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자존 걸고 도박하며 유유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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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3월 12일 07: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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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의 아시아 전략과 한미 FTA

지난 2월, 미국의 아시아 정책 교본으로 불리는 아미티지 리포트가 공개됐다. 지금은 이라크 등 중동 문제에 빠져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에게 환태평양 아시아는 여전히 미지의 숙제다. 이 보고서는 “아시아는 미국의 이익을 가장 잘 반영하는 안정과 번영의 세계질서로 가는 관건(key)”이라고 말한다. 누가 봐도 실제로 그렇다.

   
▲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
 

이 보고서의 제목은 <미일 동맹>인데 부제가 흥미롭다. ‘2020년까지 아시아 올바로 가게 하기'(getting asia right)이다. 보고서는 이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아시아 올바로 가게 하기’는 미국의 가치를 이 지역에 강요하는 것을 의미한다기보다 이 지역의 지도자들이 자국의 성공을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목적과 부합하는 방식으로 정의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각국 지도자가 스스로 ‘시장경제와 자유’라는 핵심 가치를 받아들여 미국이 아시아에서도 패권을 확립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환경 조성 사업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미국과의 FTA이다. 하여 이 보고서에서는 일본이 미국과 FTA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바로 미국이 원하는대로 ‘자발적으로’ 미국이 내건 4대 선결 요건을 미리 해결해 주겠다고까지 하면서 한미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은 이 보고서에서는 안중에도 없다. 오직 북핵문제와 관련된 내용만 언급될 뿐이고, 미국이 원하는대로 거의 모두 양보한 한미 FTA에 대해서는 미의회에서 비준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둥 냉소적이다.

아시아의 평화적 발전 가로막는 한미FTA

제목이 바로 보여 주듯이 아시아가 올바로 가게 하는 주체는 미일 동맹이다. 여기에 미일 FTA만 맺는다면 미국은 자신의 아시아 전략을 반은 관철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은 미국 쪽에서 보면 어디까지나 보조적 동맹이다. 불행하게도 힘이 작은 나라가 캐스팅 보터의 위치를 스스로 포기하면 그가 받을 대우는 ‘개밥의 도토리’ 바로 그것이다. 우리 정부가 스스로 자처한 일, 앞으로 이러한 대접을 탓할 일이 아니다.

미국의 이러한 전략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만한 나라는 역시 중국이다. 현재 시장경제를 특구 형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중국이 과연 미국적 가치를 전면적으로 받아 들여 미국의 패권이 평화롭게 아시아에 관철되도록 할 것인가? 국내 불균형 문제의 해결, 아시아 역내의 안정 등 현상유지 속의 경제발전을 우선 꾀하고 있는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미리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장차 중국이 도광양회를 끝내고, 화평굴기, 나아가서 스스로 패권을 추구하게 될 때 아시아에서 두 패권국가는 어떤 갈등을 일으키게 될지 모른다. 그 때까지도 남북이 분열돼 있고 북한 역시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면 그 갈등의 가장 큰 피해자는 남북이 될 것이다.

아시아의 평화적 발전을 위한 초석을 다져야 할 이 시기에 우리는 한미 FTA까지 맺음으로써 한쪽 편에 확실히 서버리고 말 것인가? 지난 10여년 애써 일궈 온 남북한 관계 개선도 물거품으로 돌아서게 할 것인가?

2. 한미 FTA의 경제사회적 귀결

(1) 미국형 FTA의 특징과 공공분야의 붕괴

새천년의 시작과 함께 미국은 다자주의를 포기했다. 다자간 투자협정(MAI)의 실패와 칸쿤의 비극을 계기로 미국은 쌍무주의로 돌아섰고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였던 로버트 죌릭은 경쟁적 자유주의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내용인즉슨 ‘각개격파’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쌍무간 FTA를 경쟁적으로 맺게 하겠다는 것이며 그 내용은 나프타 플러스로서, 상대국의 전면적 개방과 자유화(공기업 민영화, 규제 완화)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뚜렷하게 밝힌 것이다. 현존하는 FTA 중 가장 강력한 나프타보다도 더 강한 FTA를 맺어서 ‘워싱턴 컨센서스’를 관철하겠다는 뜻이다.

IMF와 FTA는 21세기 미국의 총과 대포 

미국은 이제 IMF 구제금융의 조건과 더불어 FTA라는 또 하나의 무기를 손에 쥐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이제 IMF 구제금융조건과 FTA는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총과 대포처럼 미국의 가치와 경제체제를 상대국에 관철시키는 무기인 셈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을 독재로부터의 해방, 넓게 말하면 문명화라고 생각할 것이다. 즉 마르크스로 비유하자면 제2차 ‘자본의 문명화 작용’이 아시아에서도 시작된 셈이다.

작년 5월 25일에 발표된 미의회조사국보고서(CRS 리포트)는 한미 FTA가 경쟁적 자유주의의 모범 케이스임을 못박고 있다. ‘골드 스탠다드’로도 표현된 이 전략은 미국의 강점인 신이슈에서 최대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 나라의 법과 제도, 관행을 모두 바꾸겠다는 뜻이다. 국경 상의 관세는 더 이상 큰 문제가 아닌 것이다.

미국이 지적재산권, 서비스, 투자 등 흔히 이야기하는 신이슈에 협상력을 집중하는 것은 물론 그 분야에서 미국 기업이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분야가 우리 나라의 공공서비스 및 공공 정책이 펼쳐지는 곳이라는 데 있다.

전기, 철도, 수도, 우편 등 네트워크 공기업, 환경, 노동, 부동산. 의료, 교육 등 국민의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분야이다. 이들 분야가 미국식으로 바뀐다고 상상해 보라. 예컨대 그 잘 산다는 미국에서는 무려 4,700만 명이 아무런 의료보험도 없이 살고 있다. 서민의 삶은 바람 앞에 촛불처럼 여지없이 흔들리게 된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릴 서민의 삶 

당장 의약품 분야 협상에서 한국은 사실상 의약품 특허 기간을 3년 이상 연장시키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 들였고, 재심위원회 등을 통해 미국 다국적기업이 약값 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가 추정한 피해액만 6,000억 원에서 1조 원이며, 의료단체나 업계에서는 8조 원까지도 내다 보고 있다.

저작권 역시 미국의 압력에 밀려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했다. 어느 정도나 저작권을 인정하는 것이 옳은지는 정답이 없지만 저작권이 적은 나라는 줄이려 하고 많은 나라는 늘이려 하는 것이 당연하다. 저작권 수가 미국에 비해 천양지차로 적은 우리 나라가 20년을 늘린 것은 오로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이다.

세계은행은 WTO의 지적소유권 협정(TRIPs)을 완벽하게 적용하면 한국의 손실액이 155억 3천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한미 FTA의 지적재산권 분야는 TRIPs 플러스를 목표로 했으니 협상 결과를 놓고 정밀한 계산을 해 볼 일이다.

지금 정부는 한미 FTA와 공공부문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현재 미래유보로 빠져 있는 분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 내부에 공공부문을 어떻게든 민영화하려는 세력이 있는데 그들이 재경부, 재벌, 보수언론 등 막강한 지배세력이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일방적 개방(unilateral opening)은 한미 FTA와 관계없이 언제나 환영받는 일이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정부가 협정의 내용을 가로막는다면 악명 높은 투자자-국가 제소권이 기다리고 있다. 한미 FTA 7장으로 알려진 투자에 관한 장은 각종 독소조항을 안고 있다. 나프타의 11장에 해당되는 이 투자에 관한 장은 이미 엄청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투자의 정의, 수용의 정의, 내국민 대우, 그리고 투자자-국가 제소권이 모두 문제가 된다. 특히 투자자-국가 제소권은 초국적기업이 자신의 이윤 확보를 방해하는 정부의 법과 제도, 관행을 제3의 민간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또 비밀주의로 악명높은 이 민간기구의 판결에 정부가 따르도록 한다는 점에서 위헌의 소지마저 안고 있다.  

악명높은 투자자-국가 제소권 위헌 소지

투자자-국가 제소권에 입각한 소송은 현재 42건이 진행되고 있는데 환경에 관한 소송이 12건, 부동산에 관한 소송 4건, 우편에 관한 소송 2건 등, 문화, 금융, 도박업, 담배 등 국민의 실생활에 밀접한 거의 모든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 기업인 메탈클래드 건의 경우 결과만 놓고 본다면 지하수를 오염시킨 회사에 오히려 멕시코 정부가 165억 원을 물어 주는 기이한 상황을 연출했으며, 세계적 특송업체인 미국의 UPS는 캐나다 우체국의 인프라(전국에 펼쳐져 있는 우체국망)와 교차보조(산골마을까지 소포가 배달되는 것은 정부의 보조금 때문이다)가 반경쟁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UPS가 이긴다면 그것은 곧 미국과 FTA를 맺은 모든 나라에서 우체국은 소송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나아가서 모든 망산업(network industry), 즉 전기, 철도, 수도, 우편 등의 공공서비스가 반경쟁적이라는 이유로 제소당하는, 엄청난 상황이 야기될 것이다.

이는 한 나라의 사법권을 제3의 민간기구에 위임한다는 점에서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며(산드라 오코너 미연방 대법원 판사)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환경권, 건강권 등 사회권을 위협한다는 점에서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과의 FTA는 흔전만전 널려 있는 여느 나라와의 FTA와 뚜렷하게 구별된다. 말하자면 서로 주고 받는 식의 ‘목가적인’ 협상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미국이 서비스업, 농업은 말할 것도 없이 거의 전 제조업에서 상대국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세계 최강국으로서 협상력 역시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2) 수출과 외국인투자가 증가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미 FTA를 맺으면 1조 7천억 달러의 거대한 시장을 ‘선점’하여 수출이 증가할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산업 각각에 직접 물어본다면 이런 주장이 허황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예컨대, 정부가 가장 이익을 볼 산업으로 꼽는 자동차의 경우, 관세율은 2.5%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아주 유리한 협상이 진행되어 5년만에 미국의 관세를 철폐한다고 해도 1년에 0.5%의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데, 2만달러 짜리 중형차를 수출한다고 하는 경우 1년에 10만 원 정도이다. 상상해 보라. 10만 원 정도 가격이 낮아졌다고 일제 자동차를 한국제로 바꾸지는 않는다.

심지어 정부는 20% 정도의 관세가 붙어 있는 픽업이나 SUV의 수출이 늘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픽업도 SUV도 생산하지 않는다(우리 시장에서 SUV(스포츠차량)로 팔고 있는 것은 기실 CUV(크로스오버차량)이다).

자동차 수출증가? 국내 시장이 무너질 위험

오히려 미국 내의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요다 및 혼다)이 생산라인을 증설할 경우 혼다 아코드나 도요다 캠리가 미국산으로 한국에 수입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소나타급 중형 자동차마저도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전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는 무관세에 현지 생산을 하고 있다. 고가의 백색가전(냉장고, 고급 TV)은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들이 미국-멕시코 국경의 마킬라도라에서 생산하고 있다.

섬유의류는 20% 이상의 관세가 붙어 있어 이론상으로는 수출 증가의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얀포워드(yarn forward)라고 하는 미국만의 독특한 원산지 규정(어떤 옷의 원산지를 그 옷을 만들 때 들어간 원사를 생산한 나라로 판단)에 따르면 우리의 동대문에서 생산한 옷의 90%는 중국산으로 구분된다.

천행으로 이러한 원산지 규정을 뚫는다고 해도 우리 옷은 진짜 중국산과의 가격경쟁에서 터무니없이 밀릴 것이다. 무관세에 물류비용도 적으며 임금은 우리의 1/5에 불과한 마킬라도라의 섬유의류 기업이 중국산에 밀려 줄줄이 도산하고 있는 현상은 이를 잘 보여 준다.

동대문 생산 의류 90%가 중국산으로 분류

다음으로 정부가 들고 있는 것은 외국인직접투자의 증가이다. 이것도 희망사항일 뿐이다. 제조업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는 현재의 연평균 60억 달러 정도가 거의 한계치일 것이다. 설령 외국인 기업에 유리한 각종 투자 조건을 부여한다고 해도 중저가 시장의 경우 마킬라도라에 들어갈 기업이 한국에 오지는 않는다.

고급 시장을 노리는 외국인투자의 경우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중국이나 일본 시장을 목표로 해야 하는데 이들 나라와 FTA를 맺지 않은 한국에 추가로 들어올 이유는 없다.

투자에 관한 제약을 대폭 풀어주는 한미 FTA의 특성으로 인해 정부의 주장대로 서비스 시장에는 미국의 투자가 들어올 것이다. 이미 캐나다의 경우에서 봤고 우리 스스로도 97년 경제위기 이후 금융부문에서 두 눈으로 봤듯이 인수합병 형태가 주를 이룰 것이다.

법률, 회계, 컨설팅 시장의 우리 기업은 미국기업에 인수합병되고 서비스 시장은 양극화할 것이다. 상층 서비스의 질이 향상된다 해도 그 가격 또한 상승할 것이다. 이미 10년 가까이 구조조정을 한 금융부문에서 알 수 있듯이 은행의 경쟁력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과연 우리의 경제성장에 기여했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서비스업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어떤 경로를 거쳐 제조업 생산성까지 높일 것인지 정부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초기 산업화의 도정에 있는 나라가 아닌 성숙한 산업단계의 나라에서 외자유치 위주 발전 전략(FDI-led development strategy)이 얼마나 유효한지 살펴 보아야 한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 그런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3)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정부는 한미 FTA가 양극화를 해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중국쇼크는 우리의 양극화를 촉진하지만 미국과의 FTA는 우리에게 약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이다.

중국의 값싼 물건이 우리의 경쟁기업을 무너뜨린다면 미국의 질 좋은 물건은 마찬가지로 우리의 경쟁기업을 무너뜨린다고 해야 옳다. 거꾸로 미국과의 경쟁으로 우리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주장한다면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값을 내리는 쪽이 아니라 질을 높이는 쪽으로 경영을 해서 결국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논리도 성립한다.

대통령 말씀 들으면 분노 넘어 웃음이

어느 쪽 시나리오가 실현될 것인가는 이러한 외부 쇼크에 견딜만한 힘이 있는지에 달려 있다. 결국 외국기업에 밀려서 줄줄이 도산하는 등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이를 바탕으로 힘을 키운 초국적 기업이 또 다른 이익을 위해 훌쩍 떠나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정부는 여러 시나리오에 대한 최소한의 점검조차 하지 않고 엄청난 쇼크를 국민경제에 가하려고 한다.

FTA는 곧 경제 전 부문의 구조조정을 의미한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것은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더구나 미국의 FTA는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 등 시장주의를 전면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형 경제체제의 불평등도가 유럽이나 동아시아보다 더 크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과 FTA를 맺은지 12년이 지난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도 이를 사실로 웅변하고 있다.

미국화될 것도 없고, 양극화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는 대통령의 말씀(인터넷 신문과의 대화)을 듣고 있으면 분노를 넘어 웃음이 난다. 미국에 대한 자존심을 버리거나, 아니면 마비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 국가의 자존(自存)을 도박판에 걸고도 유유자적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로 몰라서 그러는 걸까, 아니면 오기일까.

3.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마지막 협상이라는 8차 협상에 이어 곧 대통령에 의해 협상이 타결될 전망이다. 무역구제와 자동차세제, 의약품 분야를 맞바꿀 것이고 섬유와 농업 간의 ‘스몰 딜’도 예상된다.

굵직굵직한 쟁점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하나도 없다.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거의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내줬다. 지금 남은 쟁점이라는 것도 미국이 쌀시장 개방처럼 어거지에 가까운 것들을 빌미로 다른 것을 더 얻어내려는 것 뿐이다. 협상만 놓고 봐도 완패다.

협상 완패해놓고도 표정 밝은 이유

그럼에도 한국 대표단의 표정은 지극히 밝다. 대통령이 ‘체결 자체가 목표’라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최후의 결정은 양 대통령간의 전화통화로 이뤄질 전망이다. 6월로 예정됐다는 방미는 결국 한미 FTA 조인식이 될 것이다. 관료들은 책임질 일을 결코 남겨 놓지 않으니 덤터기는 대통령이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

예상컨대 정부는 관세인하 만으로도 우리가 얻을 것은 충분히 얻었다고 강변할 것이다. 또 유보한 공공서비스 분야의 숫자를 들어 서비스분야를 지켰으므로 중간 수준 또는 낮은 수준의 FTA를 맺은 것이니 반대론자들이 요구했던 결과라고 호도할 것이 거의 틀림없어 보인다.

짐작컨대 서비스 분야에 유보가 많은 것은 미국 기업(예컨대 대학이나 병원)이 아직 한국 시장의 수익성을 확신하지 못해 요구를 하지 않았던 데서 기인한다. 또한 이미 이 분야의 개방/자유화 계획을 다 세워 놓은 한국 재경부가 스스로 개방할 것이기에 괜시리 압력을 가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FTA가 높은 수준이라고 하는 것은 미국 FTA의 특성, 즉 투자자-국가 제소권이라든가 래칫 조항(협약의 역진 불가), 의약품제도 등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잘 드러난다. 현존하는 FTA 중 가장 강력하다는 NAFTA와 비교해 볼 일이다. 당시에도 멕시코의 공공 서비스 개방을 직접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 볼 때 미국은 NAFTA+라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을 것이다. 결과가 나와 확인해 보면 될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강하게 밀어 붙이고 한국 정부도 목을 매다는데 과연 반대 운동이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범국본, 민주노동당 등과 함께 한 국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한미 FTA는 원래 청와대의 계획대로 작년 연말에 타결됐을 것이다.

범국본, 민주노동당 반대 없었다면 작년에 타결됐을 것

그러나 TPA 시한이 3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지금도 미국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 한 부드럽게 타결되기는 어렵다. 국민들의 우려와 저항이 없었다면 농림부가 ‘손톱만한 뼛조각’을 이유로 수입 쇠고기를 반송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설령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다 해도 2008년 총선을 앞둔 국회는 차기로 비준을 넘길 공산이 크다. 또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전격적으로 통과시킨다 해도 어쨌든 현재 상황에서 한미 FTA가 대통령 선거의 쟁점이 되는 것을 피할 길은 없다.

누가 대선 후보로 나오든 내놓고 한미 FTA에 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은 오히려 예외 조항의 숫자를 늘리는 경쟁에 돌입하기 십상이고 그것이 4대 선결요건을 건드리게 된다면 이번에는 미국 의회가 비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모두 거친 결렬은 한미 양국 모두에게 불행이다. 보수집단이 그리도 애지중지하는 한미 동맹은 여지없이 흔들릴 것이다. 노대통령의 마지막 결단은 전격 타결이 아니라, 백번 양보해도 ‘일단 중지’여야 한다. 더 이상의 쓸데없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노대통령 ‘전격 타결’ 아니라 ‘일단 중지’를

그것이 국민이 살 길이고 대통령 또한 궁지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의약품이든, 자동차세제든, 아니면 투자자-국가 제소권이든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 왜 중지해야 하는지, 국민에게 설명하는 일은 아주 쉬운 일이며 흩어져버린 지지자들을 다시 모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미국의 마지노선을 안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 들였을 때 과연 우리 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국민의 의견을 물어 재개를 결정해도 결코 늦지 않다. 뿐만 아니다. 한미 FTA 여부에 앞서 우리 사회경제가 나아갈 길이 그려져야 한다.

좁게 얘기해서 바람직한 산업의 발전 방향이 먼저 설정되어야 어떤 FTA든 그 방향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역행하는지, 부작용은 어느 정도이고 그 대책은 있는지를 알 수 있는데, 현재 정부의 대외정책은 거꾸로 되어 있다. 한미 FTA가 우리의 미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가 한미 FTA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한미 FTA를 막으려면, 신자유주의의 쓰나미를 막으려면 이제 우리는 스스로 내부 개혁을 말해야 한다. 말하자면 ‘선 내부개혁론’이다. 이제 외부쇼크 없이도 스스로 필요한 생산성 향상,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제도 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바깥이나 위로부터의 성장, 양극화를 초래하는 신자유주의적 성장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성장, 양극화를 해소하는 연대의 성장은 바람직할 뿐 아니라 충분히 가능하다.

4. 대안은 있는가?

모든 FTA는 국가전략 차원에서 두 측면을 들여다 봐야 한다. 첫째는 모든 FTA는 산업구조조정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그것이 지역 내 역학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첫 번째가 다분히 경제적 측면이라면 두 번째는 외교안보적 측면이다.

첫 번째 측면은 많은 이야기가 됐으므로 여기서는 두 번째 측면을 주로 들여다 보자. 글머리에서 보았듯이 한미 FTA는 미일동맹의 보완적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FTA의 속성 중 하나인 MFN(최혜국 대우)의 존재로 인해 한국은 이제 역내 국가와도 한미 FTA에 버금가는 FTA를 맺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는 미일동맹의 보완적 수단

또한 미국은 한국을 지렛대로 경쟁적 자유주의가 작동하는 것을 노리고 있다. 다른 나라가 뒤이어 미국과 FTA를 맺는다면 미국은 아시아에서도 허브와 스포크(hub and spokes : 거점수송방식) 전략을 관철시키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역내의 국가가 전부 미국식 제도를 받아들임으로써 원래 미국의 전략인 ‘자유와 시장경제’라는 미국의 가치를 전파하는 사명을 달성하게 된다. 강제가 아니라 스스로 미국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으로선 최선의 그림이다.

이제 동아시아에 공동체를 형성하는 꿈은 사라진다. 적어도 아시아가 독자의 사회경제체제를 형성하여 미국 및 EU와 3자 정립함으로써 최대의 이익과 동시에 세계의 안정을 도모할 길은 사라지고 만다. 결국 한미 FTA는 동아시아의 자체 지역주의를 무산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있을까? 대안을 생각할 때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는 방법에 FTA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학계에서 한미 FTA의 대안을 모색하며 나온 두 책(“한반도 경제론”, “한국형 개방전략”, 모두 창비)의 일부 필자 역시 FTA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이들이 제시한 대안이라는 것이 기껏 중간 수준의 한미 FTA와 한중 FTA를 동시에 맺고 일본 및 아세안과는 높은 수준의 FTA를 맺는다는 것이다.

완전히 새롭게 짠 판과 전략없이 미국과 중간 수준의 FTA를 맺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작년 여름 경 판명났다. 그런데도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FTA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며 동시에 치열하게 현실을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동아시아 공동체를 부르짖으면서도 이들의 시야는 ‘국익’의 관점, 조금 더 심하게 말하면 ‘아류 제국주의’의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이들이 애초에 ‘계급주의적 전망’을 부정했기 때문에 비롯된 일이다.

아류 제국주의 전망에서 못 벗어난 ‘창비’의 책들

심지어 “한반도 경제론”의 경우 남북 FTA까지 곳곳에서 주장하고 있으니 가히 FTA 만능론에 빠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인당 GDP가 25배 차이가 나는 두 ‘나라’ 사이에 요즘 유행하는 통상의 FTA를 맺는다면 약한 국가의 사회경제체제는 ‘빅뱅’을 맞을 수 밖에 없다. 두 책은 전략 부재의 알리바이처럼 ‘점진적, 기능적’ 방식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개방과 협력’이 조화되는 모델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FTA라는 형식을 사용해서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려 한다면 역내 국가가 모두 모여 미래의 모습에 최소한의 합의를 하고 그것을 지키면서 역내의 각종 격차를 줄이는 다자간 FTA 형태가 유일하다. 그러나 대단히 세밀하게 항목이 나뉘어져 있는 FTA 형식으로 다자간 합의를 이끌어 내기는 지극히 어렵다.

마치 미지수에 비해 식의 개수가 부족한 연립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다. 미국과 같은 강력한 힘이 이를 강요한다 해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연전에 무산된 FTAA(미주자유무역지역)가 그 예이다.

그렇다면 무슨 길이 있을까? EU의 경험이 그나마 현실적이다. 역내의 경제와 안보에 핵심적인 사업을 다자가 공동으로 수행하면서 신뢰를 쌓고 여기에 기초해서 점진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길이다. 동아시아라면 역내 철도, 역내 에너지망, 역내 IT 망, 친환경인프라, 나아가 IT 표준 등을 공동으로 건설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동아시아는 특히 역내 국가간 경제력 격차, 사회문화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FTA 방식은 약한 나라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주기 마련이다.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아시아형 FTA 논의 필요

물론 공동의 위기라든가(외환위기 때 맺은 치앙마이 협정이 그 예이다), 아니면 커다란 공동의 이익이 생길 때(북한 연안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된다든가^^) 합의는 조금 더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겠지만 그런 상황이 예외적이라면, 공공재일 수밖에 없는 네트워크 사업으로 시작하는 것이 옳다.

그 과정에서 각 나라간의 각종 격차를 줄일 수 있다면 그 때부터 아시아형 FTA 논의가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이 새로운 FTA 유형은 철저히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며 동시에 역내 민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내용이 확보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물론 한미 FTA는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것은 단지 한국경제만 문제인 것이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공동 평화와 번영의 기회를 무산시킨다. 여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우리 뿐 아니라 아시아의 대중을 위해서도 한미 FTA는 중지해야 한다. 현 정권은 역사에서 한국 민중의 삶을 파괴한 주범으로서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앞장 서 가로막은 무지한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다. 역내 인프라의 건설, 역내 미개발 지구의 공동 개발 등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또 공동체 형성에 도움이 될 일은 너무나 많다. 문제는 미국이 그런 경로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 뿐이다.

유명무실하지 않고 실제로 굴러갈 다자간 체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야말로 우리가 지금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이 체제가 성립될 최소 조건은 간단하다. 이 체제를 받아 들여야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 수 있고, 중국 또한 미국을 견제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국내 사정 때문에 극적 전환이 일어난 것이고 또 어떤 계기에 의해 좌절될 수도 있지만 최근 6자 회담이 결국 ‘북핵 문제’를 처리해 나가는 과정도 이러한 관점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중-미 패권을 원치않는 나라들과 교류 협력 강화해야

중국은 아세안을 시작으로 동북아 3국,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러시아, 그리고 인도를 이으려 하고 있다. 미국은 에이펙(APEC)을 통해 아시아 중심의 공동체를 소극적으로 견제하고 다자간 협의를 ASEAN+3(한중일)+3(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인도)로 확대하는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미국과 일본에게 이러한 다자간 틀은 다분히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고 앞서 말했듯이 양자간 FTA가 적극적 아시아 점령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견제하는 다자간 틀을 만들기 위해서도 우리는 양국의 패권을 모두 원하지 않는 나라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위로부터 러시아, 아세안, 인도가 바로 그들이고 상대적으로 자본과 기술에서 우위를 보이는 한국이 이들과 할 수 있는 협력사업은 대단히 많다.

즉 아시아의 종축을 먼저 형성하고 강대국들과는 아시아의 인프라망을 건설하는 작업을 주도하는 한편 아시아의 민중들이 이익을 볼 수 있게 하는 새로운 형태의 FTA를 설계하여 전체적인 (동)아시아 공동체의 초석을 놓아야 한다.

5. 이미 시작된 FTA 협상의 처리

거대 선진 경제권과의 동시다발적 FTA라는 무모한 사고를 애초에 막지 못한 것을 반성한다. 동북아 비서관이었던 내가 그런 전략 수립에 관여할 수는 없었지만 역내 FTA를 우선해야 한다는 보고서 하나 제출하고 아무 말 하지 않은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림이야 저렇게 그렸지만 저런 어마어마한 모험(미국, 일본, 중국, EU와 동시에 FTA를 맺었다고 상상해 보라. 한국에 무엇이 남을 것인가)을 실제로는 못할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이다.

어쨌든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한미 FTA를 한일 FTA처럼 중단시키면 된다. 그러면 우리는 미국, 일본, 중국, EU, 캐나다와 동시에 FTA를 추진하는 상태가 된다.

한국이 그리 매력적일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들 나라는 한국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물론 미국과 먼저 맺으면 MFN(최혜국 대우) 때문에 다른 국가와의 FTA도 심각한 문제를 낳게 되므로 미국은 원래 계획대로 맨 마지막으로 미뤄야 한다.

현 정부의 원래 계획, 즉 한일 FTA를 높은 수준으로 맺고 이후 중국에 압박을 가한다는 전략도 포기해야 한다. 이는 사실상 일본의 전략으로 공동체 형성보다는 대 중국 압박 전략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중-일 FTA를 시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물론 각국의 격차, 각국 내 지역별, 계층별 격차를 줄이고, 사회문화적 협력을 증대하며 역내 개발 및 표준화를 명시하는 아시아형 FTA(아예 새로운 용어를 만드는 것이 언어의 혼란을 피하는 길이겠지만 현재는 그런 용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를 정립하는 사전 협의와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미국의 압박이 거세져서 공동체 형성에 절대적인 방해가 된다면, 한중일이 동시에 미국이나 EU와 협상을 한다면 현재와 같은 독소조항은 대부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부기>

싸움은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첫째, 대통령이 덜컥 타결을 선언한다 하더라도 3월말이나 4월초에 할 수 있는 건 가서명입니다. 미국법에 따라 미의회가 3개월간 검토한 후 최종 서명을 할 수 있습니다. 그제서야 체결이 되는 겁니다. 우리 국회 쪽은 법에 아무런 규정이 없지만 국회가 제대로 검토해서 쟁점이 공론화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할 기간입니다.

둘째, 체결이 된 이후(6월말 7월초)에도 미국 정부는 의회에 FTA 이행법을 제출해야 합니다. 아무리 빨라도 두 달쯤 걸립니다. 미 의회의 평가보고서, 우리 국회의 검토를 종합해서 다시 문제를 삼아야 하는 기간입니다.

셋째, 대체로 9월말에 이행법이 제출되면 그 때부터 비로소 미의회의 비준동의 절차가 시작됩니다. 여기서도 여러가지 미국의 불만(쌀 등 아직도 압력을 넣을 것이 남았다고 할 것)이 쏟아져 나오고 또 한 번 FTA를 저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아직도 많은 단계가 남았다는 점을 주위에 알려야 합니다. 마치 ‘이제 다 끝났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안 됩니다. 대선의 최대 쟁점이 되어야 합니다. 이 싸움을 잘 하면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국민이 희망을 가져야 나라가 살 수 있습니다. 4월 이후는 노무현 정권 퇴진운동이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넷째, 국회가 금년 내에 비준동의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잔류세력, 특히 수도권 의원들이 날치기로 통과시킬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때부터는 ‘한미 FTA 폐기’ 싸움을 해야 합니다. 폐기는 간단합니다. NAFTA와 똑같은 절차를 채택했다면 6개월 전에 통고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발효가 되고 어느 정도 지나면, 그래서 우리 체제가 한미 FTA에 익숙해질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폐기는 비현실적 구호가 됩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갈 싸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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