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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고파티’가 벌어진 이유
    [낭만파 농부] 사연 많았던 모내기
        2022년 06월 27일 04: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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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밤에는 잔치가 벌어졌다. 해마다 모내기를 끝내고 펼치는 ‘모내기 무사 완료 가든파티’. 이번엔 우리 집 잔디밭이 아닌 모모 씨네 창고 앞마당이었다. 스무 명 넘는 이가 때 이른 한여름 밤의 정취를 즐겼다. 그런데 왜 잔디마당이 아니고 하필 창고였느냐?

    ‘창고 파티’

    며칠 전 끝난 모내기, 아니나 다를까 숱한 곡절을 겪었다. 다른 일도 그렇지만 농사라는 게 한번 틀어지면 잇따라 애를 먹게 되는 모양이다. 모농사를 한 번 망치고 나니 그 뒤로도 뒷탈이 끊이지 않았다. 두 번째 앉힌 못자리는 두둑 표면이 고르지 않아 듬성듬성 이빨 빠진 모판이 많이 나와 모판 부족 사태를 겪지 않을까 가슴을 졸여야 했다. 다행히 이앙기 식재간격을 조정해서 위기를 넘겼지만 싹을 올리지 못한 볍씨가 적지 않아 결주가 많이 생겼다. 하여 맥가이버로 통하는 맹수 씨가 개발한 ‘옮겨심기 주걱’으로 모판을 때우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찰벼를 심어왔던 모정 배미 두 마지기는 농수로 공사를 하면서 경계가 달라졌는데 논 주인이 밭으로 쓸 요량으로 객토를 하는 바람에 써레질을 할 수 없어 결국 모내기를 포기해야 했다. ‘내가 먹는 밥이 어떻게 생기는지’ 일깨우기 위한 벼농사 노작교육을 하는 코끼리 유치원의 두 마지기 배미도 곡절을 겪었다. 지난해까지 부치던 농가가 마늘과 양파 이모작을 하는 바람에 늦게서야 써레질을 마쳤다. 게다가 손 모내기 체험을 하던 날은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찜통더위로 애를 먹었다. 혹여 아이들에게 무리가 갈까 싶어 다 마치지도 못한 채 그만둬야 했다.

    코끼리 유치원 손모내기

    림보책방팀은 책방을 다른 건물로 옮기고 내부공사를 하는 바람에 올해는 손 모내기를 포기해야 했다. 벼농사두레에서 벌어지는 두 번의 손 모내기 가운데 하나를 올해는 그냥 넘기나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연인즉 이렇다.

    지난해에 이어 이태째 벼농사에 도전한 모모 씨. 올해는 남들 다 하는 ‘참동진’ 품종 대신 ‘찰홍미’를 심었다. 그런데 포트모판의 벼 포기가 너무 커서 이앙기에 먹히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 결국 기계 이앙을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손 모내기를 하게 됐다. 그런데 이 갑작스런 상황에서 모를 낼 일꾼을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모모 씨 자신은 “주변에 사는 형제자매를 비롯해 식구들을 모아서 해치우겠다”고 했지만 네 마지기 넓은 논배미에 될 일이 아니었다.

    이 안타까운 소식이 벼농사두레 톡방을 통해 알려지고 ‘당장 오늘 저녁부터 여건이 되는 회원들이 가능한 시간 만큼 끝날 때까지 손 모내기에 참여’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느닷없는 일이라 얼마나 모일까 싶었는데 뜻밖의 상황이 펼쳐졌다.

    “머리 염색 미루고 합류할게요” “약속 깨고 참석합니다” “저는 오늘 저녁에 선약이 있어 힘들지만 내일 새벽은 5시부터 출동 가능”

    성원이 이어지더니 이날 저녁 손 모내기에는 스무 명 가까운 사람이 모였다. 닷새가 걸릴지, 일주일이 걸릴지 알 수가 없던 일이 이틀 만에 끝이 났던 것이다. 모모 씨는 감격했다.

    “눈물이 왈칵! 진정 또 하나의 가족 오늘 확인했습니다. 벼두레 모내기 모두 마치면 준공을 앞둔 저희 창고에서 뒷풀이 마당 벌이겠습니다.”

    모모 씨네 손모내기

    모모 씨뿐만 아니라 벼두레 회원들 또한 “벼두레의 기적을 봤습니다”는 맹수 씨와 엇비슷한 심정이었으리라. 어쨌거나 ‘가든파티’가 올해는 ‘창고파티’로 바뀐 사연은 이랬다.

    나흘 동안 펼쳐진 벼농사두레의 모내기는 이렇듯 흥겨운 잔치로 막을 내렸다. 모내기는 나흘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에 앞선 논둑 예초기질에 이은 가뭄 속의 물잡기와 써레질, 모판 나르기를 포함해 열흘 동안 눈코 뜻 새가 없는 시간이 이어졌다. 특히 벼농사 두렛일의 정점인 모판 나르기에는 마흔 명을 훌쩍 넘는 이가 함께 해 역대 최다참석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손이 넉넉하니 고되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공정이 한결 수월해졌다. 나아가 쉬어쉬엄 해도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여유가 넘쳐났다.

    모판 나르기

    그 어느 해보다 곡절도, 사연도 많이 남긴 모내기철이 이렇게 지나갔다. 다가올 모 때우기, 김매기는 또 어떻게 펼쳐질지. 장맛비와 불볕더위가 엇갈리는 논배미로 나서노라면 숨이 차다.

    필자소개
    시골농부, 전 민주노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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