다시 정치주체로 세우는 방안으로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말고는 민주노총, 진보진영의 돌파구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화, 조합원이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정치투쟁, 민중·진보 진영의 단일한 연대와 공동행동을 2007년 대선방침의 원칙으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치위원회 토론 후 각급 회의 단위의 논의를  거치면서 대선 방침이 결정될 예정이다. 

민중참여 경선제 공약을 제시한 현 이석행 지도부는 개방형 경선제 부결 이후, 새로운 후보선출 과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후보 선출을 1단계로 보고, 이후 선출된 민주노동당 후보와 범진보진영이 참여하는 진보단일부호 선출과정에 민주노총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진보대연합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6개월간의 현장 대장정에 나선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한미FTA 촛불집회로 이동하던 중 이날 토론회에 잠시 참석하기도 했다. 이석행 위원장은 “하루하루 대중들과 더불어 함께하는 운동에 대한 참맛을 느꼈고 이들과 어우러지면서 상당한 자신감을 회복했다”며 그간 대장정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특히 “조합원들을 만나면서도 대통령 선거와 총선에서 정치세력화에 대한 조직적 방침이 결정된 게 없어 일주일 내내 말 한마디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고 “조합원들이 신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고 진보진영이 진보대연합에 힘을 실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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