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편견 뿌리치고 대중성 '쟁취'를 향해
By
    2007년 03월 16일 04:20 오후

Print Friendly

1907년 재일유학생 학술지 『태극학보』에는 『해저여행기담』이라는 소설이 한 편 실린다. 그것이 바로 쥘 베른 원작의 『해저 2만리』. 그러므로 SF가 한국에 상륙한지 올해로 딱 100년이 되는 셈이다.

지난 100년 동안 SF(Science Fiction)라는 용어는 누구나 언급하는 장르가 되었지만 사실상 이해보다는 오해의 저변이 더 넓다. 한편에서는 SF를 ‘유치한 소설’이라고 폄하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과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면 읽을 수 없는 장르로 여기며 ‘두려운 소설’로 미뤄둔다.

실제로 올더스 헉슬리나 어슐러 르 귄 등의 작품 앞에서 ‘유치한 소설’이라는 폄하는 취소되어야 하고, 고난이도의 과학지식이 필요한 이른바 ‘하드 SF’는 소수에 불과하므로 ‘어려운 소설’이라는 평가는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이야기다.

SF는 말 그대로 ‘과학적인 지식을 토대로 창작된 소설’일 따름이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의 도래는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서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과학 기술과 기계가 인간의 삶과 결합하면서 이전과는 삶의 풍경이, 사유의 영역이 판이해지리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된 것이다.

누군가는 테크놀로지와 함께 미래의 이상향을 더욱 설레게 꿈꾸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인류가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차원이 다른 종류의 고난을 겪게 되리라며 암울함에 빠졌다.

초기의 과학 소설 중 하나인『2400 년 L’ A n 2400』(1770) 을 쓴 루이 ― 세바스티앙 메르시에는 인류에 보탬이 되는 기계와 함께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일굴 수 있다는 낙관적인 의식을 보여주었다. 반면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은 음울한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보였다.

세기가 바뀌면서 더욱 확실해 지는 것은 테크놀로지와의 관계이다. 따라서 SF에 담긴 미래적 상상력은 도래할 현실에 대한 사유이기도 한 셈이다. 서구의 경우 『프랑켄슈타인』 이후 문학적 후계들이 끊이지 않았던 반면, 우리나라의 SF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단적으로 지난 10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에 값하는 SF 출판물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고전으로 꼽히는 SF 소설이라고 해도 유명세를 뒤쫓아 단권 출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곧 SF에 대한 체계적인 출판 프로젝트가 거의 전무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1970년대 ‘아이디어 회관’에서 SF 문고 시리즈를 출판하기 시작했고 꽤 많은 인기를 끌게 되었다. 불법출판인데다가 중역본이었던 탓에 이것을 두고 SF 출판을 꽃피운 사건이라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편이지만, 이후에도 대다수 SF 소설들은 이렇게 후진적인 출판문화 속에서 그 명맥을 잇게 된다.

정식 라이센스를 받지 않고 출판하는 관행은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 저작권 계약을 하지 않은 것 외에도 부실한 번역으로 인해 작품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으며, 독자들에게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울 만한 자료들 역시 거의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 등이 SF 독자들 사이에서는 늘 불만스러운 점으로 꼽혔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그나마 출판의 기본도 지키지 않는 관행들은 조금씩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SF 고전들을 상당수 번역출간한 시공사의 그리폰 북스가 2005년 이후부터는 발간이 중단됐다는 점은 목마른 SF 독자들을 더욱 섭섭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황금가지가 2001년부터 환상문학 시리즈를 펴내고 있지만 장르문학 전집에 가깝기 때문에 SF의 비중 자체가 높은 편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문서 출판으로 시작한 행복한 책읽기가 SF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일은 꽤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SF가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읽히고 있다는 사실은, 거꾸로 말하자면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전히 저변이 충분히 다져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나마 고전이라고 할 만한 외국의 SF들은 나름대로 꾸준히 번역 출간되고 있지만, 국내 창작 SF는 이제야 겨우 시작하는 단계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 SF 공모전과 문학상으로는 황금가지의 ‘황금 드래곤 문학상’과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과학기술 창작문예 공모전’이 있지만 수도 적고 홍보가 잘 되어있지 않다.

문학이 세계에 대해서 상상력으로 대처하는 하나의 자세라는 점에서 보자면, 최대한의 상상력으로 응집한 필봉을 휘두르는 SF의 척박한 현실은 지금-이곳의 상상력이 아직도 불균형하며 가난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문학이 ‘~에도 불구하고’ 씌어지는(혹은 그래야 하는) 것임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양, 지금-이곳의 SF는 척박한 현실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발구르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아래에 이어질 행복한 책읽기의 임형욱 대표와 이제 곧 세상에 나올 SF 월간지 『판타스틱』의 박상욱 편집장 인터뷰는 그런 맥락에서 마련한 것이다. -『텍스트』편집자주

"SF의 90%는 쓰레기, 모든 것의 90%도  쓰레기"

월간 『판타스틱』 편집장 박상준 인터뷰

   
  ▲ 『판타스틱』 편집장 박상준
 

현재 SF 지면으로는 『HAPPY SF』가 있다. 하지만 잡지와 단행본의 중간인 무크지이고 2년에 한 권이 나오는 상황이라 잡지보다는 단행본에 가깝다. 다른 말로 하면 인터넷을 제외하고 지면으로는 SF에 관한 정보를 그때 상황에 맞게 얻을 수가 없다는 말도 될 것이다.

행복한 책읽기 같은 출판사가 단행본을 지속적으로 출판해오긴 했지만 잡지나 매체에서 SF를 다루지 않은 탓에 국내독자들은 SF를 제한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호들갑스럽게 말하자면 3월말 창간 예정인 월간 『판타스틱』은 “창간만으로도 한국 SF사에서 감사한 잡지”로 기록될 것이다. SF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줄 우물이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판타스틱』의 편집장 박상준과의 인터뷰.

텍스트(이하 텍) 월간 『판타스틱』의 창간 의의에 대해 설명해 달라.

박상준(이하 박) SF는 고정팬이 항상 존재했던 장르다. 하지만 사실상 팬들의 욕구에 부흥하는 정기간행물 매체가 없었다. 아마 우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점에 잡지를 창간하는 의의가 있다. 그리고 SF는 사실상 작품을 발표할 지면이 없다. 앞으로 <판타스틱>은 등단한 장르소설 작가들에게 지속적으로 고정지면을 할애할 계획이다. 또한 외국의 SF 트렌드도 소개하겠다. 

텍  월간지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창간호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부탁한다.

계간지 형태로 나왔던 문예지들이나 장르문학 잡지는 발행 간격이 너무 길다. 그런데 월간지는 신선한 감흥을 유지할 수 있다. 한달 동안 잡지를 보다가 대충 봤다 싶으면 또 다음 잡지가 나온다. 꾸준하게 관심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간 간격인 거 같다.

그리고 창간호에는 만화, 소설, 칼럼 등이 실린다. 만화 같은 경우에 『십자군 이야기』로 반응을 얻고 있는 김태권이 단편을 싣기로 했다. 소설로는 이영도, 박민규, 듀나의 작품이 실린다. 주류문학 및 장르작가들의 작품이 골고루 수록이 될 예정이다. 번역가 김상훈의 칼럼도 싣기로 했다. 기획특집으로는 주목할 만한 SF 작가들을 10명 정도 선정해서 작품세계를 소개할 생각이다.

대중소설과 ‘문단 소설’ 사이에서 SF소설의 역할은 무엇일까.

독자들이 선호하는 건 신선한 이야기다. 그런 이야기를 쓰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SF에서 취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젊은 작가들 중에 SF를 차용해서 작품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그런 작품들이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한다. 그런 점들을 감안해 『판타스틱』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이 주류문학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해본다.

SF에 관해 대중들이 갖고 있는 편견이 있을 거 같다.

어린애들이나 보는 유치한 거라는 짐작과 과학을 모르면 소화할 수 없는 소설이라는 편견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선입관이 다 틀렸다고 본다. 먼저 유치하다고 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조지 오웰의 『1984』라던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같은 작품도 SF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다.

그런 소설들을 굳이 순수문학과 SF로 따로 떼어서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이쪽 분야를 잘 알지 못하는 국내에만 있는 시각이다. 이를테면 미국의 디오도스 터전이라는 작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SF의 90%는 쓰레기다. 그러나 모든 것의 90%는 쓰레기다”라고. 이 말처럼 SF에서만 유치한 작품이 많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SF에도 뛰어난 걸작들은 있다.

그리고 SF는 어렵다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과학적인 설정의 정밀함과 고난이도를 중시하는 하드 SF가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모든 SF가 하드SF인 건 아니다. 말랑말랑한 멜로드라마도 있다. 유쾌하고 코믹한 작품도 있다. 나는 『판타스틱』을 통해 SF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SF가 어렵다는 선입견을 불식시키고 싶다.

월간 『판타스틱』창간 기념으로 한국 SF 백년 전시회를 한다고 들었다.

잡지창간과 함께 대중들에게 한국 SF 소설사의 줄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창간을 기념하는 일종의 선언적인 의미로 전시회를 기획하게 된 거다. 한국의 SF 문학사에 대한 자료들을 꾸준히 모아왔고 그것들을 정리해서 한 자리에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마침 문지문화원이 오픈하는 시점하고 시기가 비슷했다. 문지문화원도 퓨전문화적인 지향점을 가지고 있어서 기획과 잘 맞았다. 연말까지 『판타스틱』에서 한국과학소설 100년사 기획기사를 연재할 생각이다.

한국 내 SF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어떤 시도들이 필요한가.

일단 『판타스틱』 같은 정기간행물이 꾸준히 지면을 제공해주고 독자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접할 수 있는 장이 되어주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다른 단체나 기관에서 여러 형태의 신인공모전을 지속적으로 해줘야 한다. 단행본 출판사들도 장르소설을 많이 내다보면 독자들의 수가 늘어가고 결과적으로 뛰어난 역량을 가진 신인작가들도 등장하게 되지 않을까.

그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것이다. 어느 한 분야나 어느 한 곳에서만 열심히 한다고 이뤄질 일은 아니다. 각계에 있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힘을 써야 한다. 『판타스틱』이 그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 * *

"SF에 대한 편견이 답답하다"

<행복한 책읽기> 대표 임형욱 인터뷰

   
  ▲ <행복한 책읽기> 대표 임형욱
 

행복한 책읽기는 한국 SF 출판시장을 선도하는 출판사다. 『HAPPY SF』라는 무크지를 통해 SF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SF독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SF팬덤을 확장해왔다. SF가 마니아들만 즐기는 문화에서 대중적인 문화로 변해가고 있다면 그 일등공신은 행복한 책읽기일 것이다.

시공사에서 2005년 4월까지 그리폰 북스를 발간했고 황금가지에서는 환상문학 시리즈를 출간해왔지만 행복한 책읽기의 입장과는 다르다. SF가 시공사와 황금가지에서 곁가지였다면 행복한 책읽기에서는 몸통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행복한 책읽기는 다른 출판사와 달리 장기적인 플랜으로 SF출판의 토대를 다지고 있다. SF출판시장에 관한 이야기를 행복한 책읽기의 대표 임형욱 씨를 만나 들어보았다.

텍스트(이하 텍) SF 총서를 기획하게 된 과정과 앞으로 나올 작품들에 대해 설명해 달라.

임형욱(이하 임) 좋은 장르문학을 소개하자는 취지에서 시장조사를 했다. 그 결과 다른 장르소설들은 이미 많은 출판사에서 좋은 책들을 내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출판사에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SF 쪽으로 내는 게 전략적으로 옳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금까지 낸 건 작가선집, SF총서, 작가의 발견, 『HAPPY SF』 이렇게 4시리즈 15권 정도다. 앞으로 낼 책들은 작가선집 같은 경우에 3권으로 젤라즈니 걸작선을 준비하고 있다. 또 루이스 맥마스터 뷰졸드의『전사의 도제』는 아마 3월에 책이 출간될 수 있을 거 같다. 다음 아이템은 다아시 경 3부작 중 아직 출간되지 않은 『나폴리 특급살인』이다. 올해 안에 나오게 될 걸로 예상한다.

이외에 『타임패트롤』 시리즈 3부작도 계약이 되어있다. 작업을 순탄하게 진행하지 못해서 출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일 년에 네 권 많으면 다섯 권 사이로 꾸준히 내서 백 권을 채우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서 SF에 대한 인식은 애매한 지점이 있다. 편견이 만만치 않았을 거 같다.

가장 답답한 부분이 그것이다. 보통 책이 나오면 작게는 50권 정도에서 많을 때는 150권에 이르기까지 평균 80권 정도를 언론사에 홍보용으로 보낸다. 그러면 기사가 많이 나오는 책들이 있다. 예를 들어 장정일의 『생각』이라는 책이 나왔을 때는 한 면 전체에 기사가 실렸다.

반면에 SF는 기사가 나오는 일이 거의 없다. 나오더라도 단신이나 토막기사로 나온다. 과학소설계의 많은 상을 휩쓴 테드 창의 신작이 나와도 그렇다. 이런 책이 언론에서는 단신 몇 줄 나오고 말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최소한 박스 기사 형식으로라도 다룰 만한 작품인데 지나치게 인색하다.

또 순수문학 하는 분들이 장르문학에 대한 편견이 많다. SF는 애들이나 보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저 불평하지는 않겠다. 우리가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SF 독자의 편차는 큰 편이다. 이런 시장상황에서 겪은 애로사항을 말해 달라.

시장 타겟을 어디로 잡느냐는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우리 출판사는 오래된 독자들을 타깃으로 하다보니까 작품이 좋은 경우에는 꾸준히 반응을 얻는다. 그런데 이런 독자들이 1만 명을 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독자에게 취향을 맞추다보니 SF를 처음 접하는 초심자들이 다가서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초심자들을 위한 책을 기획하자니 눈이 높은 독자들은 외면하게 된다. 그래서 대중적인 SF 총서 시리즈와 문학적인 작가선집 시리즈로 분리를 했다. 시장이 원한다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맞춰가야 하는 부분이다.

SF 시장 역시 눈에 보이는 확실한 전망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국내 창작 SF에 대해서는 SF팬들도 무관심하다. SF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면 일단 책을 사는 충성도 높은 독자들도 있지만 작품이 좋으면 사고 나쁘면 사지 않겠다는 독자들이 대다수다. 지금 한국 창작 SF 수준은 1980년대 현대자동차가 포니나 스텔라를 만들던 수준인데 독자들 눈높이는 BMW나 벤츠에 맞춰져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80년대에는 국산차를 열심히 사줬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걸 토대로 해서 외국에 수출하고 노하우를 축적하다보니까 지금은 고급차를 만들고 있지 않나. 기대치에 못 미치더라도 읽어주고 그것을 기반으로 작가들이 작품집을 계속 발표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2007년 3월에 『판타스틱』이라는 월간 SF 잡지가 나온다는 사실이다. 『판타스틱』의 성공여부가 한국 SF출판계의 분수령이 될 거다. 자리를 잡으면 다양한 색깔의 창작 SF작가들이 배출되고 좋은 작품들을 단행본으로 묶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암흑기가 초래할 거다. 왜냐면 누구도 다시는 그 정도의 인력과 그 정도의 자본을 들여서 투자 안할 거니까. 우리 역량은 딱 무크지 정도다. 만약에 『판타스틱』이 성공 못하면 무크지 정도 밖에 살아남지 못하는 시장이 되고 만다.

다른 출판사와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듣고 싶다.

독자들과 호흡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다. 이를테면 우리 사이트에는 지금까지 낸 모든 책의 정오표가 있다. 2쇄 3쇄하면서 계속 오자를 고치기 위해 달아놓은 거다. 그런데 그걸 본 독자들이 책 나오기 전에 고쳐줄 테니까 원고를 보내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모니터 제도를 만들었다.

책 나오기 전에 미리 발송해주고 교정지가 돌아오면 반영한다. 또 서점 모니터 회원이라는 것도 있다. SF가 찬밥 대접받는 건 언론뿐만 아니라 서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안 팔리니까 매대에서 사라지고 책 떨어져도 주문 안한다.

그래서 모니터 회원들이 서점에 나가서 상황을 체크한다. 이런 것들이 우리 출판사가 갖는 장점이다. 독자들이 출판사에 대해 신뢰하고 애정을 가지고 활동을 해주는 것들이 다른 출판사가 갖지 못한 장점이다.

마지막으로 SF의 매력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 달라.

SF를 좋아하게 된 건 언젠가 현실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있었다. 판타지와는 다른 거다. 죽었다 깨어나도 『반지의 제왕』이 현실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SF가 예측했던 것은 현실이 되었다.

『해저 2만리』에서 바다 속을 가는 배가 잠수함으로 나왔고 『달나라 모험』에서 대포로 쏴서 갔던 달나라를 로켓 타고 올라갔다. 아서 클라크가 예언했던 인공위성도 지금 전 세계 상공을 떠다니고 있다. 상상력으로 세계를 예측하는 장르가 바로 SF인 것 같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