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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대혼란,
    피할 수 없는 붕괴에 어떻게 적응하나
    [신간]『심층적응』(젬 벤델,루퍼트 리드/착한책가게)
        2022년 08월 27일 10: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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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재난은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하루가 멀다 하고 기후위기와 그에 따른 심각한 재난 위험을 경고하는 소식이 전해진다. 회피하고 싶지만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난과 경고의 소리들은 기후위기에 따른 사회 붕괴의 위험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3년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여름을 강타한 80년 만의 폭우도 지구 가열로 불안정해진 기후의 영향이며 이는 서막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폭염, 폭우, 폭풍, 전염병과 그로 인해 다방면으로 입는 피해의 빈도와 강도는 기존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상황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대기 중 탄소를 드로다운(격리)하는 노력과 함께 피할 수 없는 붕괴에 대비하고, 지금까지의 주류적 접근에서 벗어나 생산, 교역, 생활방식을 전면적으로 전환하는 심층적응과 변형적 적응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전제가 사회 붕괴이고 기후 위기의 영향이 우리가 의지하는 산업소비주의를 뿌리부터 뒤흔들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파국을 피하기엔 너무 늦었고,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목표 자체를 실현할 가능성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그 속도가 갑작스럽게 빨라질 것이다. 그리고 전환은 기존의 위계질서를 뒤집고 사회정의, 반가부장제, 탈식민화, 불평등 해소에 노력을 쏟고 서로의 자유를 지지하는 공동해방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전환의 과정이 고통만은 아니고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한계를 넘어버렸다면, 그 다음은?

    2019년, 팀 렌턴(Tim Lenton)을 비롯한 일곱 명의 유력 기후과학자들이 <네이처>지의 기고를 통해 사회 붕괴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지구의 상태를 조절하는 기후 티핑 포인트 15개 중 9개가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기후 상황에 대한 과학자 다섯 명의 의견이 <생물과학(BioScience)>지에 실렸고 인류에 대한 경고로서 11,000명이 넘는 전 세계 기후과학자의 서명을 받았다. 그 경고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기후 위기가 다가왔고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가속화되고 있다. … 예상보다 심각하며, 자연 생태계와 인류의 운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 책과 심층적응을 위한 대화와 기획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세계의 대부분 또는 모든 국가에서 사회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거나, 불가피하거나 또는 이미 전개되고 있다고 믿는다. 일반적으로 이들은 그런 혼란을 스스로 경험하고 있거나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으며, 이 혼란이 남반구에서 먼저 그리고 가장 최악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인식한다. 그리고 기후변화가 산업소비사회 붕괴로 이어지게 될 해결할 수 없는 곤경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책은 부제가 보여주듯, 인간이 초래하고 있는 불안정성을 ‘기후 혼돈’으로 설명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생각하며,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다기보다는 그런 혼돈의 다양한 수준을 ‘탐험’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의 위기는 하나의 심각한 문제를 넘어서는 비극이자 지구상의 나머지 다른 생명들과 인류에게 전혀 새로운 조건을 제공하는 끝나지 않는 재난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지도 없는 세계로의 초대, 심층적응

    《심층적응(Deep Adaptation)》은 기후 위기에 따른 사회 붕괴에 대비하고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인적, 집단적 변화에 대한 이론이다. 사회와 자연 세계를 되도록 더 많이 구하면서 또 한편으로 고통을 줄이는 데 집중함으로써 혼란이 증가하는 무서운 현실에 대처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심리학과 교육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회 붕괴의 가능성이나 또 현실로 전개되고 있는 바를 자신의 일과 삶에 어떻게 통합하기 시작했는지 보여주는 첫 번째 책이다. 이들은 현재의 경제와 사회, 정치 시스템이 기후변화에 대해 회복력을 갖도록 바뀔 수 있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대신에 극히 어려운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를 직면하여 사람들이 집단적 창의성과 상상력을 발휘하며 서로를 돌볼 수 있는 길로 안내한다.

    ‘붕괴’라는 용어는 반드시 급작스러울 것이라는 의미보다는 시스템이 포괄적으로 그리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이킬 수 없도록 파괴되는 형태를 함축한다. ‘심층’이라는 용어는 기후 영향 적응에 관하여, 우리 자신들 그리고 우리 조직과 사회들 내의 원인과 잠재적 대응들 속으로 더욱 깊이 들어감으로써 주류적 접근들과 대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사람들의 이해와 실천을 돕기 위해 심층적응은 가능한 변화들을 함께 탐색할 수 있는 방법과 네 개의 질문으로 이루어진 틀을 소개한다. 2장에서 설명되는 것처럼, 이는 4Rs로 불린다. 즉,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회복력resilience) 우리는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놓아줄 수 있을까?(포기relinquishment) 우리는 이런 어려운 시기에 우리에게 힘이 되도록 무엇을 되돌려놓을 수 있을까?(복원restoration) 우리의 공통 운명에 눈을 뜨면서 우리는 무엇과 그리고 누구와 함께 평화를 만들 수 있을까?(타협reconciliation) 이 틀을 통해 무엇도 확실하지 않은 시대를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심층적응을 지도 없는 세계로의 초대라고 말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은 이 위기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쓸모없고 유해한 정신 ‘지도’에 대한 의존을 포기하고 이제는 잊힌 존재 방식과 지식 습득 방식을 재발견하고 복원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쓸모없고 유해한 정신 지도는 우리가 누구인지,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아울러 애정 어린 관계로 맺어지는 공동체의 지혜를 모아 현재의 곤경에 직면하게 된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심층적응은 대화를 담는 그릇이다. 지금까지 학습한 것을 잊고, 세계에 대한 지도와 모델을 떠나보내며, 새로운 것을 조급하게 붙잡지 않도록 권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대화다. 그동안 우리는 확실성, 정답을 요구하는 강한 습관을 들였다. 이는 불확실성, 알지 못하는 상태를 불편해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직면한 곤경의 모든 측면에서 집단과 관계를 맺는 대안적인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심층적응은 집단 과정 촉진을 핵심으로 삼는다.

    두 마리의 말에 올라타기

    심층적응은 현대 사회의 지속이라는 가정이 타당한지에 주의를 돌리도록 조망함으로써 주류적 기후변화 적응(CCA) 접근 방식을 재고할 것을 제안한다. 주류적 기후변화 적응에 좀 더 가까운 ‘변형적 적응(transformative adaptation)’이라는 아이디어와 실천 영역이 있다. 이 접근 방식은 이 책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루퍼트 리드가 정립한 것으로서 탄소를 감축하는 동시에 기존 생태계의 안정성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생산과 교역, 생활방식의 체계적인 변화 필요성을 제안한다. 저자들은 앞으로 탄소 감축과 드로다운을 위한 더욱 과감한 시도를 촉진하기 위해 변형적 적응과 심층적응이 폭넓게 결합될 것을 예상한다.

    사회 붕괴가 확실하다고 보고 그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는 심층적응과 아직 붕괴를 피할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이라도 놓지 않고 분투해야 한다는 변형적 적응이라는 두 마리 말에 올라타는 구도 아래 이 책은 적응의 리더십(9장), 심층교육 대화(10장), 정치와 행동주의 미래(11장), 경제와 사회의 재지역화(12장)라는 행동의 전환에 대해 소개한다. 특히 정치와 행동주의의 미래에서는 생태 및 기후 위기에 대한 경제와 정치의 체계적인 동인들 때문에 급진적이고 변혁적인 정치 의제가 심층적응의 미래에 필수적이게 된다는 점을 설명한다. 또한 경제와 사회의 재지역화에서는 ‘재지역화’가 기후 혼란에 대한 대응의 중요한 부분이 되는 이유와 방식을 설명하고 미래의 재지역화 노력에 공동해방 철학을 결합하고 지역화와 기후정의를 가능하게 하는 정책을 위한 국제적 행동을 지원할 필요성에 대해 설명한다.

    지속가능성 분야 25년의 경력을 뒤로 하고 이 책을 쓴 이유는?

    이 책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젬 벤델은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차세대 글로벌 리더이자 25년 이상 20개가 넘는 국가에서 기업, 자원봉사 단체 및 정당과 함께 사회와 조직 변화에 관련된 일을 했다. 그랬던 그가 자기 경력의 핵심적인 부분을 부정하면서까지 <심층적응>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행동 경로를 완전히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젬 벤델이 2018년에 ‘심층적응’을 소개하는 논문을 지속가능 경영 전문 저널에 기고했을 때 심사자들은 대폭 수정을 요청했고, 결국 그는 컬럼비아 대학 내의 리더십과 지속가능성 연구소를 통해 자체 출판하기로 결정했다. 출판 직후 수많은 반발과 비판이 쏟아졌다. 50년 전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가 출간되었을 때와 비슷하다. 두 경우 모두 그 전제와 과학적 근거, 사회적 영향 모두가 주류 학계와 권력 집단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심층적응은 시나브로 진지한 논의의 단계에 올라섰고, 진지한 기후과학자와 기후정의 운동가들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출판 후 두 해만에 논문은 100만 회나 다운로드 되면서 큰 영향을 미친다.

    심층적응에 대한 저항은 그것이 지난 30년간의 국제 정책 패러다임인 지속가능성과의 근본적인 절연을 나타내기 때문일 수 있다. 1987년에 유엔에서 채택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은 환경과 사회에 관한 염려들을 통합하면서도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게 가능함을 시사한다. 심층적응은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의 위험 수준이 속도와 스케일에서 너무 크기 때문에 자본주의나 현대 사회의 개혁 모두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본다. 결국, 심층적응은 ‘포스트-지속가능성’ 사고의 한 형태다. 하지만 이 개념은 사회 붕괴를 ‘세상의 종말’이나 근시일 내의 인간 멸종과 등치시키지는 않는다.

    이는 탄소 감축과 드로다운을 위한 노력을 줄이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 시스템 내에서 이러한 목표에 대한 노력들이 대기 중 온실가스 수준을 상당히 감소시키는 데 계속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유력한 현실로서 간주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제 사회 붕괴와 궁극적인 몰락에 대비해야만 하고 만약 우리가 그러한 실패에 대해 준비하지 못한다면, 우리 자신은 물론 우리 아이들을 더 크게 실패하도록 만드는 준비를 하는 것이 된다.

    기후 붕괴 부정의 뿌리와 선택의 기로

    기후 위기와 그로 인한 사회 붕괴를 부정하는 모습은 매우 다양하다.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 호주의 모리슨 전 총리,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기후 위기 부정론자로 잘 알려진 사례지만 사회적으로도 다양한 유형의 부정이 나타난다. 이 책은 그 부정의 여러 유형을 살펴보고 ‘근대성이 지은 집’이라는 구조를 통해 부정의 요소를 분석한다. 그 구조의 중심에는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는 근대적 합리성과 자본주의 및 소비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부정을 부추기는 집단이 있는데 오랫동안 부정과 은폐 노력을 해왔던 화석연료업계를 중심으로 한 기업계는 두말할 것도 없고, 많은 기후과학자들 역시 의도적, 비의도적으로 그런 역할을 해왔다. 이에 대해서는 1장에서 기후과학자들의 접근방식이 어떻게 부인의 뿌리로 작용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주요하게는 비판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면서 ‘최소 드라마 오류’라는 보수적인 접근방식을 택하는 경향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기후 위기와 관련해서는 이런 접근이 사회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데, 그들의 발언과 발표는 대부분 실제 위기보다 훨씬 뒤처지거나 과소평가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점들에 비춰봤을 때, 사실 《심층적응》이 담은 내용들은 훨씬 이전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이 로마클럽의 작업과 이 책을 같은 선상에 있는 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담고 있는 메시지들도 로마클럽의 그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성장의 한계》는 다가오는 위기 앞에서 “꿈꾸기”, “네트워크 만들기”, “진실 말하기”, “배우기”, “사랑하기”를 주문했었다. 기후 위기 앞에서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생각해볼 문구들이라 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성장의 한계》 이후 꼭 50년이 지난 시점에서 봤을 때, 로마클럽의 경고는 옳았다. 절벽 끝에 서게 된 인류는 이제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경고처럼, “집단자살이냐 집단행동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이 말하듯 변형적 적응과 심층적응이라는 두 마리의 말에 올라타고 ‘모두를 위한 지구’의 터전 위에서 인류는 새로운 삶과 문화를 지속하며 생존해나갈 수 있을까? 그것은 지금 우리 모두의 선택과 행동에 달려있다. 기후 재난 현실로부터의 도피와 부정을 넘어 붕괴의 시대에 급진적 회의주의와 능동적 희망을 추구할 것을 이 책은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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