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계 지율스님 ‘김낙영’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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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3월 22일 07: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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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단식투쟁에 들어간 공공노조 도우지회 김악영 지부장 
     

    전국공공서비스노조 건설엔지니어링지부 김낙영 지부장이 ‘또’ 단식투쟁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낙영 지부장은 지난 2003년 건설엔지니어링노조 통일 단협 체결을 요구하며 파업 투쟁을 벌일 때, 2005년 건설엔지니어링노조 건설협회지부 파업 때, 또 2006년에는 만영지부 파업과 공공연맹 노동법 개악저지 파업 때 단식투쟁을 했다. 그러니까 이번 단식 투쟁은 다섯 번째다.

    김낙영 지부장이 이번에 단식투쟁을 벌이는 이유는 3월 21일 현재 282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도우지회 투쟁 때문이다.

    단식투쟁에 들어간 김낙영 지부장을 만나기 위해 21일 오전 석촌역 도우본사 앞 천막농성을 찾았을 때 김 지부장은 농성장에 없었다. 조합원들은 아마도 근처 차 안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낙영 지부장은 농성장 뒤편 차 속에서 있었다.

    단식투쟁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조합원들이 불편해 할 것 같아서요. 지부장이 단식하니까 조합원들이 마음대로 먹지도 못할 거고, 그래서요” 김낙영 지부장은 왜 혼자 차 안에 있냐고 물어보니까 사람 좋은 웃음으로 답했다.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또 단식투쟁을 벌이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이렇게 사람 몸을 망가뜨리는 단식 밖에는 선택할 수 없냐고 물었다.

    “안할려고 했어요. 조합원들도 많이 말렸고 하고 싶지 않았어요. 누가 단식 투쟁을 하고 싶겠어요?” 한참을 뜸들이다가 김 지부장이 말을 이었다. “조합원 살리려면 이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조합원 살리려면’ 이 말을 듣자 갑자기 가슴이 무거워졌다. 그렇게 살리고 싶은 조합원들은 현재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금은 많이 안정화 됐는데 얼마 전까지 조합원들이 힘들어 했어요. 파업이 너무 길어지니까 힘들어하고 ‘할 만큼 한 거 아니냐’는 그런 얘기들도 나왔다고 해요. 또 얼마 전에 한명이 파업 대오에서 이탈하니까 흔들리는 부분도 있었고…”

    그렇다. 파업이 280일이 넘었다. 달수로는 8개월이다. 이 기간 동안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않았는데 안 흔들린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다. 그래도 처음 32명의 조합원 중 31명이 지금까지 남아서 버티고 있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우 조합원들 갈 곳 많아요. 조합원 모두 기술자거든요.(건설엔지니어링업계 조합원들 대부분은 설계사, 감리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특히 이 업계는 이직율이 많고 경력 기술자 수는 한정돼 있어 조합원들의 재취업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남아 있는 것은 도우 회사측의 탄압이 도를 넘었기 때문입니다. 또 회사에 대한 애정도 많고요. 회사 애정 없으면 벌써 갈 길 갔죠. 도우회사는 난장판 됐을 거고요”

    노동탄압 백화점 도우사측

       
      ▲ 3월 21일 282일째 파업을 맞고 있는 도우지회
     

    회사측은 도우 파업이 장기화 되자 조합원 집집마다 도우 회장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여성 조합원 가족에게는 "결혼이나 시켜라. 이래서 시집이라도 가겠냐?" 등의 협박 전화도 했다고 한다. 또 도우 회장의 사위(현재 도우 관리본부장이다)는 직접 깡패에게 조합원의 다리를 부러뜨리라는 믿기지 않는 지시를 했다고 노조는 말하고 있다.

    현재도 용역경비들은 10여명이 상주해 있는 상태다. 여기에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이 탄압하는데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손해배상 청구도 진행했다. 법원으로부터는 조합원 및 노조 간부의 업무방해 가처분 신청을 받아냈다. 노동탄압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백화점식 탄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린 합법적으로 쟁의절차를 진행하고 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완전한 합법이죠. 그런데 회사쪽은 불법으로 대체근로 하고 부당노동행위 하고 있는데 우린 도통 손을 쓸 수가 없어요”

    불법 대체근로에 벌금 50만원 솜방망이 처벌

    도우사측은 현재 조합원 파업에 대비해 대체근로를 투입했다. 물론 불법이다. 노조도 이런 사측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 결과가 약식명령으로 벌금 50만원이다.

    노동자들은 280일간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받고 수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고 있는데 명백한 불법 대체근로에 대한 법적인 제재 수단은 겨우 50만원의 벌금이다. 그리고 도우 사측은 지금도 대체근로를 하고 있다.

    김 지부장이 한탄하듯 말을 이었다. “도우는 거의 모든 가입대상자가 조합원으로 가입했고 파업을 벌이고 있어요. 대체근로가 없으면 벌써 해결될 상황인데, 법적으로 이런 솜방망이만 때리니 사측이 겁을 먹겠어요. 답답합니다”

    노조와 도우사측은 280일간의 파업 기간 동안 실질적인 교섭은 두 번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것도 단협안에 대한 논의는 단 한글자도 못했다고 김 지부장은 말했다.

    “사측은 그래요. 교섭하고 싶은데 노조가 안한다고, 그런데 그게 말이 안돼요. 파업 풀고 교섭하자는데 그걸 어떻게 받아들입니까? 이날 이때까지 단체협약안 체결하자고 파업했는데 파업 풀고 단체협약안 논의하자고 하면 길가던 애들도 이해 못할 겁니다. 파업을 해도 안들어주는데 파업 풀면 들어줘요? 절대로 파업 못 풀죠. 끝까지 가는 겁니다”  갑자기 김 지부장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7개월 간의 파업 기간 중에 사측은 계속 말을 바꿨다고 한다. 처음에는 건설엔지니어링노조가 산별통일협약을 양보하면 다 들어줄 것이라고 했다가 노조가 작년 12월 파업이 연말을 넘기지 않기 위해 양보할 뜻을 보이자 갑자기 말을 바꿨다고 한다.

    노동자들도 질기지만 솔직히 도우 사측도 질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거의 모든 조합원이 파업을 벌이고 있는데 회사 운영은 제대로 되는 것일까? 라는 궁금증도 들었다.

    “그게 이상해요. 한 때 150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30명 수준으로 떨어졌거든요. 이러면 건설엔지니어링업계에서는 사업 면허도 반납할 수밖에 없어요. 원청업체에서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밖에 없고요. 이건 막가파지요. 너죽고 나죽자. 이런 마음 아니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노조가 그렇게 싫은지 참!”

       
      ▲ 지난 16일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공공노조는 석촌동 도우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도우 파업 해결을 촉구했다.
     

    “집에 가고 싶어도 맘 약해지잖아요, 새끼들 얼굴보면”

    작년 4월 15일 도우지회가 노조를 만들고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파업을 이끌고 있는 김낙영 지부장은 집에 들어가지 못한 지 거의 1년째라고 했다. 심지어 명절인 추석과 설에도 집에 다녀오지 못했다고 한다. 아무리 천막농성이 길어진다고 하더라도 이건 좀 심했다는 느낌이다. 평일이 어려우면 주말이라도 잠깐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맘이 약해져서요. 집에 가면 맘이 약해지니까. 새끼들 얼굴 보면 맘 약해지고 해서 못가요”
    뜻밖이다. 맘이 약해져서 집엘 못 간다고 한다. 일이 바빠서, 아니면 다른 어떤 말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집에 안가도 되는 상황이니까 안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다른 어떤 이유도 아닌 ‘맘이 약해져서, 새끼들 얼굴 보면 맘이 약해지니까’라는 말은 사람을 참 괴롭게 했다.

    “그래도 애들 생일 때는 집에 가요. 큰 딸은 10살, 둘째인 아들은 8살인데 둘째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요. 입학식에는 갔습니다”

    지난 추석때는 혼자 농성 천막을 지켰는데 무서웠다고 한다. 전기도 없고 거리에는 사람들도 없고 너무 무서워 촛불을 켜고 밤을 꼬박 새웠다고 한다.

    “가고 싶죠. 명절인데 그런데 내가 가면 조합원들이 천막을 지켜야 하는데, 그건 아니죠”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단체협약을 요구하고 파업을 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단지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단협체결을 요구하며 파업을 한다는 이유로 노동자가 이렇게까지 힘들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은 끊이질 않는다.

    도우지회의 쟁점은 어떻게 보면 사소한 사안이다. 단체협약을 체결하면 된다. 이미 거의 모든 노동조합이 회사측과 단협을 체결했다.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김낙영 지부장이 단호하게 얘기한다.

    “이번에는 끝을 내야죠. 어떻게 해서든지 이번에 끝내야만 합니다. 노조 인정받는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되겠습니까?”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나-단협 체결

    공공노조 건설엔지니어링지부 도우지회의 현재 남아있는 쟁점은 사실상 단체협약안 체결이다. 당초 노조가 요구한 통일협약에서 사실상 노조가 양보한 것이다. 통일협약은 2년 뒤에 체결하고 먼저 기업별 단협을 맺자는 것이 노조의 최종안이다.

    물론 단협안 논의 과정에서 수 많은 논란이 이어지겠지만 사측이 노조를 인정하고 단협 체결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금방 풀릴 수 있는 사안이다. 사측은 이에 대해 노조가 파업을 풀고 다시 대화를 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 입장은 단호하다.

    280일간 무노동 무임금을 감수하면서 파업을 벌인 이유는 노조 인정과 단협체결인데 이를 포기하고 파업을 중단하라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때 노동부의 중재로 기업별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교섭 테이블이 열리는 듯 했으나 도우 사측이 갑자기 노조의 백기 투항을 요구하면서 현재는 교섭은 열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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