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독립운동사의 이면
    잊힌 사람들과 ‘무명의 헌신’ 이야기
    [책소개]『독립운동 열전 1~2』 (임경석/푸른역사)
        2022년 09월 02일 11:00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독립운동 열전》(전2권)은 독립과 해방을 위해 온힘을 기울인 인물들, 개인의 일신을 위해 그들을 배신했던 이름들, 이들을 둘러싸고 벌어진 갖가지 사건들을 찾아 떠난 책이다. 구 코민테른 문서보관소의 한국 관련 자료와 조선총독부 고등경찰 기록을 비교․검토하는 연구에 힘을 기울여온 저자 임경석 교수(성균관대 사학과)는 “일본제국주의에 국권을 빼앗긴 시대에 살았던 한국 사람들이 해방을 위해 투쟁한 이야기”(5쪽) 중 기억되어야 함에도 잊힌 인물들을 72꼭지(1권 34꼭지, 2권 38꼭지)에 담아 펼쳐 보인다.

    저자는 특히 한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했으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에 주목한다. “지도적 지위에 있던 사람이나 영웅적 업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을 발굴”(7쪽)한다. 또한 사회주의 독립운동가에게 주된 지위를 부여한다. 독립운동에 몸 바친 사람들 중 다수가 사회주의자였음에도 오랜 시간 그들이 공식적인 독립운동 역사서에서 배제되어왔음을 지적하며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를 제외하거나 축소하지 않는다. 저자의 이 같은 노력은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여러 독립운동 사건과 무명 독립운동가의 헌신에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박제화와 영웅 서사 경계 … 무명의 헌신에 주목하다

    저자가 특히 주의를 기울인 것은 “무명의 헌신”(8쪽)이다. 저자는 오늘날 독립운동사 저서와 논문 대다수가 “독립운동가 개인이나 독립운동 단체를 돋보이게 하려고 긍정적인 측면만을 도드라지게 부각”하는 “박제화와 영웅 서사”(8쪽)에 힘써왔다고 지적하면서 그러한 작업은 지루하고 권태롭다고 비판한다.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정의에 헌신했으되 잊혀져버린 이름 없는 투사들”(7쪽)에게 눈길을 준다.

    일본은행의 현금 수송대를 습격하여 얻은 자금으로 조선 독립군을 무장하려 했던 ‘15만 원 사건’을 살필 때는 사건의 주역은 아니었지만 현금 수송 정보를 제공하여 결국 무기징역형을 받았던 조선은행 용정출장소 사무원 전홍섭의 활약상을 언급하고, 일본 경찰의 체포 작전을 피해 필사적으로 탈출한 사건의 주역 최봉설에게 블라디보스토크 애국부인회 회장 채계복이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묘사한다(1권).

    창창한 33세의 나이에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한 광주학생운동 전국 확산의 불쏘시개 장석천, 형무소에서도 세 개의 이름을 가졌던 농민운동가 허성택, 소련에서 스파이로 몰려 처형된 천황 모해범 김중한 등 낯선 독립운동가의 삶에 빛을 비춘다. 총을 든 유학자 김창숙을 살필 때는 ‘유림단 독립운동 모금 사건’에 휘말려 일본 경찰의 혹독한 고문에 희생당한 그의 첫째아들 김환기와 ‘왜관 사건’이라고 불리는 사회주의 비밀결사에 연루된 혐의를 받아 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출옥 후 중국 망명길에 나섰으나 유골로 귀국하게 된 둘째아들 김찬기의 생애를 돌아본다(2권).

    독립운동가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저자는 개인적 이해관계를 돌보지 않고 독립운동에 몸을 던졌다가 고초를 겪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 즉 아버지 없이 자라야 했던 어린 자식들, 남편 없이 홀로 어린 자식들을 키워야 했던 아내들, 자식을 잃은 고통에 애타하던 노부모에게도 주목한다.

    다나카 일본군 대장을 저격하려 했던 의열단의 ‘황포탄 의거’를 들여다볼 때는 의거에 가담한 김익상의 남은 가족들이 겪은 비참한 삶을 조명한다. 일제의 고문으로 한창 나이였던 서른네 살에 옥사한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박길양의 처절했던 삶을 둘러볼 때는 그의 장례식이 반일운동의 상징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갖가지 방해공작을 일삼던 일본 경찰에 맞서 장례 관련 요구사항을 분명하게 전했던 박길양의 부인 김씨의 용감한 행적도 아울러 언급한다(1권).

    홍범도를 살필 때는 산중에 웅거한 남편 앞으로 투항을 권하는 편지를 쓰라는 일본 경찰의 귀순 공작을 거부했다가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결국 그 후유증으로 숨을 거둔 이씨 부인의 결기에 시선을 돌린다. 혁명에 몸 바친 김사국과 김사민 형제를 둘러볼 때는 두 아들을 잃고 탁발로 궁핍한 만년을 보내면서 맏아들의 기일이 돌아올 때마다 “사국이 제사나 한번 지냈으면……”이라 탄식하던 어머니 안국당의 무거운 마음을 애달파한다(2권).

    사회주의 독립운동의 제자리 찾기

    저자는 “독립운동사에서 사회주의를 배제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역사적 진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그러기는커녕 정면으로 배치”(7쪽)된다고 강조한다. “일제하 사회주의운동은 마땅히 독립운동사에 포함되어야 할 뿐 아니라 역사적 기여만큼 온당한 지위와 비중을 인정받아야 한다”(7쪽)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 아래 저자는 조선공산당의 역대 책임비서들, 사회주의운동에 매진한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꼼꼼하게 훑는다. 조선공산당 조직을 살리려 안간힘을 썼던 초대 책임비서 김재봉, 소련 총영사관을 통해 국제공산당과의 교신을 유지하고 업무 인계를 위해 ‘암호일기’를 남겼으나 체포된 후 일본 경찰이 암호를 해독하자 자살을 시도하고 결국 정신이상자가 되고 만 제2대 책임비서 강달영, 당대회에서 선출된 강력한 책임비서로 사회주의 진영 통합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으나 영남친목회 참여 등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고 스스로 사임했던 제4대 책임비서 안광천, 비밀결사 고려공산청년회 중앙집행위원으로 일본 경찰의 검거 확산에도 코민테른과의 연락선을 복구하여 별다른 위축 없이 신속하게 고려공청의 역량을 회복하는 데 성공한 권오설의 삶을 둘러본다(1권).

    20세 되던 1914년 서울에서 보성고등보통학교 재학 중에 비밀 결사에 가담한 것을 시작으로, 1928년 러시아로 망명할 때까지 쉼 없이 혁명운동에 참여했다가 반혁명 활동 혐의로 체포되어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소식이 끊긴 홍도의 파란만장한 삶을 돌아보고, 옥중생활과 해외 유학을 거친 후 사회주의자가 된, 공자와 레닌을 사랑했던 김규열의 생애를 훑는다(2권). 이들의 삶은 그동안 외면받았던, 그러나 잊혀서는 안 되는 독립운동사의 또 다른 측면이다.

    1권-잊힌 사건을 찾아서

    독립과 해방을 위해 온힘을 기울인 인물들, 개인의 일신을 위해 그들을 배신했던 이름들, 이들을 둘러싸고 벌어진 갖가지 사건들, 기억되어야 하지만 잊힌 사건들을 34꼭지에 담았다.

    심훈의 소설 《동방의 애인》을 통해 독립운동을 위해 고국을 떠나 상하이로 망명한 망명객들의 지난했던 삶을 살피고, 동지가 동지를 쐈던 불행한 사태 김립 암살 사건과 일제의 돈으로 무장투쟁을 꿈꾸다가 밀고로 무산된 15만 원 사건의 실상을 들춰본다.

    임시정부 파괴공작에 나섰던 김달하, 비밀활동 정보를 넘기고 신변 안전을 보장받은 대한민국애국부인회 초대 회장 오현주, 젊은 여성 동지 김명시를 일제에 팔아넘긴 조선 사회주의운동 1세대 독고전 등 독립운동가들을 배신했던 밀정들의 진상도 파헤친다.

    경성 천지를 뒤흔든 김상옥의 총격전과 다나카 육군대장을 저격하려 했던 의열단의 황포탄 의거를 통해 의열투쟁의 면면을 둘러보고, 법정에서도 당당히 항변했던 박헌영과 고문에 희생된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박길양, 예방구금에 맞서 105일 단식투쟁으로 옥사한 이한빈을 통해 독립운동가들의 처절했던 옥중투쟁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2권-잊힌 인물을 찾아서

    독립과 해방을 위해 온힘을 기울인 인물들, 개인의 일신을 위해 그들을 배신했던 이름들, 이들을 둘러싸고 벌어진 갖가지 사건들, 기억되어야 하지만 잊힌 사건들을 38꼭지에 담았다.

    민족독립운동의 투사였을 뿐 아니라 사회주의운동의 개척자였던 김사국과 김사민 형제, 남편 김사국과 망명 중에도 사회주의운동 기지 구축 활동을 전개한 박원희를 통해 초기 사회주의운동을 살피고, ‘김상옥 의거’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었음에도 비밀결사 내지당(조선공산당) 존재를 발설하지 않아 동료들을 보호하는 데 성공했으나 출옥 후 일본의 밀정 혐의로 소련 비밀경찰에 체포되어 결국 사형당하고 만 비운의 혁명가 김한의 지난했던 삶을 들춰본다.

    3․1운동의 숨은 공로자, 기자 신분으로 세포 단체 연락책 역할을 수행했던 혁명가, 그러나 스탈린의 광기에 휘말려 일본의 밀정 혐의를 받고 체포된 지 3개월 만에 총살당한 김단야의 치열했던 생애를 둘러보고, ‘평민’ 의병장으로서 지방 거점 도시 공략에 성공하여 혁혁한 전과를 올리다가 양반 의병장의 무성의와 독단으로 인해 의병부대의 쇠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홍범도의 울분을 들여다본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총을 든 유학자 김창숙과 두 아들 김환기, 김찬기의 처절했던 생애를 살피고, 시베리아 3대 재사才士라 불리던 초창기 사회주의운동의 걸출한 투사 ‘동양의 레닌’ 박진순의 삶을 돌아보고, ‘이르쿠츠쿠파’의 중추 멤버로 성장한 후 국내 공산청년운동 통합에 나섰으나 끝내 실패하고 만 조훈의 격렬했던 생애를 살펴본다.

    박헌영의 연인이었던 한국의 ‘로자’ 주세죽, 3․1운동기 여성의 투쟁과 수난의 상징이었던 김마리아, 사회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였던 여의사 이덕요, 종로 네거리를 누볐던 근우회의 책사 박신우, ‘여학생 만세 사건’ 주인공 송계월 등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둘러보고, 박종근, 박영발, 방준표 등 빨치산 대장들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들춰본다. 강용흘의 《초당》을 통해 이름 없는 이들도 쇠갈고리에 찢겼던 3․1운동의 참혹한 실상을 돌아보고, 송하 살인 사건을 통해 우물 속 주검을 둘러싼 일본 경찰의 교활한 각본을 파헤친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