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도 후보 선출시기 논란
        2007년 03월 21일 06: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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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상 6월 말과 7월 초로 예정됐던 대선 후보 선출시기와 관련해 ‘늦추자’라는 의견이 제기돼 민주노동당도 후보 선출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선출 시기는 그 동안 별다른 이견 없이 확대 간부회의 및 최고위원회 등의 논의를 통해 6월말에서 7월초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6월 항쟁을 기념하고 휴가 시즌을 피해 기존의 한나라당 경선 시기와 맞춘 것으로, 가능하면 빨리 후보를 선출해 힘 있게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경선 시기를 8월 중순으로 연기하는 등 당 외적 조건의 변화와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선출 방식으로 논의됐던 개방형 경선제가 부결되는 등 내적 요소가 동시에 겹치면서 민주노동당 대선 로드맵에 대한 전반적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이 같은 조건을 반영한 경선 시기 연기 의견들이 제기됐으며, 20일 ‘대선 관련 로드맵’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 워크숍에서 관련된 논의가 본격화 됐다.

       
      ▲ 민주노동당 유력 대선후보 3인. 왼쪽부터 권영길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 심상정 의원.
     

    권, 심 “한나라당과 맞짱” vs 노, “보수 양당 사이 샌드위치 될 수도”

    워크숍에 앞서 최고위는 △대선 후보 선출 7월초 마무리 △당원직선제로 선출하되 권역별 순회 투표 △온라인 투표 배제 등을 골자로 하는 지도부의 원안을 미리 대선 주자 3인에게 제시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에 대해 권영길 의원과 심상정 의원은 ‘8월 중순에서 9월 초’까지 대선 후보 선출 시기를 연기하자는 입장을 최고위원회에 전달했다.

    특히, 권영길 의원은 처음으로 대선 후보 선출 시기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혀 관심을 모았다.  권영길 의원은 "선출 시기로 각 후보별 유불리를 따질 수 없으며, 그건 아무도 모른다"면서 "정치의 외부 상황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으로 지금 정치 판도가 어떻게 급변할지 아무도 모르고, 현재 분위기로는 열린우리당과 범여권 구도로 모든 관심이 전부 쏠릴 판"이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자칫 민주노동당이 끝까지 소외받을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최고위에서 6월말 7월초로 의견이 모아진 것도 그 당시 한나라당의 경선 시기가 6월 말이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한나라당의 경선 일정이 바뀌었으니 민주노동당도 고민해 봐야 한다"라며 "현실적으로도 시기가 늦춰졌을 경우 정치 후원금을 더 많이 모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 달 대선 출마에 앞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맞짱 뜨는 경선이 돼야 한다"면서 “한나라당 후보 선출 직후 민주노동당 경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심상정 의원은 최고위 워크숍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심 의원은 의견서를 통해 △경선 3강 구도 형성에 따른 당 안팎의 흥행 분위기를 고조시켜야 한다는 점 △당원을 포함한 진보 세력의 잠재력을 모아야 하는 점 △정치 외적 상황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맞설 수 있는 후보를 내야 하는 점 △대선 자금 및 재정 문제 관련해 선출 시기가 빨라질 경우 후원금 모금 기간이 줄어드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경선 시기 연기를 주장했다. 

    이와 관련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아 경선 시기를 늦추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 심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그런 이유로만 주장하는 것이라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겠지만, 우리 측이 제시하는 기준은 당의 대선 전략을 짜는데 핵심적인 내용들"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노회찬 의원측은 "한나라당의 8월 중순 경선과 여권 후보 선출 사이에 민주노동당이 대선 후보를 뽑으면 샌드위치가 돼 여론의 관심이 떨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 의원측 한 관계자는 "공세적 선거를 위해 진용을 빨리 갖춰 후보를 빨리 뽑아 현장을 누비고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라며 "다른 당은 노하우, 후보 인지도, 지지 조직 등이 이미 형성됐지만 우리는 후보를 빨리 뽑아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만약 9월에 후보를 선출하면, 선대본 구성에 한달, 이후 공약, 정책 마련하면 실제 선거 운동 기간은 한 달 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측은 "진보정당의 전략은 시간이다"면서 "경선 시점을 늦추자는 것은 자기 경선 유불리에 따라 대선을 망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경선 시기를 두고 당사자인 세 후보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그 결과가 어떻게 조정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당 안팎에서도 해석과 의견이 분분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6월 말 7월 초에 뽑아 후보 중심으로 체제를 정비해 확실한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비슷한 시기에 다른 당과 함께 출발했다고 해서 과연 언론이 우리를 조명해 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경선 시기가 늦춰지면, 후보의 경쟁력 형성 과정에 (역동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라며 "예를 들어, 경선 시기가 늦춰지면 우리 주자들이 박근혜 대표를 포함해 다른 당 주자와 각을 세우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곧 외부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당 안팎의 경쟁력을 높이고 판을 역동적이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노 의원은 가장 빨리 대선 준비를 했고, 또 본인 스스로가 본선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조기 선출이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권 의원은 당 대표로 활동하느라 상대적으로 준비 할 기간이 부족했고, 심 의원 또한 당원과 접촉할 기간과 공간이 필요하기에 그들에겐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일각에선 한달 정도 늦춰지는 경선 시기가 사실상 대선 주자 3인방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노동당의 다른 관계자는 "최소한 한나라당과는 경선 시기를 맞췄으면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전국적으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사실상 경선 시기가 세 의원들에게 크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기 선출이든, 늦추자고 하는 입장이든 나름 다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측 다 선거 시기를 놓고 정치 공학적 판단과 이해 관계 등에 의해 입장을 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경선 시기는 당의 대선 전략의 원칙을 세워나가는 큰 틀의 일환으로 논의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선출시기 이견 정략적 결과물 아닐 것"

    이와 관련해 최고위원회 일각에서는 민주노동당 열성 지지자들의 잠재력을 모으기 위해 후보 선출 시기를 연기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는 당비를 낮추고, 투표권을 가지는 당권자의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당규를 개정하자는 의견과 연계해 후보 선출 시기를 연기하고 그 사이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당원들을 확대하자는 취지이다.

    이해삼 최고위원은 "개방형 경선제가 부결돼 실망한 많은 당원들에게 의견으로 제시한 당규 개정 등의 안을 통해 개방형 경선제 정신을 보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제시돼 논의되어야 한다”면서 "경선 시기를 늦춰 그 사이에 당원을 배가시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등 대중조직 소속 지지자들을 조직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원래 계획대로 6월말 7월초를 고수하자는 입장도 만만치 않아 팽팽한 논란이 예상된다.  김성진 최고위원은 “개방형 경선이 부결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더 느슨해지기 전에 후보를 빨리 뽑아 대선 모드로 체제를 완전 정비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당원과 후보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당의 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선 후보 선출 시기 및 방법 등과 관련된 내용은 오는 22일 최고위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돼 23일까지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그 후 24일에는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31일 중앙위에 상정될 안건 여부의 확정 및 공지가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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