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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노동자의 국제연대
    [기고] 홍콩에서 한국으로 온 AMRC
        2022년 09월 30일 12: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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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5월 창립 총회 당시 참석하여 간단한 기사를 작성해 게재하려 하였으나 설립허가증을 받는 과정에서 홍콩-중국 문제 등의 예민함으로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어서 기사 게재를 유보한 바 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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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일을 하고, 그때마다 그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사람들에게 같이 하자고 부추기고, 그러면서 자족하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그저 운동의 일상이었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가끔은 그건 참 잘한 일이다 싶은 일도 있기는 했지만….

    아시아 지역의 노동운동의 국제연대조직인 AMRC(Asia Monitor Resource Center)의 이사장을 맡게 되었다. 이사장이라는 직책이 늘 그렇듯 있는 듯 없는 듯하는 자리이고 일은 사무국의 활동가들이 하는 것이니 뭐 그리 중요한 자리는 아니지만 잘했으면 싶다. 운동이란 걸 꽤 오래하면서 아쉬움을 갖고 있었던 부분들이 있었다. 바로 우리 운동이 꼭 채워야 하는데 여전히 텅 빈 여백으로 놓아 둔 부분, 노동운동, 사회운동의 국제연대에 대한 우리의 책임이라는 영역이었다.

    87년 이후 노동운동을 필두로 한 우리의 사회운동은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 사회적 시민권의 확장을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먼저 그 뿌리를 내렸던 외국의 노동운동, 사회운동 단체의 지원과 연대에 대해 참 많은 빚을 졌다. 우리의 운동이 그래도 어느 정도 틀을 갖추게 되고 또 지역과 부문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게 된 데는 이런 국제연대의 힘이 컸다. 1980년대 이후 모든 조건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우리 운동은 국제연대라는 이름으로 재정지원, 교육지원, 국제적인 공동행동과 공동투쟁 등을 통해 참 많은 빚을 졌다.

    그렇게 벌써 반세기가 지났건만 우리는 그 빚을 갚는 일에 매우 소극적이다. 소극적인 것을 넘어 여전히 국제연대를 통해 무언가를 받는 데만 익숙하다. 경제 규모나 국제사회에서의 우리나라의 위상, 뭐 이런 건 논외로 하자. 우리의 노동운동이나 사회운동의 기반이 취약하니 어쩌니 하지만 외국에 나가면 한국의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에 대한 경외심이 넘치고(때로 부끄럽다), 우리 운동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 하고 우리 운동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교류하고 싶어 하는 다른 나라의 운동가들을 만난다. 우리가 지나온 80년대의 바로 그 사회적 조건, 즉 열악한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과 탄압받는 노동운동, 사회운동이라는 조건을 안고 있는 나라들의 운동가들이다.

    특히 아시아 각국에서 벌어지는 민주주의의 후퇴, 권위주의의 부활, 시민사회의 축소,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은 일상적이다. 아시아 지역의 노동운동, 사회운동과의 연대, 우리 운동이 가져야 할 책임의 몫이 대단히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노동운동, 사회운동은 이런 문제에 대한 책임의식이 크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여전히 어렵지만 그래도 이제는 우리 운동이 국제연대, 특히 아시아 지역의 연대에 무엇이든 역할을 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때이다.

    5월 27일에 AMRC(Asia Monitor Resource Center) 설립을 위한 발기인 대회가 열렸고 4개월 가까이 시간이 지나서 지금 비로소 설립허가증을 받았다.

    5월 발기인대회 모습(온라인으로도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

    AMRC는 1976년 홍콩에서 설립되어 46년 동안 아시아 각국의 노동권 개선, 젠더평등, 그리고 노동자의 자발적 참여라는 원칙에 입각해 민주적이고 독립적인 노동운동을 일구어온 노동자들과 노동운동 단체들을 지원하는 범아시아 비정부기구이다. 그런데 이 기구가 최근 홍콩의 보안법 사태 등으로 지난 반세기 활동의 거점(홍콩)을 잃게 될 위기를 맡게 되었고, 이로 인해 아시아지역의 국제연대가 후퇴할 우려가 생기게 되었다.

    이런 상황을 접하며 작년 7월부터 아시아의 국제연대를 위해, 그리고 우리 운동의 국제연대의 책임을 고민하며 AMRC를 한국에서 다시 설립하고자 하는 운동을 추진해왔다. 민주노총과 한국의 사회운동단체들의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 소중한 운동을 이어가기 위해 마음을 모아왔다. 여러 가지 어려운 조건이 있었지만 노동운동, 사회운동의 국제연대를 위한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난 5월 AMRC 2기를 여는 발기인 대회를 열었고 이제 설립신고증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 운동이 AMRC 설립을 통해 이제 아시아의 국제연대를 위해 보다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계의 공장 아시아, 세계 노동인구의 절반이 일하고 있는 ‘노동의 대륙’ 아시아 노동자들의 삶의 질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한국에서 다시 설립하는 AMRC, 그 2기의 뜻 깊은 출발을 통해 급변하는 정치, 경제적 상황 속에서 아시아의 민주적이고 독립적인 노동운동 연대의 끈이 더욱 강력하게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필자소개
    전 민주노총 공공연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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