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핵-탈재생’으론 기후위기 못 막아
    [정의 경제] 윤석열 정부 1년 에너지 정책의 위험성
        2023년 05월 15일 09: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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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 1년, ‘탈재생-핵발전’으로의 급선회

    윤석열 정부 1년이 경과되면서 여러 방면에서 성과와 문제를 평가하는 기획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기후와 산업정책 측면에서 지난 1년을 평가한다면 ‘탈재생-핵발전’ 정책으로의 급격한 전환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문재인 정부의 ‘탈핵-친재생’과 반대 방향으로 급선회하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국 곳곳에서 태양광과 풍력 증설 목표와 계획들이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축소되거나 유보되었다. 대신에 기후정책과 에너지 전환정책, 산업정책에서 핵발전 수명 연장, 소형원자로(SMR) 계획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2030년 전력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30퍼센트에서 21.6퍼센트로 낮아지고 원자력이 32.4%로 늘어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또한 정부는 원전 수출을 중요한 산업정책으로 재설정하고 여기에 외교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작부터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중이다. 우선 ‘탈재생-핵발전’ 전략을 끌고 가려면 국내 핵발전 신설 효과나 해외 원전 수출 실적 등이 가시적으로 나와야 한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그 어떤 실질적인 성과의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고 당분간 그럴 개연성도 적다.

    윤 정부의 탈재생딜레마와 재생에너지 가속화로 가는 글로벌 추이

    둘째로, 윤 정부의 ‘탈재생’ 기조와 달리, 세계가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폭발적 성장을 보이는 상황을 계속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계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앞으로 세계적으로 2027년까지 누적 태양광 용량이 2024년에는 수력 발전, 2026년에는 천연가스, 2027년에는 석탄을 능가하여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설치 전력 용량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의 가장 큰 에너지 시장은 핵발전이 아니라 태양광과 풍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부터 극적인 에너지 위기를 겪었던 유럽 국가들은 일시적으로 핵발전이나 석탄화력에 기대는 모습을 보였지만, 기본 기조는 재생에너지 쪽으로 더 빨리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5월 발표한 리파워유럽계획(REPowerEU Plan)을 보더라도, 재생에너지 2030년 목표를 현재의 40%에서 45%로 높였는데, 2025년까지 태양광 발전용량을 현재의 두 배인 320GW까지 올리며, 2030년까지는 다시 두 배에 가까운 600GW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아예 제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직접적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대세가 이렇게 움직이는데 언제까지나 우리만 비껴나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압력이 커지고 해외로부터 기업들에게 RE100이나 ESG를 준수하라는 요구가 커질수록 국내의 취약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계속 약점이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로 인해 정부의 ‘탈재생-핵발전’ 중심 정책 기조의 문제점은 점점 더 크게 두드러지게 될 것이다.

    탈석탄 본격화의 대비를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은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36% 이상으로 높아서 빠른 속도로 전력부문에서 빠르게 탈석탄을 해야 하는 나라다. 이미 내년부터 연속적으로 석탄화력발전 폐쇄가 예정되어 있는데, 충남에서는 태안 6기, 당진 4기, 보령 2기 등 총 12기가 10년 안에 폐쇄될 예정이다. 또한 경남에서는 하동 6기, 삼천포 4기 등 총 10기가 폐쇄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그에 따라 광역 지방정부인 충남과 경남은 물론 특히 충남의 3개 기초지자체와 경남의 2개 기초 지자체는 앞으로 10년 동안 산업과 경제에서 심각한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녹색전환연구소 조사보고서).

    이처럼 2024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1~4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면 지역 고용에 미칠 충격이 만만치 않다. 조사연구에 따르면 직간접적인 고용 충격이 충청남도가 약 7천6백명으로 경제활동인구의 0.62퍼센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경상남도는 7천9백명 정도로 경제활동 인구의 0.43퍼센트로 전망되고 있다.

    탈석탄재생에너지로 이행한 영국의 경험 참조 필요

    탈석탄 과정의 어려움은 어느 정도까지는 탈석탄 이후 대안의 준비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석탄화력발전의 폐쇄는 전력산업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난방이나 조리의 전기화, 자동차의 전기화 등 에너지의 전기화를 대폭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석연료 기반의 기존 전력생산을 재생에너지 기반의 새로운 전력생산방식으로 최대한 마찰없이 전환시킨다면 고용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석탄을 세계 최초로 산업에 투입했고 석탄화력 의존도가 매우 높았지만 최근 탈석탄에 모범을 보이고 있는 영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지난 40여년에 걸쳐 전력부문에서 탈석탄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왔다. 1990년대에는 주로 석탄화력을 가스화력으로 전환했지만, 2010년대에는 풍력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가 석탄화력을 상당부분 대체했고, 그 결과 거의 완전한 탈석탄에 근접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에 부과한 탄소가격제도와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는 현재 폐쇄되는 석탄화력을 LNG 기반 복합화력으로 대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영국의 1990년대 경험이 아니라 2010년대 경험을 참조하는 것이 현재 단계에서 더 적절하다. 우리는 영국보다 탈석탄을 위해 남은 시간이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탄소배출 순제로 시한이 이제 30년도 남지 않았고,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석탄화력발전은 그 이전에 폐쇄하는 것이 맞다. 빠른 탈석탄과 함께 대안은 가급적 재생에너지로 모아야 한다.

    신족하고도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초정파적 과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재생-핵발전’은 영국의 경험이나 글로벌 추세에 비추어서도 우리의 기후위기 대처나 에너지 전환, 산업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걸어놓은 족쇄를 하루빨리 걷어내는 결단을 할 필요가 있다.

    * <정의로운 경제> 연재 칼럼 링크

    필자소개
    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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