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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호한 ‘노선·이념과 정체성’
    정의당 위기, 비호감의 최대원인
    유권자·당원 여론조사 진행...이념·독자성·대변 계층 등 살펴 분석
        2022년 09월 21일 07: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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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존폐위기를 겪고 있는 정의당이 혁신의 계기를 도모하고 있지만 여론의 반응은 미미하다. 정의당의 지난 10년을 실패로 규정하며 발족한 10년 평가위원회의 당의 정체성과 노선 전환 활동은, 당의 위기의 책임을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묻는 ‘비례대표 총사퇴 권고 당원총투표’에 묻혀 거의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큰 혼란 속에서 치러진 당원총투표는 부결됐다. 사실상 혁신을 자처한 어떤 활동도 그 결과를 가시화하지 못한 셈이다. 이보다 앞서 선거 직후엔 ‘노동보단 페미니즘에 집중’해서 패배했다는 평가가 나왔고, 일부 의원들은 이러한 평가에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이처럼 엇갈린 당내 혁신 활동과 중구난방으로 떠도는 평가들은 여전히 당의 위기 진단에 대한 총의를 모으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내 혼란스러운 상황과는 별개로 당 안팎으론 정의당의 위기 진단에 대해 공통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다. 노선과 정체성이 원인이라는 결론이다.

    ‘정의당 투표경험자 인식조사’ 결과를 담은 대외비 보고서를 보면 “노선/정체성이 정의당 비호감 최대 원인”이라며 “당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치열한 논쟁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히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정의당 비상대책위 의뢰로 지방선거 후인 지난 8월 조사 발간되었다. 전국 18세 이상 남녀 중 최근 10년간 정의당에 투표해본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 보고서는 “오픈 문항에서도 공약/정책과 함께 진보적 노선과 정체성, 페미니즘, 모호한 정체성, 민주당 2중대, 기존 정치세력과의 차별성 등 전체적으로 노선과 정체성에 대한 문제제기 많았다”며 “현재 문제되고 있는 비례대표 의원 관련 비호감 언급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분석했다.

    조사에 참여한 유권자들은 정의당에 대한 비호감을 가장 크게 증가시킨 요인으로 ‘노선 및 정체성’(44.2%)을 꼽았다. 보고서는 “정체성을 확인하고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는 상징체계와 스토리텔링이 없이는 당의 호감도 제고는 어렵다”며 “모호하지 않다는 이미지라도 남겨야 생존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당원여론조사 결과 대외비 보고서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정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10년평가위원회 의뢰로 정의정책연구소가 실시한 조사를 보면, 정의당의 호감도가 하락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이념 및 정체성의 불분명함’(29.0%)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 조사는 7월 21일부터 28일까지 이메일 및 문자 수신 허용 전 당원 중 843명을 대상으로 실시, ‘2022 선거 평가 및 당면 과제 당원여론조사 결과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정의당 당원들에 한해 배포된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 처방보단 장기적 처방으로

    정의당 투표경험자 인식조사 대외비 보고서는 정의당 7대 혁신과제별 공감도 조사 결과 장기적 처방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정의당 혁신을 위한 과제에 대한 공감도는 비례대표 중간 평가제 도입, 노동기반 강화, 10년 계획위원회 발족 및 활동 등 중장기적인 과제에 더 많이 공감했다”고 결론냈다.

    비례대표 중간평가제 도입, 노동기반 강화, 10년 계획위 발족 순이었고 3개 답변 모두 80%가 넘었다. 반면 당명 교체는 50%대, 당사 이전과 비례 사퇴는 60%대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비례 사퇴 대비 비례대표 중간 평가제 도입이 더 많은 공감 응답을 얻은 것은 제도적인 정비가 마무리된 후 비례대표에 대한 평가를 통해 문제가 있을 경우 사퇴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당명 교체나 당사 이전은 시급성에서 후순위로 인식된다”고 분석했다.

    논란이 됐던 비례대표 총사퇴 등 단기적 처방으론 정의당의 근본적인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으로 읽힌다.

    정의당 추구 이념 ‘페미니즘’으로 인식…‘실패’ 진단
    ‘성평등 정체성 강화’ 요구 높아, 정의당 페미니즘 리브랜딩 필요

    정의당 투표경험자 인식조사 대외비 보고서는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책과 이념지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체 유권자 지형을 유권자 욕구 기반(needs-based) 세분화를 위한 방법인 ‘Q방법론’을 사용해 ▲박애주의 관여자 ▲국민공동체 관여자 ▲차별철폐 관여자 ▲반보수/개혁 관여자 ▲생존권/복지 관여자 5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진보정당 지지 가능성이 있는 상위 3개 그룹, 즉 정의당이 지지를 설득해야 할 유권자 그룹은 박애주의 관여자(67.1%), 차별철폐 관여자(70.8%), 생존권/복지 관여자(62.0%) 그룹이다.

    ‘박애주의 관여자’가 선호하는 아젠다는 한반도 평화, 기후위기 대응, 이주민 지원. 복지국가 의제 선점 등이고 ‘차별철폐 관여자’는 노동(비정규·플랫폼), 성평등, 장애인, 진보연대 등을 선호했다. 생존권/복지관여자는 공공의료 강화, 주거권 신장, 청년정책, 노인복지 등이다.

    ‘국민공동체 관여자’는 국민의힘 성향이 짙었고, ‘반보수/개혁 관여자’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중에서 답변 비율이 높았다.

    위 3개 그룹은 진보정당 지지가 가능한 이유로 ‘진보정당이 작지만 필요해서’, ‘진보정당 정책이 좋아서’, ‘진보정당의 이념 지향이 좋아서’ 등을 꼽았다.

    이 중 이념 지향과 관련한 조사에서 ‘현재 정의당이 집중하는 이념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페미니즘’(23.9%) 답변이 가장 많았고, 이와 동시에 가장 불필요한 이념으로도 페미니즘(30.6%)을 꼽았다. 당의 가장 추구해야 할 중요한 이념으로 사회민주주의(25.1%)와 사회주의(15.7%) 답변이 가장 많았다.

    다만 보고서는 진보정당 지지 가능성이 높은 3개 그룹을 봤을 때 정의당이 성평등 정체성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차별철폐 관여자 그룹은 ‘성평등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진술문 선호가 강하게 나타난다”며 “이는 성평등이라는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향후 당의 정체성 중 성평등은 확고하게 옹호돼야 함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페미니즘은 추구 이념으로 효능감이 다른 이념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성평등과 페미니즘이 잠재 타깃 인식 내 의미상 탈동조화 과정에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며 “이는 정의당 내 개별 활동가의 선한 의지와는 무관하게, 역동적 정세 속 집합적 ‘정의당 페미니즘’은 혐오 극복에 실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페미니즘이 혐오 논쟁의 중심에 위치해 다수 국민과 잠재 타깃 인식 속 본래 의미가 마모돼 시급히 리브랜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누구를 대변하는 정당인지 모르겠다
    “비정규-플랫폼, 저소득층 대변” 요구 가장 높아

    당원 조사에선 정의당이 어떤 계층을 대변하는지 모르겠다는 답변이 가장 많이 나왔다.

    당원 조사 대외비 보고서에 나온 ‘대변하는 계층에 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정의당이 집중적으로 대변하는 계층은 ‘잘 모르겠다’(49.0%)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비정규직-플랫폼 노동종사자’(22.1%), ‘성소수자(10.1%)’와 ‘저소득층(10.0%)’ 순이었음다.

    정의당이 대변해야 할 계층으론 ‘비정규직-플랫폼 노동 종사자’라는 응답이 64.8%로 가장 많았고, ‘저소득층’(48.5%)이 뒤를 이었다.

    정의당 투표경험자 인식조사 보고서 역시 정의당이 대변해야 할 계층으로 ‘비정규직-플랫폼 노동종사자’와 ‘저소득층’을 꼽았다. 정의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3개 그룹 모두 두 답변에 절반 이상 혹은 절반 가까이 답변했다. 또 10명 중 6명은 서민과 약자를 더 집중적으로 대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정의당 정기당대회 모습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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