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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결제은행(BIS) 역사, 금융의 바벨탑
    [신간]『바젤탑』(아담 레보어.임수강(옮긴이)/ 더늠)
        2022년 12월 02일 10: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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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중앙은행의 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에 대한 역사를 다룬다. 국제결제은행 창설부터 현재까지 BIS 역사 전체가 서술의 대상이다.

    저널리스트가 수년 동안의 조사를 거친 다음 쓴 이 책은 국제결제은행과 중앙은행의 역사를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구성한다. 구체적으로, BISㆍ중앙은행들을 이끈 중요 인물들, BIS와 얽힌 사건들을 국제금융이라는 배경 속에서 역사소설처럼 엮는다. 따라서 이 책은 전문 분야를 다룬 저서이지만 마치 흥미로운 탐정소설을 읽는 느낌을 준다.

    이 책은 전문 영역을 다루지만 일반 비전문가 독자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국제금융의 역사, 중앙은행의 본질과 역할, 금융자본의 행태, 금융위기의 내막을 교양 수준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은 이 책을 입문서로서 읽을 수 있다.

    BIS의 본질을 좀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는 금융기관 종사자들도 이 책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금융을 이해하려면 중앙은행을 알아야 하고 중앙은행을 이해하려면 BIS를 알아야 한다. 특히 BIS 자기자본비율을 직접 다루는 은행 종사자들은 BIS를 잘 알아야 한다. BIS와 중앙은행을 깊이 있게 이해할 필요가 있는 전문 독자들은 이 책을 그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

    이 책의 한 가지 단점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 이름, 조직 이름이 많이 등장하여 혼란을 주고 가독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의 핵심 메시지

    저자가 책 전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BIS와 중앙은행이 정치적인 성격의 조직이라는 점이다. 중앙은행가들은 자기들을 스스로 금융분야의 테크노크라트라고 제시하지만 저자는 그것이 허구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이자율이나 화폐 공급량과 같은 중앙은행가들의 결정은 고도로 정치적인 성격을 갖는데, 그 이유는 그러한 결정이 다수 대중에게 상이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는 중앙은행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거나 독립적인 기관일 수 없다는 사실을 함의한다. 실제로 저자는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 개념을 선출된 권력에 의한 민주적인 통제 개념으로 대체할 것을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은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이라는 기존의 관념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중앙은행 독립성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금과옥조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중앙은행 정책은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들이 알아서 하는 영역이지 일반인들이나 정치인들이 따따부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쉽게 생각한다. 그런데 저자는 중앙은행의 정치적인 독립성이 처음부터 성립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저자의 관점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화두를 던지는 내용이며,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논의를 한 차원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한국은행이 정부에 대해서는 독립적이지만 미국 연준에 대해서는 독립적이지 않다고 말함으로써 중앙은행 독립성 논의가 살아있는 이슈라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 물론 저자는 한국은행이 정부에 대해서가 아니라 연준에 대해서 독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우리의 고민 지점을 짚어주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우리는 BIS가 어떤 기구인지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과 별 관련이 없기 때문에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BIS는 의외로 우리 삶과 직간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예컨대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BIS 자기자본 비율이라는 규제정책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 비율 때문에 금융기관들의 영업활동이나 손익이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잘 알려져 있지 많지만 1997년의 우리나라 경제위기도 이 자기자본 비율과 상당 정도 관련이 있다. 일본의 은행들은 1988년에 제정된 이 규정을 1990년대 초부터는 지켜야 했는데, 이것이 주변국들의 유동성 축소, 나아가 경제위기에 영향을 준 것이다.

    무엇보다 BIS는, 여러 단계를 거치기는 하지만, 우리의 자산가격, 특히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 자산가격은 중앙은행의 금융정책, 감독기구의 규제정책, 그리고 글로벌 자본이동 규제정책을 반영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중앙은행의 은행이라 할 수 있는 BIS의 활동과 이러저러하게 연결되어 있다.

    심지어 가상자산의 미래마저도 그것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무관할 수 없다는 점에서 BIS의 영향권 속에 놓여 있다. 우리가 BIS를 알아야 하는 이유들이다.

    책의 개요

    이 책은 스위스 바젤에 본부를 둔 국제결제은행BIS의 역사와 그 한계를 다룬다. BIS는 중앙은행들의 은행 기능을 하는 기구라 할 수 있는데, 따라서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중앙은행들의 역사, 한계와도 밀접하게 엮여 있다.

    이 책의 제목 바젤탑은 구약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을 패러디한 것이다. 18층의 원통형으로 솟아 있는 BIS 본부 건물은 탑의 모습을 닮았다. 이점에 착안하여 저자는 바젤탑이라는 조어로 BIS를 나타내고 있다. 나아가 저자는 구약 성경에서 인간의 욕심을 상징하는 바벨탑이 무너졌듯이, 금융으로 쌓은 탑도 개혁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무너질 수 있음을 바젤탑이라는 조어를 통해 암시하고 있다.

    BIS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지급해야 하는 배상금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독일이 배상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BIS는 다른 곳에서 존립 근거를 찾게 된다. BIS가 찾아낸 중요한 존립 근거는 여러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을 예치 받아 그 신용으로 자금의 결제를 원활히 하는 중앙은행의 은행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지급결제 기구 역할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BIS는 설립 목적에서 벗어나서 나치독일의 전쟁수행과 전후부흥을 돕고 유럽통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BIS는 민간 기구이지만 은행을 감독하고 자기자본을 규제하기도 한다. 물론 BIS의 규제는 강제력이 없다. 그러나 개별 은행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저자는 BIS가 어떻게 자기의 업무 범위를 넓혀가면서 위상을 세워나갔는지를 묘사한다.

    저자는 국제결제은행의 기능과 본질이, 20세기 들어 성장하기 시작한 금융자본의 이해와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고 주장한다. 20세기 초는 자본일반의 지배에서 금융자본의 지배로 넘어가는 문턱에 해당한다.

    문턱을 넘어서서 금융자본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이제는 이 금융자본의 이해와 운명을 같이하는 초국적 금융자본 계급이 탄생한다. 이 계급의 이익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조직이 BIS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물론 BIS가 여러 나라들에 적용되는 통일적인 정책을 직접 수립하지는 않는다.

    BIS는 중앙은행들의 단순한 친목 모임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BIS는 그렇게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BIS는 내부적으로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위계를 철저하게 세우면서도 동시에 초국적 금융자본 계급에 유리 한 방향으로 금융정책들이 수립될 수 있도록 조율해왔다.

    BIS는 자기의 이익을 지키는 수단으로 크게 보아 두 가지의 특징적인 행태를 발전시켰다. 첫째, 비밀주의 행태이다. BIS는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비밀주의를 유지해 왔다. BIS는 여러 나라들에서 수집한 통계자료나 분석보고서 등은 공개하지만 이사회나 여러 위원회의 회의록, 중앙은행들이나 국제기구들과 거래한 내용 등 핵심 사항은 지금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둘째, 기술관료적인 전문가주의를 강조하는 행태이다. BIS의 여러 활동이나 정책은 매우 정치적이다. 그럼에도 BIS는 자기의 활동을 정치와 거리가 먼 전문가들의 기술적인 일 처리로 포장해왔다. 그러나 이는 초국적 금융자본 계급이 자기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내세우는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BIS 개혁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최소한 이러한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저자는 BIS에 대해 비밀주의를 폐기할 것과 전문가주의를 민주적 통제로 대체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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