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님, 차카게 삽시다"
        2007년 03월 19일 04: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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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일 오후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사진=연합뉴스) 
     

    신물이 난다. 저 대접해주지 않는다고 이당 저당 옮겨 다니고, 그럴 때마다 나라가 어쩌고, 새 정치가 어쩌고 온갖 그럴싸한 얘기 갖다 붙이는 짓 이제 그만 해줄 때도 되지 않았는가? 국민들도 이 직장 저 직장, 이 집 저 집 떠밀려 다니긴 하는데, 이게 다 손학규 같은 철새 정치인 덕택이다.

    철새가 무슨 죄가 있나? 강장동물 집안에 미안한 말이지만, 손학규는 제 의지로 여행하는 철새보다는 파도에 몸 맡겨 떠도는 해파리 인생이 딱이다.

    손학규 탈당의 변을 아무리 곰곰이 되씹어 보아도 도대체 탈당의 명분을 찾을 길이 없다. “‘새로운 한나라당을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라니? 민자당 시절부터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를 두루 지낸 한나라당 적통 손학규의 변명치고는 너무 구차하다.

    지난 15년 동안 탈당해야 했을 때는 뭣하다, 이제 와 이런 쇼를 하나? 안기부법, 노동법 날치기 때는 주저앉아 있다가, 상대 후보가 좀 비아냥거렸다고 탈당하는 것이 “한반도 대개조를 위한 당찬 비전”이라니! 솔직해지자. 한나라당에서 바뀌지 않은 것은 본인의 지리멸렬한 지지율이고, 바뀐 것은 대선 경선에 더 가까워졌다는 사실 뿐이지 않은가.

    “일부 의원들과 당원들조차 대세론과 줄 세우기에 매몰되어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나라당의 개혁파 의원들이 손학규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학규가 옛날에 개혁적 교수여서?

    손학규는 한미FTA에 찬성한다. 이명박, 박근혜와 같다. 북한 핵실험 당시 손학규는 “북핵을 용인하는 듯한 어물쩡한 태도는 무능하고 시대착오적인 좌파적인 사고방식”이라며 이명박, 박근혜보다 더 강경 입장을 취하지 않았던가? 손학규는 한나라당 개혁파가 자신을 지지해야 하는 아무런 이유를 보여주지 못했다.

    손학규의 탈당이야말로 전형적인 줄세우기다.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여권에게 “번호표 받아 오세요”라고 외치는 줄세우기다. 손학규 기자회견문 첫머리에 나오는 “한국 정치의 낡은 틀”의 교과서다. 사상도 정책도 신의도 정당도 다 버리고 이리저리 짜깁기해서 권력 한 번 잡겠다는 구닥다리 ‘정치질’이다.

    기자회견 전에 손학규는 만행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만행(漫行)에서 깨우친 게 만행(蠻行)인 모양이다. 한나라당 경선 민주주의도 지키지 않으면서 무슨 ‘새로운 패러다임’이며 ‘새로운 문명’을 말하는가? 정치학 박사 손학규, 초등학교 반장 선거 견학을 권한다.

    손학규는 “21세기 주몽”이 되겠단다. 드라마 한 편이 사람 여럿 버려 놓는다. ‘야동 순재’가 되지 않길 바란다. 손학규는 본인의 탈당이 “순교”란다. 순교하기 전에 유흥가 근처 사우나에 가보길 권한다. 우람한 팔뚝에 새겨져 있는 ‘차카게 살자’에서 더 배울 게 많을 게다.

    “어둠은 마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고, 들리는 것은 거센 바람소리 뿐이었습니다.”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 이후 최고의 절창이다. 경선에 질 것 같아 탈당하면서 뭐 이런 …….

    이인제는 가스통에 불 붙이며 데모했고, 박찬종은 빚 못 갚아 감옥에 갔다. 손학규, 또 어디서 볼 수 있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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