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직선제를 ‘왜’ 버리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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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2월 09일 09: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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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조용했던 선거, 그러나…

이제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다. 민주노동당 제1차 중앙위원회 자료는 당의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대한 중요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여기에 적혀 있는 ‘당헌 개정안’ 중 하나를 보면서 나는 작년 이맘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당시 문성현 대표와 조승수 전 국회의원과의 치열한 당대표 결선투표가 진행되었고 경선이 끝났을 때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질문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민주노동당의 선거는 너무 조용하다. 우리도 열린우리당처럼 국민경선제 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그 당시 선거를 회고하면 당 내부적으로는 부정선거로 검찰 고소가 들어갈 정도로 과열된 선거였지만 당 밖으로 보면 어떤 언론도 주목하지 않는 조용했던 선거였다고 기억한다.

당시 TV 토론도 했고 전국 순회도 해서 이른바 할 것은 다 한 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우리들만의 잔치’로 끝났다는 것이 대다수의 지적이었다. 선거 후 일부 당원들 사이에서는 선거가 주목 받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로 ‘선출 방식의 문제’를 꼽기도 했었다.

당원의 힘으로 운영되는 당을

하지만 이러한 인식과는 달리 선거를 둘러싸고 민주노동당의 ‘진성당원제’의 긍정성에 대한 의미 있는 보도들은 지금까지 꾸준히 있어 왔다. 당비를 낸 당원들이 모든 당직/공직 후보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선출하는 ‘당원직선제’를 근간으로 하는 ‘진성당원제’는 기성 정당이 갖고 있지 않은 민주노동당 만의 고유한 전통이다.

민주노동당을 모방하여 기간당원이 당직을 선출하는 제도를 부분적으로 채택했던 열린우리당의 경우 결국 내부 권력 다툼에 의해 제도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을 보면 우리의 ‘진성당원제’는 분명 남다른 의미가 있는 우리만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서민의 정당을 지향해 왔지만 아직까지는 지지자들로부터 기성 정당에 비해 청렴하다는 면을 인정받아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존 정당들이 ‘정권을 재창출 혹은 정권 교체’라는 명분에 기대어 국회의원 자리를 지키기 위해 짐승만도 못한 짝짓기를 해온 것은 대다수의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뿌리깊은 정치 부조리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당원의 힘으로 당을 운영하고, 당원의 힘으로 의원을 심판할 수 있는 ‘당원직선제’를 강고하게 유지하는 길 밖에는 없다. ‘진성당원제’가 ‘당원직선’이라는 근간에서 유지된다는 것은 또 한 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2007년 대선만이라는 단서 조항은 의미없다

분명 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분 중 몇 분은 내게 한마디 하고 싶을 것이다.

“이번 당헌 개정은 어디까지나 이번 2007년 대선에 한하는 것인데 왜 내용도 모르고 설쳐대지?”

물론 글쓴이는 이번 당헌 개정안에 삽입될 ‘부칙’의 문구를 모르는 바보는 아니다. 하지만 이 부칙이 만들어낼 결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번 부칙은 지금까지 민주노동당이 쌓아온 긍정적 이미지를 단숨에 무너지게 하는 위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이번 2007년 대선에 한해서’라는 예외 조항을 보고 어떤 언론이 이를 충분히 감안해서 기사를 쓰겠는가? 대다수의 언론은 이 결정이 외부로 알려지면 바로 관련 기사 제목을 ‘민노당 7년간 이어온 당원직선제 포기’로 뽑을 것이고, 이에 보태서 밑에 줄에 ‘지지율 하락에 밀려 결국 민노당도 시류에 편승해’라는 작은 소제목을 넣어 줄지도 모른다. 물론 기사 말미에는 눈에 잘 띄지 않게 ‘2007년 대선에 한해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라는 문장이 하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보수 언론들은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정정 보도니 명예훼손으로 맞서야 한다는 분도 분명 계실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그런 제목을 뽑고 기사를 쓰는 것이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상당수의 언론인들이 민주노동당이 기성 정당과 다른 확고한 특징 중에 하나로서 당원직선을 기초로 한 ‘진성당원제’를 뽑아왔다. 이른바 ‘지지율 하락’이라는 구조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대선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지금까지 지켜온 좋은 제도를 쉽게 폐기했다고 알려진다면 이는 우리에게 스스로의 목에 칼을 대는 것과 같다.

정체성 논란 지겹다. 그러나 개방형 경선제 실효성 없다.

물론 이러한 정체성 논의에 대해 고리타분한 이념주의 탁상공론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글을 쓰는 사람도 이러한 지적에 대해 부분적으로는 동감하는 부분도 있다. 특히 ‘제도’에 있어서 만큼은 이념을 기초로 하되 시대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뀔 수 있다는 나름대로 개방적인 관점을 지금까지 유지해왔었다.

하지만 이러한 다소 유연한 시각에서 바라보더라도 지금 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방형 경선제’는 ‘득’보다 ‘실’이 많은 제도임에 틀림없다.

내 주장은 ‘진성당원제’를 포기했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다고 추측하는 것을 검증할 만한 객관적인 데이터는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에서 시작된다. ‘당원 1명+지지자1명= 2표’가 된다는 전근대적 발상이 21세기가 되고 이미 7년이나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비과학적인 사고인지 전 당원에게 묻고 싶다.

미디어가 발전되고 자유 민주주의가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었으며 상대적으로 조직과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 희박해진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아직도 조직과 인맥을 바탕에 둔 물리적인 투표 조직화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우매한 판단인지는 웬만큼 사회 생활하신 분들은 아실거라 믿는다. 만약 성공할 자신이 충만하다면 최소한 민주노총 50만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라도 하고 표결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당신이 민주노동당 선거인단으로 참가하면 대선 후보를 기호 4번으로 꼭 찍을 생각이 있는가?’ 라는 문항에 과연 몇 명이 ○표를 던질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리고 ○표를 던진 사람 중 얼마나 그 결정을 이행할지도 의문이다.

난 솔직하게 50만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여러분께 묻고 싶다. (물론 여론조사를 하면 응답할 사람은 대부분 조합 간부 및 활동가가 될 확률이 크기 때문에 여기에서 잡히는 통계 역시 신뢰할만한 것은 못될 것이다.)

“개방형 경선제를 전 조직적으로 추진할 정도로 한가하냐고.”

지금 현재 우리는 다른 일로 바쁘다

현재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은 5%대에서 머물고 있다. 양당 구도가 이어져온 한국사회 대선이라는 큰 벽 앞에서 우리가 세워야 할 목표는 결코 50만명 조직이라는 모래알이 아니다. (일부 글에선 선거인단 50만이 그들의 가족을 조직하여 200만을 만들고 이 200만이 500만이 되어 성공할거라는 허황된 꿈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2007년 대선에서 당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500만을 아우를 수 있는 한국사회에 대한 큰 대안으로 전 국민을 놀라게 할 정도의 기술집약적 대공업이 필요한 것이지, 확실하게 투표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한명 한명을 선거인단으로 위촉해서 20만(아마 현재의 당 역량상 이 정도가 가능할 듯하다.) 정도를 조직하는 ‘가내 수공업’이 필요한 것이 결코 아니다.

특히 민주노동당처럼 아직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한 소수 정당은 ‘1회성 선거 이벤트’로 얻을 수 있는 지지율이 사실상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벤트는 제도의 특성상 언론의 주목도에 따라 대사회적인 효과가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만약 그 시기에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 폭탄 한 두개를 터뜨린다면 경선 국면은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니 말이다. 오히려 현재 당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후보 선출 시기 전까지 최근에 대선 주자들이 열심히 진행하고 있는 ‘민생 사업’을 전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개방형 경선제’라는 폭탄을 지금 지역에 던져주었을 때 민생 사업을 중심으로 지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지역위원회는 무엇을 중심적으로 해야 하는 것인가? 필자는 현재 지역에서 상근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폭탄은 전혀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담이라고 말하고 싶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 좋겠지만, 현재 지역의 상황은 만천하가 다 아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민주노총-전농만으로 하자? 산별노조 건설과 비정규법제화에 따른 대량 해고에 대응해야 할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어떤가? 금속노조 출범으로 누구보다도 현장에서 발로 뛰어야 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FTA 체결을 눈앞에 두고 생존권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농민들이 기호 4번을 찍어달라고 돌아다니며 대선 선거인단이나 조직하고 있으면 한국 진보운동의 미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오히려 나는 현재의 중앙당이 대선 활동의 중심이 되어야 할 민생 의제를 개발하고 대선주자와 지역과 함께 사업을 추진해야 할 임무를 등한시하고 민생특위(물론 이 기구를 중앙당이라고 말한다면 할 말 없다)와 대선주자들에게 떠맡긴 채 이벤트 기획사 마냥 선출 제도를 중심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2007년 대선의 의미를 다시 새기자

여기에서 다시 한 번 2007년 대선의 의미에 대해 지적해보기로 하자.

2007년 대선은 분명 87년 이후 체제의 종식을 의미 한다. 87년 체제 이후 이른바 제도적 민주주의(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과정을 밟고 헤게모니가 국가에서 자본에게 넘어가면서 심화된 사회양극화는 이제 한국 사회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구호성 반대와 추상적 수사만으로는 현재의 대선 국면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즉 이번 대선에서는 당의 이념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당의 정책을 100% 소화하여 전 국민에게 우리가 ‘왜’ 대안정당인지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준비된 후보가 필요하다. 민주노동당의 당원들은 누가 그러한 인물인지 판단할 수 있다. 반대로 비당원들은 아직 민주노동당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만약 그들이 민주노동당이 진정한 노동자 서민의 정당이라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한 길이 있다면 그 과정은 대선선거인단으로 위촉되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후보가 TV에서 지역에서 신문에서 인터넷에서 선명하게 우리를 알려내고 지역위원회와 함께 민주노총과 함께 투쟁하는 것에 있다고 감히 나는 주장한다.

이제 비슷한 의미에서의 ‘우리들만의 잔치’가 될 공산이 큰 ‘개방형 경선제’에 전 당력을 쏟아 붓는 것보다는 대선후보군과 지역과 협력하여 ‘민생 사업’을 현장에서 실천에 옮기야 할 것이다. 이것이 당의 훌륭한 전통인 ‘진성당원제’를 지키고 대선도 승리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후보 선출 빨리 하고, 전국을 돌게 하라

나아가 빠른 시일 내에 ‘당원 직선’으로 대선 후보를 선출하여 이 후보로 하여금 민생 사업을 들고 전국을 순회하고, TV토론회에 조기 출연하여 상대 대선후보군을 무력화시키고, 당의 정책을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각인(프레임화)시켜 유사 진보개혁세력의 정책 베끼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앞장서서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대선 후보를 자임하는 의원들이 보여주고 있는 활동들은 사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의 본연의 모습이어야 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철새처럼 떠도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과는 달리 지역조직과 함께 민생 사업을 만들고 함께 투쟁하는 자랑스런 의원단의 모습을 보면서 당원 직선제를 고수한 우리의 결정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재확인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지금 너무 조급해 하고 있다. 계속되는 지지율 하락과 위기론에 기인한 조급함 때문에 대선이라는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2류 이벤트’ 하나에 전 당력을 소모해서 당의 운명을 절망으로 이끄는 과오를 제발 저지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현재 거론되는 대선 주자들 캠프에서 활발하게 한국 사회의 미래 대안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을 간간히 들을 수 있다. 이러한 고민들이 지역에 반영될 수 있도록 준비된 후보들이 지역위원회와 함께 충실한 민생 사업을 벌여나가는 가운데 이벤트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민생대장정이 이루어지고 장기적으로는 밑바닥 여론이 뒤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중앙당대의원으로서 이번 당대회에서 당헌개정안에 불필요한 부칙을 다는 것에 대해 나는 분명하게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 당원직선제라는 소중한 전통이 근간이 되어 지금까지 험난한 길을 걸어온 민주노동당이 단 한 번의 실수로 100년을 후회는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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