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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언과 감간을 거듭했던 문제적 선비
    [책소개]『비판적 지식인 윤선도』 (고영진/푸른역사)
        2022년 10월 14일 11: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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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윤선도’의 또 다른 얼굴

    우리는 윤선도를, 송강 정철과 더불어 국문학의 양대 거목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조선 시대 지성사를 연구해온 지은이는 ‘문인 윤선도’의 또 다른 모습에 주목했다. 실록과 문집 등 다양한 자료를 뒤져내 지은이가 그려낸 윤선도는 쓴소리를 마다않던 꼿꼿한 선비, 민본과 균부均賦에 기반한 안민론을 펼쳤던 경세가 등 다양한 얼굴을 지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뛰어난 ‘시조작가’의 경계를 벗어난 진정한 실천적 지식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살아있는 권력과도 맞선 ‘트러블 메이커’

    무엇보다 윤선도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선 인연을 뛰어넘고, 불이익을 무릅쓰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표적인 것이 광해군 대의 권신인 대북의 영수 이이첨, 인조반정의 공신이자 효종의 부마인 척신 원두표, 중국에까지 군약신강의 주역으로 소문났던 송시열 등 당대의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하는 상소를 수차례 올렸다. 70세가 넘어서도 귀양을 가는 등 15년간 유배 생활을 했지만 “사람들이 감히 말하지 못 하는 것을 말한 사람”이란 평가를 받았던 이유다. 물론 “말씨가 험악하다”는 비평도 있었지만 글을 따라가다 보면 이는 한 면만 본 것이란 지은이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게 된다.

    실용성을 바탕으로 한 득인론․안민론

    윤선도는 또한 실용적 경세가이도 했다. 인재의 중요성, 정치의 요체를 강조하며 “하늘이 나라를 세우고 임금을 세운 것은 한 사람을 후하게 하고자 함이 아니요 만민萬民을 위한 것” “유독 노비만 만대토록 노비가 되어야만 하는 이치가 있느냐” 같은 지적은 지금도 귀 기울일 만하다. 무엇보다 1655년 효종에게 올린 〈시폐사조소〉에서 든 ‘산성 무용론’은 성리학자들의 공리공론이란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윤선도는 산성이란 깊은 산속에 있는 산성은 백성을 보호하지도 못하고 산성을 피해 평탄한 길로 서울을 공격해오면 쓸모도 없다며 “백 개의 성을 쌓는 것보다 한 명의 현재賢才를 쓰는 것만 못하다”고 주장했으니 혜안이라 할 수밖에.

    ‘호남 실학’의 단초로 파악한 입체적 조명

    윤선도는 성리학에도 밝았지만 의도醫道 풍수 등 실용적 학문에도 능통했다. 1657년 효종 비가 병이 났을 때 처방을 내는 등 왕실 구성원들의 병에 자문하는가 하면 1659년 효종의 능을 간심看審하는 데도 참여할 정도로 두루 밝았다. 지은이는 호남 사족 가문으로서의 혈연․지연의 네트워크와 더불어 조경․정세규 등 근기남인은 물론 제자와의 학문적 교류, 최명길 등 중앙 관료와의 교유 등을 꼼꼼히 짚으면서 윤선도의 학문과 사상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그리하여 지은이는 윤선도를 “18세기 이후 ‘호남 실학’의 문을 본격적으로 열기 시작한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위치 짓는 데 성공했다.

    읽는 재미를 더한 ‘조선의 비판적 지식인’ 일별

    지은이는 마지막 장에서 살아생전 광동狂童 광생狂生으로까지 불렸던 조선의 비판적 조선인을 일별함으로써 책의 의미와 깊이를 더했다. 세조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던 성종 대에 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의 능인 소릉의 복위를 청하는 상소를 올렸던 ‘생육신’ 남효온은 급기야 1504년 갑자사화 때 무덤이 파헤쳐져 ‘부관능지’의 욕을 보아야 했다. 여기에 김일손, 박상 김정 등 개인적으로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지만 새로운 세상을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직언을 했던 이들의 삶을 살핀 대목은 새삼 눈길을 끈다.

    지식인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다

    장 폴 사르트르는 ‘지식인’을 자신과 무관한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는 사람으로 규정하였다. 반면 폴 니장은 지배계급의 사주를 받아 각별한 논증을 통해 ‘특수’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는 ‘사이비 지식인’을 ‘집 지키는 개’라 명명했다.

    역사는 성찰을 위한 학문이기도 하다. 윤선도의 삶과 사상을 그려낸 이 책이 지식인은 누구며 그 역할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는 데 실마리를 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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