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색깔 전쟁은 '박의 전략'…본선 위험"
    2007년 02월 02일 12: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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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월 15일 태극기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한나라당의 정체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대선후보 당내 경선도 그 영향권 안에 들어섰다. 이미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지사, 원희룡, 고진화 의원이 색깔론 공세 대상으로 내몰렸으며, 이명박 전 시장측도 색깔론이 제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내부의 색깔 전쟁과 관련해 일부 주자들은 박근혜 전 대표측을 향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인혁당 등 유신시절 과거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등 박 진영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한 ‘역공’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가 하면, 한나라당 보수화를 노린 근시안적 경선 전략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물론 박 전 대표측은 이런 시각은 “억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요즘 들어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차례로 당내 보수 성향의 의원들로부터 정체성 공격을 당하고 있다. 고진화 의원이 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인 유석춘 교수로부터 ‘친북 좌파’로 몰리며 탈당을 요구 받은데 이어, 원희룡 의원은 고진화 의원과 함께 김용갑 의원의 경선 포기를 강요받고 있다. 

“정권 교체가 능사가 아니다”고 한 손학규 전 지사는 전여옥 최고위원으로부터 “백만 당원을 모독하고 한나라당의 절절한 심정에 못 박은 사람은 근신해야 한다”는 공격을 받았다. 

공격의 화살을 쏘아대는 사람들이 대부분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어서 직접 공격을 받은 대권주자들은 물론 이명박 전 시장측도 박 전 대표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고진화 의원은 1일 자신에 대한 정체성 문제제기에 대해 “의도적이고 계획된 발언으로 사전에 각본을 짜서 불공정 경선을 진행하는 듯한 느낌”이라며 “TK 독주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공작정치”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나라당은 완전히 유신체제의 프리즘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며 박 전 대표측을 겨냥했다.

원희룡 의원은 보다 노골적으로 박 전 대표를 지목했다. 원 의원은 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2004년 박근혜 대표 취임 후 정수장학회 공격이 들어오니까 당의 개혁과 변화는 뒤로 밀리고 갑자기 국가정체성 수호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전면적인 색깔론으로 돌입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당내 경선 지지율 격차나 유신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인사 쪽에 가까운 인사들이 지금 들고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전 지사는 직접 박 전 대표를 겨냥하진 않았으나 “한나라당이 과거로 가는 것은 보수가 아니라 수구”라며 당내 정체성 논란의 내용을 비판했다. 

정체성 공세에 직접 거론되지 않은 이명박 전 시장은 “기본적으로 당의 스펙트럼이 넓은 게 좋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전 시장 쪽의 진수희 의원은 “이 전 시장도 (정체성 논란이) 바람직하지 않고 당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볼 것”이라고 전했다.

진수희 의원은 나아가 당내 정체성 논란이 “박근혜 전 대표측의 경선 전략”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 의원은 색깔론이 쟁점이 되면 “당원들의 보수 성향을 감안한 경선 전략으로 (박 전 대표가) 경선은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렵게 끌어당겨오고 있는 중도는 놓쳐버려 본선은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러한 전략이 “경선만 보는 근시안적인 생각에서 나온 것이며, 또한 한나라당 후보만 되면 이긴다는 오만한 생각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측은 “생각이 같다고 다 박근혜 전 대표 편이냐”며 당내 정체성 논란을 박 전 대표와 연계하는 것을 비난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국가정체성을 이야기하지 않은 적이 있냐”며 “당 소속 의원들이 평소 생각을 말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원희룡 의원의 2004년 국가정체성 논란 지적에 대해 “간첩이 민주화 인사가 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고 하고 북한이 NLL을 침범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국가정체성을 이야기한 것을 지금에 와 대선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억지”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일부 주자들은 박 전 대표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넘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정체성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을 분위기다. 고진화 의원은 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 지도부에 불공정 경선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만약 집단적 ‘공작정치’로 드러난다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고 의원측은 “이미 법률지원팀에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도 이날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선을 그만두라 마라 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 아니냐”며 “당내 선거법 규정과 정확하게 대조를 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당당하게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또한 “(박 전 대표를 향한) 의혹을 씻기 위해서 당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분들이나 대선후보 주자들은 현재의 색깔론이나 이념 공세에 대해서 어떤 입장이신지 명확히 밝혀줄 것”을 공식 제기했다.

특히 원 의원은 전날 다른 한 인터뷰에서 “안 그래도 한나라당 경선이 대선 주자들의 정책경쟁은 빠진 채, 서로 색깔공방이나 배타적인 줄세우기와 세력경쟁이 되면서 분열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 하고 모두 걱정하고 있는데, 왜 특정주자 진영에 가까운 분들이 (정체성 논란에) 앞장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의 정체성 논란과 색깔론 제기가 한나라당 분열 가능성에 또하나의 불씨를 보태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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