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관여와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
    [L/A 칼럼] 브라질 룰라의 중국 방문과 배경, 그 이후
        2023년 04월 28일 03: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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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유럽과 미국의 은행들 중 일부가 파산하거나 위기에 처해있다. 미국은 그동안 약 30년 동안의 전체 세계에 대한 헤게모니 전략을 분열(단절), 갈등전략으로 대체하고 있다(이런 변화를 보통 탈세계화 또는 신냉전으로 부르고 있다). 이런 거대한 과도기 또는 변화의 시기에는 신중한 지혜가 요구된다. 거시적으로 보면 근대 문명의 위기, 서구 근대성과 자본주의의 위기라고 인식하는 학자들도 많다. 특히 대중에 대한 소통(커뮤니케이션)의 위기이므로 미디어의 새로운 각성이 주목되고 있다.

    필자는 2016년에 마드리드 대학에 갔다. 그때 학생식당에 잠시 들렀는데 중국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철학과의 어느 스페인 교수를 만났는데 대학원에서 중국 학생들 논문 지도하는 일에 정신이 없다고 하면서 국가에서 전략적으로 학생들을 보내는 것 같다고 했다. 베네수엘라에서도 호텔에 가면 중국인들이 많았다. 중국이 중동,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와 연대와 협력을 넓히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베네수엘라만이 아니라 중국의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투자는 아주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최대 강국인 브라질의 대통령으로 복귀하여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룰라는 4.12일 중국을 방문하여 새롭게 15개의 통상협정을 체결 했다. 모두 알다시피 초등학교 졸업의 그는 금속노동자 출신으로 2003년에 처음 대통령에 취임하였고 2006년 선거에서 재선되었고 2022년 결선투표에서 승리하여 2023년 1월 1일에 삼선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전임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는 부패혐의로 인해 2016년 8월 우파의 의회쿠데타에 의해 실각했다. 그러나 2022년 그녀의 혐의는 무죄로 판명된다.

    룰라의 중국 방문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보다 브라질이 국제무대에 다시 복귀한 신호로서 주목된다. 왜냐하면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전임 극우 보우소나루 정부(2019-2023)는 고립주의 정책을 취했기 때문이다. 이 정부는 계속해서 중국에 대해 말 폭탄을 던졌다. 이제 룰라는 보우소나루에 의해 중단되었던 자신의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의료, 교육의 공공성 등 ‘볼사 파밀리아’ 정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특히 아마존의 밀림 보호 등 생태환경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전임 보우소나루 정부가 무시했던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하는 라틴아메리카의 자율적 통합운동(CELAC)에도 올해 초 복귀했다(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룰라는 라틴아메리카의 유로화 같은 통합 단일화폐 구상을 얘기했다. 물론 장기적이고 개인적 꿈일 것이다. 그러나 룰라의 정치적 걸림돌은 아직 의회(특히 하원)에 남아있으므로 룰라는 각료들 중 일부를 우파에게 주면서 정치적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라틴아메리카의 정치 경제적 변곡점은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2014년이다. 2015, 2016년 계속해서 라틴아메리카의 총 GDP는 하락한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9년도에도 상황이 안 좋았지만. 그러나 2017년부터 좋아지기 시작한다. 중국과의 교역 확대도 일부 사유일 것이다. 중국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부터 돼지 사육을 위한 사료용 대두(콩)를 대거 수입했고 이로 인해 브라질은 경작지 확보와 도로망 개설을 위해 아마존 삼림을 벌채했다. 예를 들어, 2021년에 브라질 대두(콩)는 세계적으로 1위의 생산, 수출품이 된다. 그 결과 아마존은 지구의 허파가 아니라 이산화탄소의 주요 배출원이 되고 있어 툰베리 등 생태환경론자들의 걱정이 되고 있다.

    여기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좌파, 우파를 막론하고 라틴아메리카는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발전주의 정책을 취해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브라질은 1964년의 군부 쿠데타 이후 이미 1970년대부터 광물 개발과 대두 경작을 늘려왔고 이를 위해 아마존 지역의 도로망 개설, 삼림 벌채 등 환경파괴를 해왔다. 다만 2019년에 심하게 막무가내로 아마존 삼림을 개발(?)(화재 유발 등 파괴)한 극우 보우소나루 정부(어느 맥락에서 가난한 일부 브라질 사람들이 보우소나루 정부를 지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와 달리, 룰라와 지우마 정부는 상대적으로 환경 파괴가 덜했고 아마존의 생태 보존을 위해 노력했으며 이를 위해 기후위기에 민감한 노르웨이 정부 등이 아마존 환경보존기금으로 10억불을 지원하기도 했다. 물론 장기적 비전의 차원에서 근대 자본주의 발전에 대한 대안모색(예를 들어 “인간과 자연의 공존” 등)이 다양하게 있을 수 있으나 이런 생태주의적 담론에 대한 언급은 생략하겠다.

    신냉전이란 단어가 함축하듯이 과거 제 3세계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순한 부상이 아니다. 서구 근대문명이 위기에 처하면서 서구, 일본, 미국 등 글로벌 ‘북’의 위기상황에서 글로벌 ‘사우스(남)’가 대안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특히 이란, 사우디,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공, 브라질 등이 중국, 러시아와 함께 서구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3년 3월 29일 중국과 브라질 사이에 비 달러화인 자국통화를 통한 무역결제에 합의했다. 브라질은 이미 메르코수르를 통해 아르헨티나와 2008년부터 무역거래에서 달러화 결제를 피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중국은 브라질의 교역국 1위가 되고 있다. 단지 국제 정치, 경제에의 영향만이 아니라 인식론적, 문화적 차원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나치게 경제주의적 관점에서 미중 갈등을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세계체제에 대한 지정학적, 인문학적 연구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유럽(미국 포함)/비유럽 사이의 위계적 서열을 거부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세계화/반세계화가 아니라 신자유주의가 가지는 사회적 약자(비유럽인, 여성, 젊은이)에 대한 폭력적 배제를 거부하는 흐름 말이다. 인문학적으로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신자유주의가 사회를 파시즘화 시키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예를 들어, 육아 휴직 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극복하는 과제)와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은 서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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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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