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도 탈당 '돌림 폭탄' 있다?
    2007년 02월 03일 12: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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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행보와 경선과정을 읽는 정치권과 언론의 일관된 키워드는 대선주자의 탈당과 당의 분열 가능성이다. 그 때문인지 유력한 대선주자가 다수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한나라당에 결코 행복한 일만은 아닌 듯하다. 두 번의 대선 패배를 경험한 한나라당내에서는 “분열은 곧 필패”라며 끊임없이 ‘원죄’의 가능성이 있는 주자를 가려내고 추궁하려 들고 있다.

이→박→손으로 옮겨가며 ‘원죄’를 찾는 시선들

한나라당 분열의 출발점으로는 당초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의혹의 시선이 많았다. 여론의 대선후보 지지율에서는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앞섰지만, 당내 지지율은 박 전 대표가 앞서 당원 표심의 영향력이 큰 현행 한나라당 경선방식으로는 박 전 대표를 이길 수 없다는 점에서였다. 결국 현행 경선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이 전 시장이 경선에 불참하고 탈당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40%를 훌쩍 웃돌고 박 전 대표의 지지율과 20% 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이면서 의혹의 시선은 박 전 대표 쪽으로 옮겨갔다. ‘이명박 대세론’은 당내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더구나 박근혜 전 대표측 김무성 의원이 ‘보수 신당’을 꺼내들면서 박 전 대표의 탈당-2년 3개월간 당 대표를 지낸 덕인지 언론들은 박 전 대표에 관한한 탈당보다 ‘분당’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가능성에 대한 추측이 팽배해졌다.

최근에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로 탈당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고건 전 총리 불출마 선언 이후 눈에 띄게 급증한 여권의 손 전 지사에 대한 ‘추파’와 이를 즐기는 듯한 그의 모습이 이같은 현상을 촉발했다.

이와 함께 손 전 지사의 여권 인사 한나라당 영입론과 당에 대한 비판 등이 맞물리면서 정치권과 여론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손 전 지사는 잇달아 범여권 단일후보 적합도와 지지율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들은 하나같이 탈당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당시 경선준비위원장으로 거론되던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경선 승복’ 요청에 박근혜 전 대표는 “정권 교체의 열망을 져버린다면 정치는 고사하고 대한민국 땅에서 살아갈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전 시장도 “후보가 누가 되는 끝까지 뛰는 단합과 화합, 신뢰”를 약속했다. 손 전 지사 역시 “제가 살아온 길, 역사를 봐달라”며 “(당 분열의) 걱정은 놓으시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아직은 ‘밀어내기’ 할 때

하지만 요즘 한나라당 대선주자간 공방에서는 상대후보 ‘밀어내기’가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전 시장측은 박근혜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을 거듭 암시하는 식이다. 이 전 시장과 가까운 홍준표 의원은 지난달 3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2002년 박근혜 대표가 이회창 총재와 대립하다가 탈당한 경력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박 대표가 당을 깨거나 나갈 수 있는 그런 변수가 없고,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이지만 탈당의 이력을 들추는 것은 재범 가능성에 대한 암시이기도 하다.

이 전 시장의 측근이 이방호 의원도 앞서 박근혜 전 대표측 김무성 의원의 ‘보수 신당’ 발언과 관련 “한나라당 내에서 판흔들기, 분당까지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여지가 있다”며 이에 따른 당의 분열과 관련 “그렇게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박 전 대표측에 ‘원죄’의 혐의를 넘겼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측은 다른 주자들의 ‘탈당 명분’을 쌓아주는 식이다. 대선후보 검증론에 이어 최근 당내 정체성 문제제기, 이른바 색깔론 등장이 그렇다. 유석춘 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이 대선주자로 나선 고진화 의원을 “열린우리당 2중대”라며 탈당을 요구한데 이어, 김용갑 의원은 원희룡, 고진화 의원을 ‘친북좌파’라며 대선후보 경선 포기를 종용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로 정체성 문제를 확장시켰다.

당장 고진화, 원희룡 의원이 박 전 대표측의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음모라며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고 있고, 언뜻 무관해 보이는 이명박 전 시장측도 “한나라당 당원들의 보수성향을 감안한 박 전 대표측의 경선 전략”이라며 경계를 나타냈다. 대선주자 이념 성향에서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박 전 대표가 당을 보수화해 당내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속셈이라는 시각이다. 원희룡 의원은 색깔공방을 한나라당 ‘분열의 씨앗’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지사는 오히려 탈당 의혹을 낳고 있는 여권의 추파와 최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입지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당의 입장과 달리 여권 인사 영입을 주장하는가 하면 여권의 ‘러브콜’이 자신의 ‘본선경쟁력’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연구소 여론조사 결과, 중도층 유권자가 전체의 36.1%로 진보, 보수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중도 개혁성향으로 분류되는 손 전 지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연일 “내가 한나라당의 중심이고 기둥”이라며 “60~70년대식 개발독재에 안주하면 안된다”고 말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한 때 손 전 지사는 북핵 강경 입장 등을 밝히며 “나는 중도가 아니라 통합”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손 전 지사측은 “중도개혁세력의 대표주자는 바로 손학규”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민대 박형준 교수는 최근 이러한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행보와 관련 “지지율 40% 이상의 한나라당이 갖고 있는 프리미엄이 있고, 당을 깨고 나가는 명분을 갖지 못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대선주자들이 모두 당을 자기 중심으로 가져가고 싶은 만큼 네거티브 같은 ‘밀어내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나라당 대선 예비주자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이명박 전 서울시장 (사진 왼쪽부터)
 

“빅3 중 누구라도 나갈 수 있다”

물론 다른 주자들의 ‘밀어내기’에도 불구하고 각 대선주자측은 하나같이 탈당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 전 시장측은 확고한 지지율 1위의 ‘대세론’으로 ‘탈당’ 시각을 불식시키고 있고, 박 전 대표측은 2년 3개월 대표를 지낸 데 따른 당내 지분을 강조하고 있다.

손 전 지사측은 여권 후보가 정해지면 중도개혁 대표주자인 손 전 지사의 ‘본선경쟁력’이 분명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불공정 선거를 지적하는 원희룡이나 고진화 의원도 탈당에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밀어내기’가 끝내 특정 후보나 정치세력의 ‘탈당’이나 대규모 ‘분당’으로 결론 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예측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빅3 중 누구라도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형준 교수 역시 “구조는 쌓여 있다”며 한나라당의 후보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임을 지적했다.

각 대권주자들이 경선 승복을 다짐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승리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경선에 불참하고 결국 탈당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또한 이번에 선출되는 대통령후보의 경우 향후 2번의 총선에서 국회의원 공천권을 행사하게 돼, 경선 패배 주자 측에 줄을 섰던 정치인들로서는 탈당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통령의 조기 하야 등 예측하기 힘든 변수도 후보 단일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지율 1위의 이 전 시장은 여권의 후보 등장이나 박 전 대표측이 공세를 편 검증 과정 등 지지율 변수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한나라당 현행 경선방식으로는 당내 지지율에서 뒤지고 있는 이 전 시장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불확실성의 문제가 있다.

박 전 대표 역시 현재 지지율 2위의 구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탈당 내지 분당을 하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특히 박 전 대표 측에 일찌감치 줄선 정치인이 많다는 것은 총선 공천권 문제 등에서 그만큼 더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최근 김무성 의원의 ‘보수신당’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해석이다.

손학규 전 지사 역시 5%대 지지율이 막판까지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여권 일각의 ‘러브콜’을 계속 외면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손 전 지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당행) 계산이 아직 끝난 상태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새로운 구도를 만드는 후보가 승리?

더구나 현재 여권은 뚜렷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탈당 이후 연대를 통해 세를 불릴 당 밖 세력의 존재 역시 한나라당 대권주자들로 하여금 탈당의 눈길을 돌리게 하는 적잖은 이유가 된다.

박형준 교수는 역대 대선에서 연대하는 후보는 승리했고 분열하는 후보는 패배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박 교수는 올해 대선에서도 “새로운 정치실험의 구도를 만들어내는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규범적 차원에서 옳고 그르고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대선은 양자구도에서 다자구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손학규 전 지사와 여권 중도개혁세력의 연대설은 여당 대선주자까지 나선 적극적인 ‘러브콜’로 시선을 끌고 있다. 이 경우, 손학규 전 지사의 당과 차별화된 행보는 결국 탈당의 명분 쌓기라는 시각이다.

이미 고전이라고 불리는 박근혜-DJ 연대설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남북통일을 화두로 영호남 연대를 이룰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박 전 대표의 호남 구애 전략과 남북횡단철도 공약 등이 이와 관련 눈길을 끈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전 시장의 노-명박 연대설도 적잖이 회자됐다. 노 대통령이 제안하는 중대선거구제 카드로 여권과 한나라당 탈당 세력이 연대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주장이다.

정치권과 일부 전문가들은 “김대중과 김종필, 또는 노무현과 정몽준이 연대할 수 있는 사이였냐”며 불가능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당의 한 관계자 역시 “여당이 제 코가 석자이긴 하지만 길게 대선 정국을 보면 한나라당의 분열은 여당의 ‘호기’”라며 “한나라당 후보가 단일화되면 ‘게임 끝’이지만 아마 단일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이쪽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 과반수 “대선주자 약속 반신반의”

결국 한나라당 특정주자의 탈당과 분열은 한나라당의 패배일 뿐 주자들의 패배는 아닐 수 있다. 한나라당으로 남는 세력은 또다시 패배할 수도 있지만 탈당한 주자들과 세력은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한나라당이 ‘분열’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강재섭 대표는 “후보가 아니라 당이 중심이 돼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2일 인선된 김수한 당 경선준비위원장은 “대선주자들이 결과에 불승복한다면 이 땅에서 살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경선방식, 경선시기, 대선후보 검증, 당내 색깔론 등 한나라당이 안고 있는 ‘분열의 불씨’가 상당하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51.6%가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경선 전에 갈라서 각자 출마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경선 결과에 승복할 것이란 응답은 38.5%에 불과했다. 한 언론매체의 의뢰로 진행된 이 여론조사에 대해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실장은 “일반인들에게 ‘전망’을 물은 것은 과도하다”면서 이런 결과는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경선 승복을 다짐했지만 국민들이 반신반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실시한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본부장도 “국민들의 예상대로 꼭 (한나라당 분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그러한 예상이 많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언젠가 우리 국민들을 가리켜 ‘정치 9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디오피니언의 안부근 소장도 최근 ‘일반인들의 현명성’을 강조했었다. 국민들이 예측한 한나라당 분열이 과연 현실화될 지, 여당의 분열과 함께 그것이 또 올해 대선에서 국민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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