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득주도성장론의 공과: 비판적 평주②
    [기고] 논의의 진척을 위한 내재적 외재적 문제제기
        2022년 09월 08일 12: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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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 회의 글 “소득주도성장론의 공과: 비판적 평주①” 링크

    4. 소득주도성장론 비판

    1) 노동소득분배율과 계층간 불평등

    소득주도성장론은 앞 절에서 보듯이 국민소득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몫 즉 노동소득분배율의 증가를 통해 총수요를 성장시킨다는 이론이다. 노동자들은 저축하지 않는다는 가정은 현대경제에서는 매우 극단적인 가정이긴 하지만 자본가의 소비에 비해 노동자들의 소비성향이 높다는 점을 반영한다. 자본가들은 평균적인 개인소비의 양은 노동자 개인의 평균소비의 양보다는 매우 크겠지만 계급으로서의 자본가의 소비 비중은 적다. 자본가들의 생산적 소비인 투자가 크게 이뤄진다면 자본가의 상대적 저소비 비중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본생산성 하락으로 인해 자본가계급의 투자성향은 하락한다. 경제의 금융화와 함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려는 성향이 높아지며 금융부분의 과잉팽창과 수익성 개선으로 인해 투자성향은 더욱 악화 된다. 포스트케인즈주의 주요 논자들은 내수는 노동자계급의 소비에 의해 증진될 수 있으며 내수의 증가는 기업 설비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져 투자 확대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국내의 소득주도성장론자들 역시 계급간, 계층간 한계소비성향의 차이를 근거로 하여 노동자의 실질임금 상승이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주장한다.(주상영, 2017; 주상영, 2019)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분배 측면에서도 소득주도성장론이 주목을 받았다. 칼레츠키와 그를 잇는 포스트케인주의자들은 계급간 분배 즉 노동소득분배율이 중요한 변수임을 지적한다. 국내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장한 홍장표(2015), 주상영(2017; 2019), 이상헌(2015) 등은 기능적소득분배만이 아니라 불평등 해소의 수단으로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장했다. 경제성장과 소득불평등 해소라는 양 측면에서 소득주도성장 체제가 기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 상승이나 비정규직 정규직화, 재분배의 강화 등은 모두 이와 같은 입장의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정책이다. 더불어 저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이 고소득층보다 더 높기 때문에 최저임금 확대나 복지정책 등을 통한 재분배는 불평등도 감소시키면서 동시에 총수요도 증가시킨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은 면밀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 계급간 기능적분배와 불평등을 해소를 위한 저소득층의 소비증진의 방향이 언제나 동일한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계급간 기능적 분배를 나타내지만 불평등은 계급내 불평등이 핵심을 이룬다. 노동소득분배율이 상승하더라도 소득 5분위의 소득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는 반면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가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나면 계층간 불평등은 오히려 늘어난다. 노동소득분배율이 상승하더라도 계급 내 불평등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계급 내 불평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계급 간 분배의 문제를 핵심적인 쟁점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이나 같은 방법론을 활용한 국내 연구(김낙연, 2016; 홍민기, 2017)는 계급간 분배의 문제보다 상위 1%, 상위 10%의 소득 및 자산 점유율을 중심으로 불평등을 논한다. 불평등이 쟁점이 되는 것은 계급내 분배이기 때문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의 증가는 계급 내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무력하다.

    특히 현대 경제와 같이 고숙련 노동자와 저숙련 노동자 간의 구조적 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능적소득분배만으로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는다. 기술 진보의 방향이 숙련 및 학력 친화적으로 변하고 고학력, 고숙련 노동자들의 소득이 증진되는 반면 다수의 저숙련, 저학력 노동자들은 기계화로 인해 대체되거나 생산성 향상이 지체되고 있는 소비자서비스에 배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임금 일자리는 공급 부족 상태이고 진입장벽의 작용으로 노동시장에서 임금 지대를 누릴 수 있는 반면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는 과잉 공급될 뿐만 아니라 자동화로 인해 기계에 의해 대체되고, 해외 노동자들의 유입 등으로 인해 임금 상승의 기회마저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Acemoglu, 2002).

    <그림 5>는 기업규모별 노동소득분배율의 추이를 나타낸다. 소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0.6 이상이며, 중기업은 0.576 내외에서, 대기업은 0.445 내외에서 변동하고 있다. 대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이 중기업과 소기업의 비해 크게 낮음을 알 수 있다. 대기업들이 공정혁신, 생산공정 자동화로 신규고용을 대체하면서 이들 업종들에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은 크게 감소한 반면 고용된 노동자들의 임금은 크게 증가했다. 이는 대기업 내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은 감소하지만 개별노동자의 실질임금은 크게 증가시켰다. 즉 소수의 숙련노동자(엔지니어)를 고용하고 이들의 임금은 빠르게 상승시켰지만 저숙련 현장직 고용은 크게 줄임으로써 부가가치 대비 노동의 총임금은 낮추었던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노동자계급 내 불평등을 확대시키면서 노동소득분배율은 낮추는 방향이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자동화의 속도에서 대기업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으며 상대적으로 노동력 의존도가 높았다. 자동화의 지체는 1인당 자본장비율의 증가 속도를 늦췄기 때문에 생산성 상승의 속도도 상대적으로 정체되도록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생산성 상승은 상대적으로 지체되는 반면 노동력을 수는 유지함으로써 노동소득분율은 높게 나타난다. 중소기업 노동소득분배율은 대기업보나 높지만 계급 내 불평등은 확대되었다는 의미다.

    <그림 5>에서 보듯이 한국은행 노동소득분배율은 거시균형에서 노동의 몫의 비율을 나타내지만 그 추이는 소기업 비율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한국의 다수 기업이 소기업이고, 서비스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제조업 소기업보다 더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집계수준에서 노동소득분매율은 0.6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2019년, 2020년 노동소득분배율의 값이 더 올라가는 것은 성장률은 정체되었지만 임금의 하방경직성이 있는 반면 이윤의 정체가 커지면서 전체 국민소득에서 노동의 몫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5> 기업규모별 노동소득분배율

    저소득 노동자 가구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정책은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면서도 노동자 내부의 소득불평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최저임금상승률이 높이고 비정규직의 노조조직률을 확대하는 정책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책이 ‘경제 성장’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총수요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어야 한다. 주상영(2017) 등은 저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이 높다는 점에 근거하여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 상승이 총수요 증가시킬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지지하는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입장에 서 있다(이상헌, 2015; 홍장표, 2015; 주상영, 2017) 불평등의 심화가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임을 보여주는 여러 실증적인 연구들이 제출되어 있다.(OECD, 2014; IMF, 2015). 후기 문재인 정부의 구호가 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역시 저소득층의 소득 증진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이 높다 해도 이들보다 중위소득, 고소득층의 소득 증진이 충수요의 증가에 더 효과적이다. 소득 하위 20%의 한계소비성향이 상위20%의 한계소비성향보다 높아도 총소비액은 상위 20%의 더 크기 때문이다. 이진희·송종철(2019)에 따르면, 2006년 1분기부터 2016년 4분기 까지 분기별 가계동향조사에서 나타난 소득1분위 계층(하위 20%) 한계소비성향의 역사적 평균은 0.571이며, 소득3분위(하위40%~60%)는 0.397, 소득5분위(상위, 20%)는 0.255이다. 2016년 4분기는 소득1분위 0.591, 소득3분위 0.250, 소득5분위 0.227이었다. 역사적 평균으로 비교했을 때, 소득1분위가 소득5분위 보다 한계소비성향은 2.23배 더 높지만 <표 1>에서 보았듯이 2016년 소득5분위 가처분소득은 소득1분위보다 6.98배 더 컸다. 역사적 평균이 아니라 2016년 4분기 한계소비성향과 동시기 소득배율을 비교해도 그와 같은 차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저소득층의 소비성향은 높아도 소득총액이 적기 때문에 총수요에서 저소득층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으며 이들 계층의 소득증가율이 높아도 총수요의 증진 효과는 인상적이지 않을 수 있다. 총수요의 증가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중위소득 이상 노동자들의 소득 증진이 중요하다. 저소득층의 임금소득 증가는 노동자내부의 불평등 개선효과가 있는 반면 충수요를 증가시키려면 중상층 노동자의 소득 총액이 증가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2) 노동소득분배율과 기업 투자

    소득주도성장론과 관련된 근본적인 쟁점은 총수요 증가가 기술진보와 같은 장기성장의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이다. 총수요의 증가로 인한 경기활성화는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투자 유인이 되고, 이것이 기술진보를 이끌 수 있는가가 핵심적인 쟁점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이 기업 투자 증가를 촉진할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이다. 그러나 이를 실증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거시자료를 활용한 자본스톡 성장은 성장회계를 통한 자본스톡 추정 자체가 용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계열 데이터가 부족하고 내생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근본적인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기업패널데이터를 활용하여 자본소득분배율(1-노동소득분배율)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했다.

    <표 4>는 고정효과모형으로 추정한 결과이다. 추정을 위한 자료는 ㈜한국기업데이터의 재무정보 및 기업정보가 포함된 패널데이터(2012~2020)를 사용했다. <표 4>에서 투자율이란 유형자산 순증가분(당기유형자산 – 전기유형자산)과 대체투자(당기 감가상각액)의 합을 전기 유형자산으로 나눈 비율이다.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추정에서도, 제조업만을 한정한 추정에서도 결과는 유의하게 나타난다. 자본소득분배율( ) 추정 값( )이 양이라는 의미는 자본소득분배율이 상승하면 투자율이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노동소득분배율이 상승하면 기업의 투자율은 감소한다. 이는 소득주도성장론에서 주장하는 총수요 부양이 장기에 있어 투자를 유인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고정효과 모형임을 감안하면, 개별기업들이 자기 기업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상승하면 투자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자산을 운영한다는 의미다. 투자율에 유의한 영향을 주는 요인은 매출액증가율과 자본생산성이다. 매출액증가란 기업들로 하여금 경기에 대한 긍정적 전망 갖게 만든다는 의미다. 총수요의 증가가 매출액 증가로 나타나면 기업들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말이다. 자본생산성의 추정값은 유의하게 음이 나왔다. 이는 투자율(종속변수)의 분자에 당기 유형자산(K)이 오는 반면 자본생산성에서는 분모에 온다. 즉 당기 유형자산이 커지면 투자율은 상승하는 반면 자본생산성은 하락하기 때문에 추정치는 음의 값을 지닌다.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율의 영향은 유의하지 않았다.

    <표 4> 자본소득분배율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종속변수 투자율)

    포스트케인지언들의 또 다른 핵심적인 주장인 총수요가 기술진보를 이끄는가를 검증하기 위해 칼도-버든 효과를 추정했다. 앞서도 설명했듯이 칼도-버든효과(The Kaldor-Verdoorn law)는 총수요의 증가가 기술진보를 이끌어 내어 중장기의 성장을 이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칼도-버든 법칙은 식 (17)과 같이 생산성( p : 기술진보의 대용지표)과 산출량(q)의 관계로 표현할 수 있다(Kaldor, 1966; Leon-Ledesma, 1999; Storm and Naastepad, 2012; Basu & Budhiraja, 2020). 파라미터 α1이 산출량과 기술진보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거시지표에서 산출량은 부가가치(Y)로 표현되는 반면 미시지표에서는 매출액(Q)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유의한 양의 값을 나타내면 산출증가가 생산성 상승을 초래하는 반면 유의한 음의 값을 나타내면 산출증가는 생산성 상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표 5>는 칼도-버둔 법칙을 실증 결과이다. 식 (18)의 종속변수인 생산성은 기술진보의 지표인데, 노동생산성이나 생산요소로 총산출의 회귀한 값의 잔차를 의미하는 총요소생산성으로 표현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기업 패널데이터를 활용한 생산함수를 추정하여 총요소생산성을 계산했다.(★) 식(19)은 Mollisi & Rovigatti(2017)의 생산함수 추정식이며, 식 (20)은 총요소생산성 계산을 나타낸다. 식 (19)는 자본(K)과 노동(L)이라는 생산요소로 구성된 생산함수에서 잔차에 포함된 중간투입물과 자본(K)간에는 내생성이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중간투입물(MID)의 성격이 자본의 생산성 기여에 크게 영향을 준다는 의미이다.

    ★ Levinsohn-Petrin(2003), Woodridge(2009), Mollisi & Rovigatti(2017) 등은 전통적인 솔로잔차 추정이 잔차에 포함되는 중간투입물(MID)과 유형자산 간에는 내생성이 작용함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수용하여 생산함수를 추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본 논문의 추정에서는 Levinsohn-Petrin(2003) 방법을 수정한 Mollisi & Rovigatti(2017)의 추정식을 활용했다.

    <표 7> 생산함수 추정 결과

    <표 6> 총수요가 총요소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종속변수, 총요소생산성)

    <표 6>은 식(20)을 통해 계산된 총요소생산성( p ; 기술진보)과 매출액증가율(q) 관계를 추정한 결과이다. 매출액증가율은 전체 산업에서뿐만 아니라 제조업에서도 총요소생산성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매출액대비 연구개발투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연구개발집중도와 영업이익률도 총요소생산성과 유의한 정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표 5>와 <표 6>이 결과를 살펴보면 매출액증가율(총산출의 증가)는 유형자산투자를 증가시키고, 기술진보를 통해 장기에 걸쳐 경제성장을 추동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 노동소득분배율의 증가가 투자를 증가시킨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에서 총수요 증가(매출액 증가)에 작용하는 주요 변수는 무엇인가? <그림 2>에서 우리는 경제주체별 총수요의 구성비중 추이를 살펴보았다. GDP에서 민간소비(65% 내외)와 총고정자본형성(30% 내외)의 비중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반면 정부 소비 비중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총수요에서 차지하는 수출의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입장에서 보면, 노동자계급의 소비의 증가가 총수요의 증가를 유인하고 이것이 기업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장기적인 성장을 유인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폐쇄경제 하에서는 그럴수 있지만 한국은 개방경제이고, 총수요의 성장에서 해외부분이 갖는 중요성이 매우 크다. <그림 6>은 2001~2019년 사이 제조업 및 서비스업성장률(X축) 과 GDP성장률(Y축)을 산포도와 상관관계를 추정한 그림이다. 2000~2019년 그림을 보면 제조업 산출증가율과 GDP산출 증가율의 상관관계가 서비스업 산출증가율과 GDP증가율의 상간관계보다 편차가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1~2020년 제조업증가율과 GDP 증가율의 회귀선 표준편차는 0.019이지만 서비스업증가율과 GDP 증가율 회귀선의 표준편차는 0.051이다. 제조업증가율이 서비스업 증가율보다 더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와 같은 상관관계는 2011~2019년 더 뚜렷이 나타난다. 2011~2019년 제조업증가율과 GDP증가율의 회귀선의 상관계수 t값은 유효하지만 서비스업 회귀선 t값은 유의하지 않다. 후자의 표준편차가 너무 커서 상관관계가 거의 사라졌음을 볼 수 있다. 이는 직관적으로 한국 GDP 성장률에서 제조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 알수 있게 한다. 제조업 산출의 증가는 노동자들의 소득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내수 증가 및 서비스업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이다.

    그런데 한국 제조업 산출의 증가율을 결정하는 것은 내수가 아니라 세계수요이다. 한국 주력 제조업인 전자산업(반도체, 가전, 핸드폰, 디스플레이 등)과 자동차산업, 석유화학, 조선 및 기타운송수단, 기계산업 등 핵심 제조업은 세계수요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연구개발투자 역시 이들 산업의 핵심 선도기업(flagship)들이 주도하고 있다. 2011년 이후 세계무역의 상대적 정체로 인해 GDP대비 수출비중이 하락했지만, <그림 6>에서 보듯이 제조업 산출 증가율과 GDP 증가율의 상관관계는 그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 GDP에서 수출비중은 점차 감소추세로 돌아섰지만 제조업 산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며, 제조업산출이 증가할 때 GDP 상승률도 유의하게 커진다.

    제조업은 교역재이고 세계경쟁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기술역량이 중요한 경쟁분야이지만 내수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은 인간 노동 의존도가 높은 반면 자동화는 제조업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고 기술경쟁의 압력도 훨씬 낮다. 특히 한국 경제와 같이 제조업 경쟁력이 높은 반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발전이 지체된 경우에는 그와 같은 특징이 더 크게 나타난다. 경제성장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상승이 총수요 증가로 이어져 경제성장을 추동하는 것보다 이윤 증대를 목적으로 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투자가 제품경쟁력과 가격경쟁력을 높여 세계시장에서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그에 준하여 실질임금이 상승함으로써 노동소득분배율이 일정하게 유지되었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 있다.

    이에 대해 제조업과 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가 높다 해도 한국 내의 제조업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누군가 비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주장이다. 제조업 생산물 중 최종재 내수 가운데 수입상품의 비중이 큰 반면 제조업 중간재는 비록 부가가치 기준 내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출품의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이는 해외수요로 보아야 한다. 포항제철에서 현대중공업으로 철강을 판매하면 이것은 내수이지만 현대중공업이 만드는 대형컨테이너선의 소비자가 해외라면 이 내수시장의 산출증가는 해외시장의 수요에서 비롯된 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실증결과는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실질임금 상승을 억제하거나 최저임금 상승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상승은 사용자측으로 하여금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임금비용을 흡수하도록 강제함으로써 기술혁신을 촉진했다.(남종석, 2021) 앞서도 보았지만 최저임금 상승은 노동자 내부의 격차를 줄였지만 이것이 좋은 일자리(상용직일자리)를 줄이지 않았다. 한국의 생산력 향상이 최저임금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임금비용 상승으로 인해 한국 제조업 상품이 경쟁력을 잃은 것도 아니다. 수출 결정요인에 대한 많은 실증연구에서 임금비용 상승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본 절의 결과는 노동소득분배율의 상승이 기업투자와 같은 장기 성장을 추동하는 요인으로 단정할 수 없으며 기술진보가 내수에 의해 비롯되는 것이 아님을 주장할 뿐이다.

    <그림 6> 제조업 서비스업 성장률과 GDP 성장률 산포도

    3) 경기순응적 재정운용과 정책조합의 실패

    소득주도성장론은 내수의 증진을 통해 GDP의 성장을 이끌고, 이와 같은 총수요가 증가함으로써 기업투자를 유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총수요의 구성은 민간소비와 정부소비로 구성된다. <그림 2>에서 보듯이 GDP 대비 정부수요의 비중은 2011년 14.4%에서 2020년 18.1%로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2017년 15.5%이던 것이 2020년 18.1% 상승한 점만 보아도 문재인 정부 하에서 정비지출 비중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정비지출 비중이 빠르게 상승한 것을 부정할 수 없으나 총수요 부양을 위한 정책조합은 그에 크게 미달했다. <그림 7>은 GDP 성장률과 주요 산업별 성장률을 나타낸다. <그림 7>는 2013년 이전 한국 경제의 핵심적인 성장동력은 제조업 부분의 성장률임을 알 수 있다. 제조업의 경우 성장률 변동성이 매우 큰 데, 이는 세계시장의 변동이 매우 심하기 때문이다. 한국 산업구조 하에서는 제조업에서의 성장률 상승은 서비스산업의 증가율을 견인하고 이 두 가지 증가의 효과에 의해 GDP 성장률이 결정됨을 보여준다.

    반면 건설업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경기 순환과 반대의 순환을 보여주고 있다. 2000년, 2004~2008년, 2009~2012년는 제조업 호황 및 서비스산업 호황 시점으로 건설업 증가율이 낮게 나타난다. 반면 2003년, 2009년, 2015~2017년 사이 제조업 및 서비스업 상승률이 하락하면 건설업 붐이 일어난다. <그림 7>이 시사하는 바는 건설업 산출이 경기 역행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의 정책 운용과 관련이 있다. 정부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 호황일 때 의도적인 경기부양을 할 필요가 없다. 거시경제 정책의 ABC이다. 케인즈주의 경제학은 경제정책학으로서 정부의 경제 개입은 경기 역행적인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 사회에서 건설업 경기부양은 이와 같은 주요한 정책 수단이었다. 건설업은 한편으로 인프라투자이자 단기적으로 일자리 창출효과가 다른 분야에 비해 뚜렷하다.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제공되는 공공부분 일자리 창출보다 소득 증가가 크고 다른 산업의 성장을 유인하는 점에서도 건설업이 갖는 정책수단으로서의 매력은 부정할 수 없다. 건설업은 철강산업, 시멘트 산업의 수요를 증가시키고 가전 및 기타 내구소비재의 소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그림 7> GDP 성장률과 각 부분 성장률(단위, %)

    <그림 7>에서 보듯이 2009년 세계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 때에 건설업이 단기적으로 상승하면서 경기 불황을 완화하는 효과를 나타내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이뤄진 4대강 사업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2009년 세계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개입이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유사한 상황은 2015~2017년의 부분 성장률 추이에서도 관측된다. 2016년 이후 한국 제조업 투자는 급속히 감소하는 상황이었다. 기업의 수익성 악화도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이 동반 침체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남종석, 2021) 박근혜 정부는 이와 같은 흐름에 맞서 민간주택시장 활성화를 통해 경기부양을 하고자 했다. 양도소득세를 감면하고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주택시장이 활성화되며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공급을 크게 늘린다. 제조업이 불황을 겪었지만 건설업의 과잉성장이 불황의 심화를 억제함으로써 박근혜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2% 후반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건설업 경기부양 효과는 뚜렷했으나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로 잠잠했던 부동산 투기 열풍을 불러왔다. 문재인 정부는 출발 시점부터 건설업을 통한 의도적인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고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은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기조는 ‘주택 공공성 강화’다. 즉 정부의 주택 정책은 경기부양이나 경기조절의 수단이 아니라 ‘서민 주거안정 및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임을 확고한 원칙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집이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명확히 인식시키기 위해 투기수요를 철저히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투기수요 근절 △실수요자 보호 △생애주기별·소득수준별 맞춤형 대책의 3대 원칙에서 포용적 주거복지를 위한 주택시장 안정책과 실수요자 중심의 지원·공급책을 추진해오고 있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1.02.17.)

    이와 같은 정책의 근저에는 2017년 이전 10년간 재택스톡이 300만호 이상 증가했고, 주택보급률이 100% 넘었다는 판단이 존재했다. 현재의 주택수요는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상승이 투기적 수요가 핵심적인 요인이며, 주택시장 안정화는 투기수요 억제, 주택 공공성 강화였다.

    그 결과 정부는 재정지출을 증가시켰지만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하지 않았다. 복지분야 지출 증대나 공공부분 일자리 증가와 같은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했다. <그림 8>은 정부 분야별 재정지출 액수를 나타낸다. 좌측은 총지출과 복지분야 지출을, 우측은 산업, SOC, R&D 분야 투자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이후 정부 재정지출 총액은 증가했으며 보건·복지·고용분야는 지출총액과 같은 궤적을 그린다. 그러나 SOC투자, 산업 및 R&D 투자분야의 지출은 정체하거나 감소한다. 대표적인 감소 분야가 SOC관련 지출 비중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SOC 지출은 2015년 26.1억이던 것이 19.1억으로 감소한다. 산업분야 지출은 2015~2019년 사이 18조 내외에서 변화가 없다. R&D분야 지출도 2015년 18.9억에서 2019년 20.5억으로 6년간 1.6억 증가하는 데 그친다. 2020년 이후 산업, SOC, R&D 분야 지출증가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이 확산 되고, 초기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일반화되자 정부의 정책 기조가 전환되면서 나타난 변화이다.

    <그림 8> 정부 분야별 재정지출(단위, 조)

    <그림 9>는 2011년 이후 총고정자본형성(투자) 변화를 나타낸다. 총고정자본 형성은 경제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투자로 이해할 수 있다. 2011~2017년 간 총고정자본 형성을 구성하는 건설투자, 설비투자, 지식재생산물투자(연구개발투자) 등 세 분야 모두에서 투자율이 증가했다. 그러나 2017년을 정점으로 투자율은 급속히 하락한다. 박근혜 정부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통해 총고정자본 형성이 지속되도록 했다. 해외수요 부족으로 인한 투자 감소를 국내경기 부양으로 해소했던 것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내수증진을 통해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정책기조를 밝혔지만 투자촉진은 억제했다. 정부는 초기 건설경기 부양과 같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이 없다는 정책기조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투기수요 억제 정책을 연이어 공표하면서 건설투자는 급속히 하락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2018년은 한국 제조업 산출 증가율이 가장 낮아진 시점이었고, 투자율이 급속히 하락하는 국면이었다는 점이다. <그림 7>과 <그림 9>를 연결하여 보면, 건설업투자가 붕괴 되는 시점과 설비투자가 붕괴되는 시점이 조응하면서 경치침체가 가속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제조업 경기가 불황인데 건설업 경기마저 불황으로 유도하면서 투자율의 급속한 감소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초반 일자리 대란은 최저임금 상승률이 높았기 때문이 아니라 투자 붕괴의 결과였다.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대부분의 비판은 이를 간과했고, 심지어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장한 이들도 그 의미를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림 9> 분야별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단위, %)

    문재인 정부의 재정운용은 위의 사실을 뒷받침 한다. <그림 10>은 거시경제 주체별 자금순환표를 나타낸다. 자금순환통계는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정부, 기업, 가계 등 경제부문 간의 금융거래(자금흐름)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통계로서 각 경제부문의 자금조달 및 운용 행태 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자금순환표 상 가계의 흑자는 정상적인 경제에 필수적이다. 2020년 가계부분 흑자 증가는 코로나19 이후 민간수요 증가율의 정체를 반영한다. 기업부분의 경우 적자가 경제성장에 유용하다. 기업들이 빚을 내어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는 경기 역진적으로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 경기호황 때에는 보수적 재정운영을 통해 경기 과잉을 완화하고 불황에는 적극적인 재정운용을 통해 경기부양을 해야한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운용을 하면 자금순환표는 음으로 표현된다. 그림에서 보듯이 2018년, 2019년 정부는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2018년은 2017년보다 흑자규모가 더 크다. 경기 불황시점에 흑자기조를 유지했음을 보여준다. 2020년 정부 부분 음의 값을 나타내는 것은 코로나19 긴급지원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해외부분의 자금순화표가 음으로 나타나면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임을 나타낸다. 수출 등을 통해 우리나라가 새롭게 보유하는 외환은 상대국가가 우리에게 지불해야할 빚이기 때문이다.

    <그림 10> 경제주체별 자금순환표(단위, 조)

    2017년 중반에 들어 선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정책 기조를 꾸준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내수경기 부양보다는 복지지출 증가를 통한 저소득층 소득지원 정책을 중심으로 경기를 부양하려 했다. 앞 절에서 필자는 소득주도성장론이 노동소득분배율의 증가와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저소득층 지원정책(최저임금 상승 및 지원정책)으로 구성되었는데, 정책효과에서 양자는 수렴되기보다 모순될 가능성을 지적했었다. 불평등 완화 정책의 목적은 소득분이 하위 20%의 가처분소득을 증진시키는 것이라면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는 정책은 중위소득 이상 노동자들의 소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했다. 중위소득 이상 노동자들의 수요가 살아나야 총수요 증진에 기여하며, 이것이 기능적소득분배의 증진을 통한 총수요 증가를 유인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위 20%의 한계소비성향이 높다 해도 이 계층이 GDP에서 차지하는 소득 비중이 작기 때문에 이 계층의 수요가 크게 증가해도 총수요 촉진 효과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 하에서 진행된 2018년, 2019년 급속한 최저임금 상승은소득주도성장정책이기 보다 OECD(2014), IMF(2015)의 포용성장(inclusive growth)에 더 가깝다. 저소득층의 삶의 질 개선을 통한 장기에 걸친 인적자원 개발, 참여 확대 등으로 성장 토대를 마련하는 것 말이다. 포스트케인즈주의에서 말하는 임금주도성장은 단기에서 총수요 증가를 추구하는 점에서 포용 성장과는 일정한 한계를 띤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이후 포용성장론을 주장했지만 이 정부는 처음부터 포용성장 정책에 집중했다고 평가해야 한다.

    4. 결론

    이 글은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살펴보았다. 2010년대 중반 이후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패러다임으로 제시된 소득주도성장은, 처음에는 ILO에 근거를 둔 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국내에 소개되었는데, 문재인 정부의 정책어젠다로 주목받으면서 많은 갑작스럽게 지식인 세계에서도 크게 회자되었다. 이론적으로 경제학의 비주류인 포스트케인즈주의에 토대를 둔 소득주도성장론은, 노동자계급의 협상력 증대를 통한 실질임금 상승, 총수요 증가, 기업투자 증가로 이어지는 일련의 수요주도 성장론이다.

    본 논문에서 필자는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내재적, 외재적 비판을 시도했다. 필자는 먼저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통념적 비판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했다. 최저임금의 과도한 상승이 고용대란을 일으키면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이 대표적인 통념이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고용대란이 일어났다는 지식인과 언론의 비판은 실증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최저임금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실증연구도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도 매우 많다.(문영만, 2021) 더불어 최저임금 상승이 고용구조를 악화시키지 않았으며, 전체 일자리 증가율, 좋은 일자리로 대표되는 상용직일자리 증가율에서 박근혜 정부와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필자는 본 문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의 크게 세 측면에서 비판했다. 첫째, 미시적 차원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의 증가가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실증했다. 둘째 산출증가가 투자를 유인하지만 이는 내수기반 산업인 서비스업이 아니라 제조업 산출에서 비롯되며, 이는 세계시장에서의 수요와 크게 관련되어 있음을 밝혔다. 국내 수요보다 세계경쟁에 노출되어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질 때 제조업에서 투자 유인 발생하며 이와 같은 투자를 통해 기술진보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셋째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은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는 정책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저소득층 소득 개선이 동시에 가능하며, 후자의 가처분 소득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통해 내수증진과 총수요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필자는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증가시키는 것과 기능적소득분배율이 증가하는 것에는 모순이 작용할 수 있으며, 총수요 증진에서 중요한 것은 중위소득 이상 가구의 소득을 증진시켜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제조업 경기의 침체 시점에서는 이와 같은 정책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증진시키는 복지정책에 집중했다. 2018~2019년 문재인 정부는 지속적으로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었으며, 시장은 이에 반응하여 투자를 회피했다. 그 결과 총고정자본형성은 곤두박질 쳤다. 같은 맥락에서 2018년, 2019년 정부의 재정운용은 언제나 흑자기조를 유지하는 것에 목표를 두었으며 이는 경기후퇴를 더 악화시켰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는 고전적 케인즈주의와도 조응하지 않는 퇴행적인 모습이었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정책에서는 그와 같은 입장이 녹아나지 못한 것이 큰 문제였다는 의미다.

    복지증진과 최저임금 상승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계층간 불평등 해소는 저소득층에서의 인적자본 개발을 위한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경제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 판단한다. 더불어 최저임금 상승은 자영업 과잉이라는 왜곡된 노동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며, 노동자 내부의 격차를 줄이는 수단이다. 더불어 최저임금 상승은 서비스산업의 구조고도화와 기술진보를 실현할 수 있는 주된 수단이기도 하다. 다만 필자는 이와 같은 정책이 단기의 내수 증진에 갖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한다.

    이론적 쟁점과 관련하여 필자는 성장에 있어서 리카르도-마르크스-솔로 모형이 포스트케인지언 모형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한다. 본 장에서 필자는 기능적소득분배를 지지하는 포스트케인지언의 주장이 실증적 차원에서 뒷받침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필자의 입장은 자본간 경쟁으로 인해 개별 자본에게 강요되는 압력으로 인해 자본은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자본주의적 성장법칙이다. 노동조합이 조직되고 노동의 협상력이 올라가면 노동생산성에 준하는 실질임금상승을 요구할 수 있고, 한국 경제는 실질적으로 그와 같이 움직여 왔다. 계급간 분배(기능적소득분배)에서 노동자계급이 일정한 비율로 국민소득을 점유했다는 점을 이를 증명한다. 노조조직률이 상승되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비록 포스트케인즈주의와 입장 차이는 존재하지만 정책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계기는 여전히 존재한다. <끝>

    필자소개
    경남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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