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약한 공산당과
    거대한 국민당···그 엇갈린 승패의 추적
    [서평-책소개] 『국공내전』 (이철의(지은이)/ 앨피)
        2023년 05월 13일 06: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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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기본 내용들은 저자가 레디앙에 2018년 1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70회에 걸쳐 연재한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중간에 저자가 몸이 안 좋아서 잠시 쉰 기간을 빼고 2년의 기간 동안 거의 2주 1회 간격을 어기지 않고 연재를 진행했다. 당시에도 저자의 끈기와 성실함, 열정에 감탄했었다.

    책으로 출간하기로 한 이후 저자는 연재한 글에서 중복된 것을 조정하고 사실관계를 다시 점검하고 내용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작업에 2년여를 보내고 마침내 책으로 엮어냈다. 연재하는 2년 동안 글을 먼저 읽고 살폈던 사람으로서 책으로 나온 <국공내전>은 훨씬 부드럽고 쉽고 간결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저자의 노고와 열정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중국 관련 전문 연구자도 아니고 대학의 석박사 학위를 가진 이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방대한 내용을 전문 연구자 못지않은 내공으로 수집. 정리, 분석, 평가할 수 있었던 것은 철도노동자와 노동운동가로 평생을 살아왔던 저자의 실천적 고민이 깔려 있다.

    저자가 언젠가 말했던 것인데, 중국 특히 중국 현대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은 저렇게 소소하고 미미했던 중국공산당이 어떻게 압도적인 국민당에 맞서서 세력을 확대하고 결국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인지, 그 내막과 배경, 비밀을 알고 싶었다고 했다. 노동조합 등 노동운동이 자본과 권력이라는 거대한 힘에 맞서서 때로는 투쟁으로 때로는 협상으로 대응을 하지만 승리는 늘 어려웠고 승리하더라도 그걸 지켜내는 게 쉽지 않았던 노동운동의 현실에 대한 아쉬움과 갈증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중국현대사와 국공내전에 대한 지식의 집합을 넘어서는 것들이 있다. 똑같은 자료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모으고 살피고 분석하는 동기와 이유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는 법이다. 당연히 저자는 국공내전을 공산당과 국민당이라는 두 거인의 무협적 대결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계급관계, 미국과 소련 등 국제정세의 요소들, 경제적 추이 등 여러 복합적 변수들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함께 살피고 있다. 마치 노동운동의 고민이 그러해야 하듯.

    이런 저자의 문제의식을 가장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건 공산당과 그 사람들을 영웅으로, 국민당과 그 사람들을 악한으로, 흑백논리와 진영론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시각은 소수파 중국공산당이 세력을 확장하고 승리하게 된 결과를 분석한다는 점에서 공산당에 애정을 가지고 접근하지만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찰한다.

    제국주의 일본에 대항하는 전투의 양과 질에서, 국민당은 항일을 기피하고 공산당이 항일에 적극적이었다는 건 과장된 신화였다고 냉정하게 지적한다. 장제스와 국민당이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무능하고 부패했기에 패배했다는 단순논리에도 시비를 건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적들에게서도 배울 것은 배우고 적들의 단점을 공격하고 장점을 흡수할 줄 아는 능력과 유연함이 공산당에게 더 있었다는 건 소소한 지점이지만 결정적인 지점이기도 하다. 상대방을 더 무시하고 더 강하게 비난하는 게 능력이고 선명성으로 취급받는 지금의 현실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 책 <국공내전>이 다루는 시기는 일제의 패망 이후 1945년에서 신중국이 건국되는 1949년까지의 시기를 다룬다. 당연히 이 4년여의 시간에도 앞뒤가 있다. 일제의 침략에 맞서 국공이 합작하기도 했고 서로 처절하게 공격하기도 했던 시간들이 앞에 있다면, 중국 대륙을 마오쩌둥과 공산당이 지배하고 국민당과 장제스는 대만으로 옮겨서 자신들의 통치를 이어갔던 시간들이 국공내전 이후의 시간들이다. 대륙에서는 대약진-문화대혁명, 대만에서는 계엄령 통치로 이어졌다. 국공내전은 그런 의미에서 현대 중국 역사의 분수령이 되는 시간이다.

    내전은 피와 희생이 바다처럼 깊고 산처럼 거대하게 쌓이는 비극과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공산당과 국민당이라는 정치세력이 모든 역량과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들의 역량과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극한의 정신력이 발휘되었던 시간이다. 그 간난의 과정을 거쳐 미약한 공산당이 거대한 국민당을 무너뜨렸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마오쩌둥의 뛰어난 지도력과 주요 활동가-지휘관들의 헌신성과 역량, 조직적 응집력과 대중과의 결합 등이 그 기본 요인이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마오쩌둥의 리더십, 특히 국공내전 시기 그의 리더십은 신중국 건국 이후 문화대혁명 등의 혼란과 동요를 낳았던 독선과 독주의 리더십이 아니라 유연함과 강인함을 겸비한 리더십이었다.

    저자가 <국공내전>에서 가장 애정하는 인물 중의 한 사람인 쑤위와의 관계에서 잘 드러난다. 외선전략을 고수했던 마오쩌둥이 내선전략을 주장하면서 이견을 제시한 하급 지휘관 쑤위에 대해 처음에는 불쾌해했지만 쑤위의 의견이 타당하다는 점은 흔쾌히 인정하면서 수용하고, 오히려 이를 더 발전시켜 전략적 발상으로까지 이어간다는 점은 마오의 장점, 유연한 리더십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안타깝게도 마오의 이런 유연한 리더십은 국공내전 이후 신중국 건설 시기로 가면서 독선과 독주의 리더십으로 변질되고 문화대혁명이라는 극한의 혼란으로 이어지는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

    중국에서는 이 전쟁을 ‘해방전쟁’이라고 부르며, 공산당과 싸웠던 국민당은 반란을 평정한다는 뜻의 ‘동원감란(動員戡亂)’이라고 부른다. 5년 동안 양쪽이 각각 5백만 명이 넘는 병사를 동원했으며, 중국 대륙 전체가 전쟁터였다. 이 책은 내전기인 만큼 굵직한 전투 등 군사적 대결에 대한 설명이 가장 중요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장이고 정치는 비군사적 수단으로 이뤄지는 전쟁”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책 <국공내전>은 공산당과 국민당의 세계관, 군사전략과 정치전략, 미국과 소련이라는 양대 강국의 세계전략, 인민들이 어떤 세력에게 우호적이고 적대적이었던 이유과 사회경제적 배경 등을 읽을 수 있는, 그리고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소중한 텍스트이다.

    “지금의 중국공산당은 내전 당시 공산당이 지향하던 모습과 많이 다르다. ‘혁명을 할 때까지는 고귀한 이상과 이념에 따라 행동하지만 막상 권력을 잡으면 현실적 선택을 하기 마련’이라는 어느 필자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한다”라는 저자의 머리말 구절이 강하게 여운을 남긴다.

    * 레디앙 ‘국공내전’ 연재 링크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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