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추진
    기재부 끼어들기...“노동부가 주무부처”
    이정식 “법령이 위임한 범위 내 모호한 표현 개선”
        2022년 08월 25일 03: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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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독자적으로 연구용역을 통해 마련한 시행령 개정방안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이를 두고 소관부처도 아닌 기재부가 시행령 개정 방향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기재부 개정 방안엔 재계의 요구가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소관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기재부의 의견’ 정도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25일 한겨레에 따르면, 기재부가 노동부에 전달한 시행령 개정 방안에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해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경영책임자로 본다’는 내용과 ‘사업주가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인증을 받으면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한 것으로 본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지키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대표이사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안전보건최고책임자를 경영책임자에 포함해달라고 요구해왔다.

    노동부는 기존에 밝혀왔던 대로 시행령의 모호성과 불확실성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충실히’와 같은 표현을 손질하는 수준에서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5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법의 취지에 맞게 산재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법이 잘 작동되도록 어떤 부분을 고칠 수 있는가를 검토하고 있다”며 “법률에서 위임한 범위 내에서 모호한 표현, 예를 들면 ‘충실한’ ‘필요한’ 이런 것(들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시행령은 모법에서 위임한 범위 내에서 그리고 법 집행을 위해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개정 방안을 통해 요구한 ‘경영책임자 범위 확대’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대우조선해양이 임금 정상화 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며 하청노동자를 상대로 500억대 손배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것에 대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기재부 월권 논란에 대해 “좀 성급했다 싶은 생각은 있다”면서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했을 때 (노동부가 시행령 개정안을) 만들고 입법예고 기간에 (다른 부처의) 의견을 듣는 방식이 있다”며 주무부처가 시행령 개정안을 내기도 전에 개정 방안을 제시한 기재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계와 부처, 노동계의 요구가 있고 국회엔 처벌 수위를 높이고 적용범위를 넓히자는 개정안도 계류돼있다. (기재부가 노동부에 제출한 시행령 개정 방안은) 기재부의 의견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장관은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은 “노동부가 주무부처”라고 강조하며 “시행령이나 법령을 개선하는 것은 저희 부처가 책임을 지고 중심을 잡고 추진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52시간제 유연화와 관련해선 “그 표현보다는 52시간제 다양화(가 맞다). 52시간제 범위 내에서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메뉴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실제 일하는 시간을 줄이자는 것이 노동시장 개혁에 있어서 근로시간을 들여다보는 핵심 취지”라며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현장의 실태나 법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쟁점들을 10월 말까지 들여다 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이 파업을 한 하청노동자들을 대상으로 500억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데엔 “이러한 부분들이 되풀이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손배 청구는 민간의 자율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법 테두리 내에서 합법적으로 쟁의를 하면 민형사상 면책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손해를 끼쳤다고 (대우조선 측에서) 손배청구를 했다”며 “법원이 최종적으로 판단을 하겠지만 법원은 손배가압류에 대해 대단히 엄격하게 보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회사의 손배소 제기는 노조활동을 위축하기 위한 것인데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지 않겠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ILO 기본협약을 비준했고 다수의 노동조합이 법을 지키면서 하고 있기 때문에 민·형사상 면책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고용 형태, 새로운 노사관계, 이런 것들이 나타난 속에서 법 제도가 못 따라가는 부분이 있다”며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불법과 손배가압류가 악순환 되는 부분들은 관행을 바꿔야 하지만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이 없지 않다”며 “국회에서 나오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해 나갈 여지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파업에 대해선 “노동부가 중재를 계속하고 있다”며 “노사 갈등은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고 법 테두리 내에서 법을 지키면서 해야 손배가압류 민·형사 이런 게 없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지만 그럼에도 이것을 빨리 풀어야 한다. 협상의 틀을 저희들이 안내하고 주선해서 의견이 좁혀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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