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생양' 찾지 말고 '공범구조' 청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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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2월 28일 02: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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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래동 26-1번지에 위치한 민주노동당의 새로운 중앙당사 전면. ⓒ 진보정치 이치열 기자
     

    희생양으로 ‘눈 가리고 아웅’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의 부적절한 국고보조금 사용을 놓고 말들이 많다. 당 기관지 <진보정치>는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인터넷 매체인 <민중의 소리>는 이와 관련된 <진보정치>의 충실한(?) 보도를 놓고 ‘워치독’이라 칭송하고 있다.

    진보정치연구소의 부적절한 국고보조금 사용에 대해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식의 여론몰이에 의한 마녀사냥은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역시도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진보정치연구소에 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에 대한 조치가 민주노동당의 고질적인 ‘관행’으로부터 발생한 모든 부정과 부패를 말끔히 씻어주는 정화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워치독, 왜 이제야 짓나?

    워치독은 사전적 의미로 ‘집지키는 개, 충실한 경비원 또는 감시인’이다. 민주노동당 원내진출이래 수많은 국고보조금 삭감과 내부고발 등에 따른 선관위 실사 등 정당법 위반에 따른 국보보조금 전액 삭감 위기 등에서도 신통하게 짓지 않았던 워치독이 이제부터라도 짓기 시작했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집주인을 향해서는 짓지 않고 꼬리만 살랑살랑 흔든다는 점에서 ‘당원’의 워치독, 더 나아가 ‘국민들’의 워치독과는 거리가 멀다. 민주노동당 예산결산위원회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1억7천여만원의 국고보조금 삭감에 대해서는 ‘회계전문가 선출’, ‘회계처리시 주의와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살살’ 넘어갔다.

    상습적 유급사무원수 초과는 ‘성역’인가?

    민주노동당 원내진출 이후 국고보조금의 상당수가 ‘유급사무원수 초과’에서 비롯되었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 답지 못하게 자세한 예·결산 자료와 선관위 실사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오차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번 중앙선관위 국고보조금 삭감액 1억7,296만7,300원 중 1억5,411만2,480원이 유급사무원수 초과에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진보정치>와 당 예결산위원회에서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거나 무심코 넘어가고 있다. 무려 당원 1만5천명의 한달치 당비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액수로만 보자면 문제가 되고 있는 진보정치 연구소에 따른 국고보조금 삭감액은 850여만원이고, 유급사무원수 초과에 따른 국고보조금 삭감액은 1억5천여만원이다.

    자세한 내역을 추정해보면 민주노동당 중앙당에서 유급직원수가 84명 초과했고, 이는 당 기관지위원회 소속 유급직원과도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중앙당은 기관지위원회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중앙당 인원에서 제외했으나, 선관위는 기관지위원회의 수입과 지출도 포함되어야 하며, 그 인원 역시 당 유급사무원수에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인원 초과로 국고보조금을 삭감한 것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법적으로 한 식구인 <진보정치>와 ‘중앙당’의 실질적 내부자 거래, 그리고 중앙당과 지역위원회의 공모에 의한 내부자 거래는 독립법인인 진보정치연구소와 정책연구원들 사이의 ‘도덕적(?)’ 내부자 거래’ 이상으로 부도덕한 행태이자,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이것이 주인을 향해서는 절대 짓지 않는 ‘워치독들’의 실상이다.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월별 예결산공개

    민주노동당의 예산부족은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지만 원내진출 이전보다 원내진출 이후에 보다 심각해졌다. 이를 두고 <진보정치>가 하듯이 원내 보좌관, 연구소 연구위원, 정책연구원, 중당앙 당직자 순으로 월급순위를 나열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물론 정책연구원과 당직자 사이 어디엔가 기관지위원회를 끼워 넣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원내 보좌관 급여는 국회에서 지급하고 연구소 연구위원은 국고보조금의 30%를 연구소에 할당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은 예산부족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는다. 문제는 30명이 조금 넘는 정책연구원이다.

    민주노동당은 2004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세비를 노동자 평균 임금 정도만 받고 나머지를 정책개발비로 사용한다고 공약으로 제출하였다. 원내진출 이후 약 40명의 정책연구원을 공채한 것은 당시 상근자 수가 50~60명 가량이었고 국회의원 세비 잔여분으로 채용할 수 있는 연구원 규모가 약 40명가량 되었기 때문이다.

    원내진출 이후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 당원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당 예산 부족현상은 이해되지 않는다. 원내 진출 이전에 매달 공개하던 예결산 공개가 사라진 이유와 예산 부족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예결산위원회와 진보정치, 그리고 중앙위원, 대의원 등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진보정당의 타락, 금전 문제에만 그치지 않아

    진보정당은 왜 부패할 수밖에 없었는가? 진보정당의 타락은 비단 국고보조금 사용의 부적절성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당 강령에도 명백하게 위배됨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눈감아주는 정파 싹쓸이 식의 정실인사, ‘검찰고발’과 ‘불복종’이 만연될 정도로 망신창이가 된 선거 시스템, 북한에 대한 부분별한 추종과 사회주의에 대한 교과서적 신봉과 같은 이념·사상적 정체 등이 넓은 의미에서 진보정당의 타락을 나타내주고 있다.

    9만여 명의 당원 중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의 수가 56%에 그친다는 것은 진성당원을 근간으로 하는 진보정당의 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이중 일부는 경제적 어려움이 그 원인일 수 있지만 대다수는 보수정당과 동일하게 페이퍼 당원이 양산된 결과이거나 아니면 말없이 진보정당 곁을 떠나는 당원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은 근본적 대안을 찾기보다는 여전히 희생양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더 나아가 희생양이 민주노동당의 모든 죄를 뒤집어써야만 하는 ‘속죄양’에 그친 것이 아니라 탐욕적 인사들의 ‘먹잇감’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 이 글을 보내온 필자는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정책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최근에 그만 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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