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안은 안전운임제뿐 ···
    유가 폭등, 화물차 운행할수록 적자”
    화물연대, '일몰제 폐지' 약속하면 모든 논의 가능
        2022년 06월 08일 06: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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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노동자들이 경유가 폭등으로 생존권 위기에 내몰렸다며 총파업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경유가 폭등으로 화물 운송비용이 대폭 상승했음에도 화물노동자들이 받는 운송료는 유가 상승 전과 같이 유지되면서 운행할수록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가 폭등 대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유류세 인하 정책 또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 화물노동자들은 최소 운임 기준을 제시하는 ‘안전운임제’의 전면 확대만이 근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화물연대 기자간담회 모습(사진=유하라)

    “경유가 폭등, 화물차 운행할수록 적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8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가 급등으로 인해 화물운송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했음에도 화물운송료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운송료 인상 없이 유류비만 증가해, 유류비가 증가한 만큼 화물노동자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6월 평균 1,374원이었던 경유가는 지난해 상승추세를 보이다가 올해 상반기 큰 폭으로 오르며 6월 기준 2,028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와 비교해 50% 가까이 오른 것이다. 안전운임제가 적용되는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유가, 요소수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상승된 지출비용을 모두 화물노동자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화물노동자 평균 월 순수입은 약 342만원으로, 경유가 인상으로 인해 100~300만원 가까이 지출이 증가하면서 사실상 수입이 ‘0원’에 가까워진다”며 “경유가 폭등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어 운행할수록 오히려 적자가 발생하게 되어 운송을 포기하는 화물노동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체 화물노동자 42만 명 중 안전운임제 적용을 받는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 화물노동자(2만 6천여명)는 유가 폭등에 영향 없이 적정 운임을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몰제라 올해 12월 31일 폐지될 예정이다. ‘안전운임제 전면 확대’를 요구하는 화물연대 총파업에 이례적으로 비조합원의 참여율이 높은 이유다.

    “유류세 인하하면 유가보조금도 같이 삭감, 효과 미미”
    “기업이 책임져야 할 운송료, 국민 세금으로 충당 안 돼”

    유가 급등 대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유류세 인하 정책 역시 화물노동자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유류세 인하와 함께 유가보조금이 함께 삭감되기 때문에 화물노동자에게 유류세 인하 효과는 미미하다”며 “운송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화물노동자의 현실을 간과한 정책이자, 국민 모두에게 적용돼야 하는 유가대책에 가장 절실한 화물노동자가 배제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유가 급등와 같이 외부 요인에 따른 지출비용 증가는 화주들이 함께 나눠져야 할 부담이지만, 번번이 유가보조금 제도 등을 활용해 책임을 회피해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화주 등이 운송료 인상으로 책임져야 할 비용 부담을 국민 세금인 유가보조금으로 메꿔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유가 급등에 따른 피해를 화물노동자 개인에게만 온전히 전가하거나, 국민 세금(유가보조금)으로 충당하는 기형적인 미봉책만 이어온 셈이다.

    “안전운임제 말고는 유가 폭등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

    화물노동자들에겐 최저임금제와 같은 안전운임제는 지금과 같은 유가 폭등 시기에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유가 인상에 따라 운송료도 자연스럽게 인상될 수 있도록 운임의 기준을 마련하자는 것이 ‘안전운임제’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유가 폭등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가 가장 먼저 화물 업계 단체에 공문을 보내 ‘유가가 많이 폭등했으니 컨테이너와 시멘트 분야에서 안전운임을 지켜라’라고 했다. 정부도 안전운임제 말고는 유가 폭등에 대처할 방법 없다고 본 것”이라며 “안전운임제가 화물운송시장 안정화에 얼마나 중요한 정책인지 증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운임제는 2020년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말까지 연장 또는 완전 제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폐지될 위기에 놓여있다. 당초 화물연대는 화물노동자 과로·과속·과적 등을 막기 위해 안전운임제의 전품목·전차종에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대기업 화주들의 반발로 일부 품목에 한정해 일몰제로 도입됐다.

    “일부 대기업 화주 제외…대부분 화주와 운수사들 안전운임제 찬성”

    화주와 운수사들은 안전운임제 도입 시기에 비용 증가를 우려해 반발했지만, 3년간 제도 운영 이후 중소기업 화주나 운수사들은 다수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한국교통원 조사 결과 컨테이너 품목에서 ‘안전운임제를 지속해야 한다’고 답한 운수사는 55%로 절반이 넘고, 화주 측도 56%가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멘트 품목에서도 운수사 80%가 안전운임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안전운임위원회에 운수사업자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전국화물운송사업자연합회는 공식적으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및 전차종·전품목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를 유지해선 안 된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높은 쪽은 시멘트 품목 화주밖에 없다. 이들은 80%가 안전운임제 폐지를 답했다.

    같은 화주임에도 왜 컨테이너와 시멘트 화주 간에 안전운임제에 관한 입장이 다를까.

    컨테이너는 대기업 화주부터 영세 화주들까지 화주의 규모가 다양한 반면, 시멘트는 한일 시멘트, 동양 시멘트 등 대기업 화주들로 그 규모가 한정적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안전운임제 도입 전에는 대기업 화주가 최저입찰로 운임을 낮췄는데, 물량이 많은 대기업 화주의 일감을 따내기 위해 손해를 본 운수사들이 물량이 적은 영세 화주들에게 높은 운임을 받아서 산업을 유지했다”며 “영세 화주들은 운수사들과 계약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높은 운임을 지불하고 계약을 했지만, 그 운임이 화물노동자에게 돌아오지는 않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안전운임제가 도입되면서 화주가 운송사에 줘야 하는 적정 비용이 책정이 되고 최저입찰이 사라지다보니 영세 화주들 중심으로는 이 제도가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있다”며 “시멘트는 컨테이너와 달리 한일, 동양 등 대기업 화주들 중심이라 운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구조가 강하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화물노동자 외에 운수사와 화주들까지도 찬성하지만, 정부는 지난 3년간 운영해온 안전운임제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며 안전운임TF를 구성해 원점부터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대기업 화주들의 입장인 안전운임제 폐지 쪽으로 무게를 둔 것으로 읽힌다.

    노동-시민사회 화물연대 총파업 지지 회견

    노동·사회·종교단체들은 화물연대의 총파업 지지를 밝히며 정부에 합리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운송 원가가 폭등했는데 운임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전형적인 시장의 실패”라며 “시장의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당국이 화물연대 총파업에 무관용과 법과 원칙을 얘기하는 것은 시장의 실패 책임을 화물노동자와 시민의 교통안전에 전가하는 반공익적 접근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일몰제 만료 1년 전까지 안전운임제를 평가하고 대안을 제출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 화물노동자들의 총파업 투쟁은 정부의 직무태만과 책임방기 때문”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의 직무태만에 대해 무관용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도 “유가폭등에 대한 대안은 안전운임제밖에 없다”며 “올해 말 일몰제가 폐지되면 다시는 안전운임제가 만들어질 수 없다. 화물노동자들은 총파업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는 파업을 멈추라는 협박성 발언을 하는데,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약속한다면 안전운임제 발전 방안에 대해 모든 것을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일몰제 폐지가 약속되지 않는다면 끝까지 파업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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