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진여객 입석 거부
    준법투쟁은 왜 시작됐나
    [인터뷰] 광역버스 요금 비싼 이유
        2022년 08월 24일 10: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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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정의당 수원을위원회에서 경진여객 노동조합 이승일 지회장, 백찬국 사무국장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정의당 수원을위원회는 경진여객 노동자들의 준법 투쟁을 지지합니다. 🚍

    이런 생각 해보신적 있으신가요? 좌석버스는 앉아서 편하게 갈 수 있도록 시내버스보다 요금을 더 비싸게 받습니다. 시내버스가 1450원 일반좌석버스가 2450원 광역좌석버스가 2800원입니다. 거의 두 배 차이 납니다. 그렇다면 입석을 타면 할인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왜 서서 가는데 요금은 그대로 받을까요?

    지난달(7월)부터 필자가 출퇴근할 때 이용하는 광역좌석버스, 7800번이 입석 금지 준법 투쟁을 했습니다. 그 전까지 저는 아무 생각없이 입석으로 출퇴근 했는데요. 입석이 없어지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여러 광역좌석버스 노선들을 운영하고 있는 경진여객 노동자들을 찾아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달리는 버스에 문 앞까지 승객들이 차 있다면…

    질문 : 입석 타시는 승객들이 얼마나 있었나요?

    답변 : 1층 버스에 자리가 45석이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70명 정도가 탔습니다. 빽빽하게 문 앞까지 들어차 있는 거죠. 백미러가 안 보이기도 하고 위험합니다. 특히 코로나 심할 때 나라에서 대중교통은 조사 안해서 그렇지 분명히 버스 안에서도 걸린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생각해보면 기차나 비행기는 코로나 때문에 한 칸씩 띄워서 앉았거든요. 수원에서 서울가면 한 시간 걸리는데 밀폐된 공간에서 그렇게 붙어서 가는 겁니다.

    질문 : 사실 광역버스에서 입석이 불법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불법이었던 겁니까?

    답변 : 2014년부터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광역버스들은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 되면서 입석이 불법이 됐습니다. 여러분 시외버스 타실 때 입석 없잖아요. 입석 타면 단속 나옵니다. 지난 8년 동안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많다 보니 나라에서도 묵인하고 기사들도 어쩔 수 없이 태운 겁니다.

    질문 : 입석을 탔을 때 사고가 난 적이 있나요? 사고가 난다면 책임은 누가 지나요?

    답변 : 사고 많이 납니다. 특히 서서 가다가 가볍게 다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버스에서 경상 환자 한 명 나오면 벌점 5점입니다. 중상 환자 한 명은 15점 입니다. 거기에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벌점 10점이 또 나옵니다. 그러니까 사고 나서 경상 환자 10명만 나와도 벌점 60점입니다. 면허 정지죠. 면허 정지 기간 동안 운전 못하니까 생활고에 시달리는 거에요. 사고가 여러 번 나면 징계에다가 해고에다가… 그렇게 가는 겁니다. 그래서 입석 승객이 많으면 기사들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돌발 상황들이 많아지니까요.

    질문 : 승객 입장에서도 입석이 사실 말이 안 되는 거라고 하시던데요. 무슨 의미로 말씀하신걸까요?

    답변 : 생각해보면 좌석버스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좌석버스가 일반 버스보다 비쌉니다. 앉아갈 수 있게 하는 대신 요금을 더 받는 거죠. 광역버스도 맥락이 비슷합니다. 앉아서 편하게 빨리 갈 수 있는 대신 돈을 더 받는 겁니다. 못 앉아서 가면 승객들은 정당한 서비스를 못 받은 겁니다.

    📌 광역버스 입석은 불법이다. 태웠다가 사고 나면 책임은 기사가 진다.

    증차해달라고 요구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질문 : 경기도 광역버스인데 서울시 때문에 증차를 못하신다고요? 이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답변 : 서울시가 버스 진입 총량제라는 걸 정해놨습니다. 버스가 많이 들어오면 서울 시내가 혼잡해지니 일정 수준만 들어오라는 겁니다. 그래서 증차를 못 합니다.

    질문 : 서울시 입장에서는 그래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보이는데요. 어떤 게 문제인 건가요?

    답변 : 이 법안이 모순적인 게 전세버스는 버스 총량제에 포함이 안 됩니다. 그래서 경기도에서 전세버스로 7800번 버스를 운영하는 겁니다. 승객들이 많아서 버스가 더 필요한데 버스 총량제 때문에 광역 버스는 늘릴 수가 없으니까요. 전세버스를 편도로 1회 운행하는데 수원 → 서울은 14만원, 화성 → 서울은 17만원이 듭니다. 하루에 40회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루에만 대략 600만원. 한 달에 1억 2천만원. 1년에 14억원이 전세버스를 운영하는 데 쓰입니다. 세금이 아깝습니다.

    질문 : 경기도에서 노선을 바꾼다거나 그런 시도는 안 하나요?

    답변 : 노선을 만들거나 정책을 바꾸려면 적어도 과장급. 팀장급들이 도맡아서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2년마다 계속 바뀝니다. 대중교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와서 이제 좀 운수사업법에 대해 이해를 한다 싶으면 다른 데 가는 겁니다. 뭐라도 하려고 하면 다행이지. 공무원들은 보통 자기 있을 동안에 별 탈 없이 지나가려고 해요. 그렇게 계속 시간만 가는 겁니다. 계속 용역 주면서 시간만 끕니다.

    📌 서울시가 경기도 광역버스 증차를 막는다. 경기도도 핑계만 댄다

    방법은 있다. 현장은 노동자들이 더 잘 안다

    질문 : 해결 방법이 있으시다고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답변 : 기본적으로 증차는 어느 정도 필요한 실정입니다. 그렇지만 출퇴근 시간에만 탄력적으로 운행을 하면 증차를 많이 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출퇴근 시간에 집중 배차를 하면요. 지금은 노선도 그렇지만 버스 시간표도 경기도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탄력적인 운영이 불가능합니다. 실무를 맡고 있는 노동자들은 다 압니다. 탄력적으로 하면 입석 없이 편하게 갈 수 있다는 걸요. 그런데도 그걸 안 합니다.

    질문 : 이걸 왜 안 하려고 하는 것 같으세요?

    답변 : 아까 말씀드렸던 서울시 버스진입총량제 때문입니다. 이것 때문에 버스 운행 시간표가 다 정해져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집중적으로 배차를 할 수가 없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서울 시내가 혼잡해진다고 이렇게 운영을 하는데요.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 생각은 다릅니다. 집중 배차를 한 뒤 낮에는 버스를 빼면 혼잡해지지 않습니다.

    📌 실무는 노동자들이 한다. 노동자들은 답을 알고 있다.

    임금인상 때문에 시작했다가 회사를 대변하고 있다.

    질문 : 처음에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셨다고요. 그런데 어쩌다가 공익을 위해 이렇게 입석 금지 준법 투쟁까지 하시게 되셨을까요?

    답변 : 우선 임금 인상을 요구했던 이유는 일을 더 많이 하는데 임금은 적게 받기 때문입니다. 서울 지역 광역버스 기사들과 임금 차이가 연 770만원 정도 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수원, 용인, 안양 이쪽에 출퇴근 시간에 혼잡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그래서 일은 더 많이 하는데 임금은 더 낮습니다. 처음에는 회사에 임금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회사랑 교섭을 몇 번 했는데 회사는 자기들을 배달꾼이라 합니다. 회사는 경기도에서 예산 받으면 나눠주기만 하는 거라고. 돈은 경기도에서 온다고요.

    질문 : 그러면 회사는 돈이 없는 겁니까? 저희가 내는 버스비는 어디로 가나요?

    답변 : 100% 경기도에 갑니다. 회사는 경기도에서 나온 예산을 가지고 버스 수리하고 기름 넣고, 기사들 월급 주고만 합니다. 버스 수리와 교체에 대해서도 할 말 많습니다만 이번에는 줄이겠습니다.

    질문 : 원청은 경기도라는 말씀이시군요. 임금을 인상하려면 경기도에서 나오는 예산을 늘려야겠네요?

    답변 : 네. 그 예산을 책정하는 기준이 표준운송원가입니다. 지금까지는 표준운송원가를 경기도에서 회사랑 같이 정했습니다. 지금 저희는 표준운송원가를 정할 때 노동자의 이야기도 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표준운송원가가 8월 말에 나올 예정인데요. 그걸 기다려볼 생각입니다.

    질문 : 저희도 8월 말을 주시하고 있어야겠네요. 회사와 교섭하시다가 원청이 경기도라서 경기도에 요구하고 계신거군요.

    답변 : 네 맞습니다. 경기도에서 임금 인상도 안 해주고, 버스 증차도 안 해주고, 버스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도 없게 하니까요.

    📌 원청은 경기도다. 경기도가 공공버스를 책임 있게 운영하지 않고 있다.

    시민들께 감사하다

    질문 : 입석이 소비자 입장에서도 불합리하다지만 그래도 바쁜 출근 시간에 입석을 타지 못해서 불편하신 시민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시민들 반응은 어떠십니까?

    답변 :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 시민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입석 금지 준법 투쟁에 시민들께서 많이 공감해주시고 오히려 경기도 게시판에 가셔서 항의를 해주십니다. 직관적으로 아시다시피 입석을 태울 게 아니라 증차를 하고, 탄력적인 운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경기도와 서울시가 이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는데 많이 항의해주셨으면 합니다.

    질문 : 준법 투쟁을 진행하시는 다른 노동자들 반응은 어떠신지요?

    답변 : 일하기 편해졌습니다. 어떤 동료는 임금이 아직 오르지는 않았지만 입석 없는 게 더 좋은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지금까지 입석을 태우면서 기사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는 반증이라 생각합니다. 일하기 편해지니까 승객들한테도 절로 인사가 나옵니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환경이 편해야 시민들께 더 친절하고 안전할 수 있습니다.

    📌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이 나아지면 우리 사회가 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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