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발효과 해법 뭘까
    외고·자사고, 추첨할까?
    [교육] 이주호 장관 발언의 빈 공간
        2022년 12월 20일 09: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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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임기라서 그런지, 적절하게 메시지를 배분하여 언급하는 모양새입니다. 인구에 회자될 정도의 사안을 쪼개어 꺼냅니다. 그렇다고 전체 그림이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한창 인터뷰 중입니다. 한 언론을 시작으로, 며칠 간격을 두고 매체를 달리 하며 메시지가 보도됩니다.

    그동안 여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입시는 미세조정 하겠다, 자사고 외고 존치하겠다, 상향 평준화 하겠다, 일반고에 집중하겠다, 고등학교 절대평가 하겠다 등입니다. 특히 수업을 강조합니다. 수업의 변화를 중심에 놓고 다른 정책을 판단하는 듯 합니다. 여러 인터뷰를 하면서도 일관성 유지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문제는 빈 공간입니다. 아직 밝히지 않은 퍼즐이 있습니다. 얼마전에 공언한 고등학교 절대평가(성취평가제)는 자사고와 외고가 유리합니다. 입시에 큰 변화 없으니 자사고 외고의 유리는 대입까지 이어겠지요. 쏠림은 더 강해지고 사교육비 출혈은 더 늘어나며 기울어진 운동장은 보다 심해질 겁니다. 많은 분들이 예상하는 지점이고, 우려하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장관은 상향 평준화와 일반고도 언급합니다.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한편으로 외고 자사고에 유리한 것을 꺼내고, 다른 한편으로 일반고 살리기를 말하기 때문입니다.

    교육정책의 기본은 상향 평준화입니다. 부족한 부분 메꿔주는 것이 시작점입니다. 가령 돈 없어서 학교 다니기 어려운 분들이 있으면 온전한 교육을 위해 국가가 메꿔줍니다. 장학금 제도를 수립할 수도 있고, 무상교육을 실시할 수도 있습니다. 시설 격차나 교육내용 격차 역시 이 방향으로 접근합니다. 어려운 데를 끌어올려주는 것이 현대 교육의 역사입니다.

    자사고 외고 및 일반고 사이에도 상향 평준화가 가능합니다. 시설, 학교여건, 교육내용, 학교풍토 등에서 부족한 부분 있으면 국가와 교육청이 집중 지원하는 접근입니다. 학교효과 확인된 방안이 다른 학교에서 이루어지도록 물심양면 힘을 보태거나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지요. 일반고의 좋은 프로그램이 다른 학교로, 외고의 괜찮은 여건이 다른 곳으로 확장되도록 교육당국이 힘쓰면 됩니다.

    하지만 자사고 외고에는 선발효과도 있습니다. 그리고 선발효과가 상향인지는 애매모호합니다. 자사고 외고와 같은 학교 차원의 입시경쟁이 모든 일반고로 확대하면 고교입시의 전면화이기 때문입니다. 상향 평준화 아니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형국일 수 있습니다.

    선발효과에는 다른 접근이 요구됩니다. 장관이 자사고 외고의 존치를 밝혔으니, 그것과 배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것은 무엇일까요. 시선은 어쩌면 선발효과를 최소화하는 입시제도로 귀결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궁금합니다. 현존하는 입시제도 중에서 선발효과 적은 것은 추첨입니다. 평준화의 추첨 배정과 달리, 고입 과정에서 추첨을 일부 시행하는 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걸 염두에 두었을까, 확대하려 할까 등 자꾸 갸우뚱 하게 됩니다.

    물론 이주호 장관의 복안에는 다른 해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던 간에 조만간 선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올해 말까지 자사고 외고의 존치를 포함한 세부방안을 마련한다고 했는데, 이제 코 앞이니까요.

    공정이 중요한 때입니다. 자사고 외고와 일반고 역시 공정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학교효과의 경우 서로 나누는 가운데 당국이 부족한 점을 메꿔줘야 하지만, 선발효과는 조치 요구됩니다.

    그게 뭘까요. 뭔가 준비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모른 척 할까요. 장관과 교육부의 준비물을 열어보고 싶은 나날입니다.

    필자소개
    정의당 교육담당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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