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후퇴" vs "현실적 대안"
By tathata
    2007년 01월 24일 01: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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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지난해 비정규직을 직군제 방식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에 대해 노동계의 논쟁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최선의 대안’은 아니더라도 ‘현실적 대안’임을 강조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환영하는 입장과 정규직 내의 차별을 고착화시켜 정규직의 고용형태마저 후퇴시켰다는 입장이 노동계에서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우리은행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둘러싼 노동계의 논쟁을 생산적으로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23일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의 주제는 ‘우리은행 사례, 정규직화의 새로운 가능성인가 차별의 고착화인가’였다.

이번 토론회는 우리은행 사례에 대해 노동계가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자리여서 참가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23일 ‘우리은행 사례, 정규직화의 새로운 가능성인가 차별의 고착화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비정규센터 “보상, 승진, 임금차별은 여전”

발제를 맡은 김성희 비정규센터 소장은 “기간제법 통과 이후 기업은 비정규직에 대해 계약해지, 분리직군화, 외주화라는 세 가지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은행은 분리직군화를 택했는데, 이는 여전히 임금차별, 고용차별, 조직화 대상 차별이 지속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직무상의 차등을 통해 보상, 승진 상의 차등을 합리화하는 코스별 관리제도가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관측이었다.

그는 또 “분리직군제는 금융권내에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앞당겨 차별적 관행을 정당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우리은행의 사례는 정규직 내의 차별을 심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금융노조 “최선 아닌 현실적 대안”

이에 대해 이승민 금융노조 정책실장은 “우리은행의 사례는 최선의 대안이 아니라 현실적 대안”이라며, “한국노총은 비정규직의 사용사유제한을 주장한 바가 없기 때문에 한국노총의 정책적 입장과 반하는 점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직군별 정규직화가 차별을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있고, 비정규법안의 차별금지조항을 교묘히 비껴가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된 점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비정규직의 외주화를 막은 것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조직화에 모티브로 부여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진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안)도 부정적 효과보다는 긍정적 효과에 더 무게를 실었다. 김 변호사는 “케이티엑스 여승무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오랫동안 투쟁을 하고 있는 점에 비교한다면, 우리은행의 사례는 외주화를 막고 비정규직이 정규직 속으로 들어온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도의 전문기술직과 비교적 단순한 미숙련 노동자가 동일한 임금 체계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점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외환딜러와 창구텔러에게 동일한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는 상당히 취약하다”며, “직무성과급제를 전면 부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의 사례에서도 나타나듯 직무에 따른 서열화가 발생하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논지였다.

사무금융연맹 “여성노동자에 대한 최하위직급 신설”

우리은행 사례의 이같은 긍정적 평가에 대해 사무금융연맹과 여성민우회는 즉각 반발했다.

김금숙 사무금융연맹 여성국장은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 1순위로 명예퇴직 당한 여성들은 비정규직으로 재입사했고, 다시 그들은 이제 직군제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전에는 초대졸 이상이면 5급부터 직급이 시작됐지만, 이제는 직군제 신설로 더 낮은 6급이 만들어졌다”며 “여성노동자에 대한 최하위 직급이 계속 만들어져서 여성을 저임금 노동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여성 노동자들이 싸워서 폐지시킨 여행원제도를 이제 다시 도입하는 것이 해법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전선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우리은행의 사례가 여성노동자의 고용형태를 오히려 후퇴시켰음을 강조했다.

박정옥 한국여성민우회 팀장도 우리은행이 여성노동자 전반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팀장은 “여성 노동자의 일에 대한 정당한 평가나 합리적 이유가 제시되지 않은 채, 단지 여성이 담당해왔던 업무이기 때문에 직군별로 분류하는 것은 여성노동의 가치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은행 사례는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개선모델이 아니므로 다른 모델을 만드는 방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우리은행 사례가 갖는 의미와 한계에 대해서 노동계 내의 입장 차가 확인되는 자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자들의 공통된 견해는 여성노동자의 차별을 제도화하는 직군별 정규직화를 뛰어넘어 여성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정규직화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과 논리, 그리고 모델을 생산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했다. 우리은행 사례가 ‘모범답안’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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