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정부는 복지사칭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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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2월 22일 07: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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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의 글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 합니다’는 진보 진영의 정치 논쟁을 사회적 이슈로 급속하게 부상시켰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글에 나타난 현실 인식이 매우 심각하다고 보고, 이를 비판하는 글을 <레디앙>에 보내왔다.

    심 의원은 이번 기회에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정책을 본격적으로 검증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레디앙>은 앞으로 세 차례 걸쳐 심 의원의 기고문을 나눠 싣는다. 글의 순서는 아래와 같다.

    1. 참여정부는 복지정부? 복지사칭정부?
    2. 개방해서 성공했다고? 서민은 실패했다!
    3. 절차적 민주주의의 완성인가? 민주주의의 질적 퇴보인가?  <편집자 주>

    노무현 대통령의 글을 보고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거의 전과목을 F 학점으로 장식한 학생에게 노(老) 교수가 실망해 말했다. “자네는 낙제일세.” 학생은 대꾸한다. “D학점이 무려 두개는 있는데, 왜 낙제라고 말하냐. 교수면 다냐.” 노 교수는 어안이 벙벙해 진다.

    지식인을 ‘정치의 링’으로 불러들이다

    한 교수가 있다. 

    그 교수는 참여정부 등장 이후 많은 책과 논문을 통해 대한민국 정치에 있어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해왔고, 정치 밖의 정치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정당정치의 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논지의 학문적 주장을 일관되게 해 왔다.

    불행하게도 그 교수의 학문적 주장에 대해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은 제대로 귀담아 듣지 않았다. 이 나라 양극화는 심화되었고, 정치적 개혁의 성과도 용두사미에 그쳤다.

    교수의 비판을 수용하는가 여부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자유이다. 그런데 분을 삭이지 못한 대통령이 그 교수를 자신의 홈그라운드인 정치의 장으로 불러들여 공격했다. 대통령이 포문을 열자, 대통령의 분신들도 따라나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통령과 그 분신들이 그 교수를 공격한 글들을 모아 봐도 교수가 쓴 『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서문의 한 단락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내뿜는 것의 요점은, 크게 보면 구체적인 근거와 자료를 따져보지 않고 참여정부가 국정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진보진영의 ‘무책임성’, 다른 하나는 한국이 처한 현실을 도외시한 채 비판만 일삼는 진보진영의 ‘교조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나는 대통령선거 출마를 준비하면서 진보진영의 정책을 다듬는 작업뿐만 아니라 유력 대선후보의 정책을 검증하겠다고 자임한 바 있다. 비록 대선후보는 아니지만 자신과 진보진영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심각하다고 판단되어 그를 본격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복지에 대해 큰 애정을 가지고는 있으나 

    난 참여정부가 복지에 대하여 큰 애정을 지니고 있다고 인정한다. 2003년 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원회는 최종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GDP대비 사회보장비 지출이 OECD 30개국 중 29위라며 복지후진국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후 복지, 여성, 환경, 문화, 주거 분야에 투자를 높이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2005년에는 ‘희망한국 21’을 발표하여, 2006~2009년 동안 빈부격차를 선진국 수준으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고, 작년에는 고령화, 양극화에 대응하는 ‘비전 2030’ 미래전략도 공개했다.

    여기까지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야기해도 되는 선은. ‘이렇게 복지를 늘리고 싶었다’라고 고백하면 된다. 그러나 대통령은 훌쩍 사실의 선을 넘었다. 지나친 홍보 열정에 그러한 것인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참여정부의 업적을 챙기며 진보진영을 비판했다.

    “참여정부가 아무 한 일도 없이 국정에 실패만 했다고 한다면, 구체적인 근거와 자료를 가지고 따져보자고 말합니다..,,..참여정부 4년 동안 재정에서 차지하는 복지지출 비중이 20%에서 28%로 증가했습니다. 이것은 지난 어느 정부보다 빠른 속도입니다.,,,,,

    동반성장, 양극화 해소를 위해 국민총생산 대비 복지지출을 2020년까지는 현재의 미국·일본 수준으로, 2030년까지는 현재의 유럽 수준으로 높이자는 ‘비전 2030’도 이전에 없던 국가 장기발전 계획입니다.,,,,,,이에 대해 진보진영에서 얼마나 진지한 관심을 가졌는지 의문입니다. 진보가 진보다우려면 미래문제에 대해 보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노무현대통령,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 합니다” 2007. 2. 17).

    노대통령의 자랑, 대부분 수치 가공 효과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복지재정 확대를 업적으로 삼고자 하는 절실한 심정은 이해가 가나 그렇다고 수치를 가공해선 안된다. ‘자료와 근거’를 가지고 평가받기를 원한다면 참여정부 스스로 자료과 근거에 엄격해야 한다.

    참고로 밝혀두건대 노 대통령이 업적으로 자랑해온 ‘복지재정 확대’ ‘신용불량자 수 감소’ ‘최저주거기준 개선’ 등은 대부분 수치 가공 효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통령이 억울해하면 얼마든지 근거와 자료를 제시하겠다)

    나는 다음 여섯 가지 ‘구체적인 근거와 자료’를 가지고 참여정부가 복지정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주고자 한다.

    첫째, “참여정부 4년 동안 재정에서 차지하는 복지지출 비중이 20%에서 28%로 증가했습니다”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참여정부 4년차인 2006년 복지지출은 총 56조원으로서 전체 재정 224조원의 25%에 불과했다. 3% 차이면 7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인데, 참여정부의 셈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참여정부 5년차인 2007년 국가재정도 얼마 전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 복지재정도 약 61.7억원으로 전체 재정 237.1조원의 26.0%에 불과하다.

    복지 지출 비중 28%로 증가는 거짓

    둘째, 내가 누차 지적한 바 있지만, 더 심각한 것은 위 수치조차 심하게 부풀려져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혹시 복지재정의 내역을 살펴본 적이 있을까? 본 적이 없을 것이라 믿고 싶다. 설마 내역을 알았다면 이렇게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았으리라.

    우리나라 복지재정엔 이상한 마술이 작동한다. 이 마술을 보면 참여정부는 가만히 앉아서도 복지재정을 늘리는 복지정부가 될 수 있다.

    언제부턴가 정부 복지재정에 주택부문 예산이 대거 포함되어 계산되기 시작했다. 2007년의 경우 복지재정 61.7조원 중 주택부문이 무려 14조원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14조원 중 실제 주거복지에 사용되는 재정은 약 3조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11조원은 모두 주택관련 융자금이다. 도대체 나중에 다시 회수하는 자본적 경비인 주택관련 융자금을 복지재정으로 계산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회계법인가?

    주택관련 지출 전체를 사회복지 재정에 포함시키는 정부의 재정분류방식은 사회복지 지출에 대한 국제기준에 비추어 볼 때 부적절하다.(국회예산정책처, <2005~200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시안) 분석> 73~74쪽). OECD 기준에 의하면, 사회복지지출(social expenditure)이란 “가구 또는 개인이 사회적 위험에 처해 있는 동안 공적제도에 의하여 제공되는 사회적 급여(social benefit) 및 재정적 지원(financial contributions)"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의에 따를 경우, 사회복지 지출에 포함되는 주거(housing)란 주거비용과 관련된 임대비용 보조금 및 기타 현금급여로 정의되며, 우리나라 세출구조에서 보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거급여’가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이승만, 노태우 정부 몫까지 가로채려나

    주택관련 융자금은 자본적 경비이다. 엄밀히 사회복지 지출을 따지자면, 주택관련 융자에 따른 임대료 시장가격과 정책가격의 차액을 복지지출로 삼아야 한다. 현재 복지재정 중 10조원 이상이 복지비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경우 2007년 재정 중 복지지출 비중은 4% 포인트 이상 낮아져 22% 이하로 계산되는 것이 옳다.

    셋째, 그래도 복지재정은 조금이라도 늘고 있지 않느냐는 항변이 나올 듯 하다. 그렇다. 늘고 있다. 그 중 핵심이 공적연금(특수직역연금, 국민연금) 지출의 증가이다. 이는 참여정부의 정책 개입과는 관계 없이 연금제도가 성숙됨에 따라 연금급여를 수령하는 가입자들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참여정부가 자신의 성과라고 우기면 곤란하다. 굳이 따지면 1960년에 공무원연금을 처음 도입한 이승만 정부, 1988년에 국민연금을 도입한 노태우 정부의 성과(?)다.

    넷째, ‘비전 2030’을 인정해 주지 않아 섭섭한 모양이다. 향후 20년 이상 미래구상을 펼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비전 2030’이 발표될 때부터 줄곧 이어지는 비판의 이유에 대해서 아직도 모르고 있다면 이는 심각하다.

    국민들이 정말 관심을 가진 것은 ‘장미빛 청사진’이 아니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재정방안’이다. ‘2030’에 재정마련계획이 없다. ‘앙꼬 없는 찐빵’을 왜 안사 가느냐고 짜증을 내는 격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나 ‘2030’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부심의 크기만큼 허전함도 깊어진다는 사실을 알기 바란다.

    기업 세금을 깎아주면서 어떻게 복지정책을?

    다섯째, 노무현 정부는 애초부터 복지지출의 토대를 이루는 국가재정을 확대할 의지도 계획도 갖고 있지 않았다. 정부의 2006~2010년 재정운용계획을 보더라도 조세부담율은 2006년 20.7%에서 2010년 20.6%, 국민부담률은 26.7%에서 26.4%로 현상 유지다. 지금도 OECD 평균(조세부담율 28.2%, 국민부담율 37.6%. 2003년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지인데도 말이다.

    여섯째, 더 심각한 일은 항상 재정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노무현 정부가 정작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었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감세정책을 통해 복지재원 통로를 줄여놓고 이제와서 세수확대가 어렵다고 말한다면 도대체 국민들은 어쩌란 말인가?

    노무현 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조세정책의 기본방향은 감세였다. 노무현 정부의 전신인 김대중 정부는 지난 2001년 기업경쟁력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법인세율을 (28%에서 27%, 16%에서 15%로) 1% 포인트 인하하여 이윤을 잘 올리고 있는 기업에게 특혜를 베풀었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법인세가 인하된 지 불과 2년만인 2003년에 다시 법인세율을 2% 포인트 인하했다.

    소득세도 마찬가지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소득세율은 구간별로 무려 10%씩 내렸다. (최고세율 40%가 36%로 인하) 그런데 노무현정부는 3년만인 2004년에 다시 소득세율을 1% 포인트씩 내려 세금감면혜택을 부자들에게 주었다.

    노무현 정부 시기 단행된 세율인하에 의해 발생한 세수감소액만 계산해 보면, 2005~2007년 3년 동안에만 8조 3천억원에 달한다. 세율인하는 이후에도 계속 영향을 미치는 조치여서 참으로 심각한 조치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를 복지정부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유감스럽지만 참여정부와 복지정부는 먼 거리에 있다.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그런 경우를 두고 우리는 ‘실패’ 라고 한다. 그런데도 수치까지 가공해서 계속 복지정부라고 강변하면 복지사칭정부가 된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은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민심 앞에 겸허한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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