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세력판도는 삼국지 지형"
    2007년 01월 17일 05: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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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내부의 역학 구도가 변화무쌍하다.

선도탈당론을 흘리며 세몰이에 나섰던 ‘실용-통합’파가 고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주춤하는 사이 김근태 의장 등 ‘개혁-통합’파가 통합의 주역을 자임하고 나섰다. 친노파가 주축인 ‘개혁-당 사수파’는 통합파 내부의 균열을 점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바깥에선 임종인 의원 등 일부 ‘진보파’가 독자정당 건설을 그리고 있다. 개혁과 실용, 통합과 당 사수, 보수와 진보의 논리가 종횡으로 엮이는 가운데 예측불허의 정국이 전개되고 있다.

여당 내부의 세 가지 흐름

정계개편에 대한 입장과 이념 성향을 놓고 보면 지금 여당에는 대략 세 개의 주요 흐름이 형성돼 있다.

‘실용-통합’파는 통합신당론자 중 실용적 성향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다. 실사구시, 희망21, 국민의 길, 안개모 등 실용파 의원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친고건파와 친정동영파로 나뉜다.

‘개혁-통합’파는 통합신당론자 가운데 개혁적 성향을 보이는 세력이다. 김근태 의장 등 민평련, 천정배 의원, 최재천 의원 등이 이런 입장이다. ‘개혁-당사수’파는 개혁적이면서 당 사수론을 주장한다. 이들은 참정연, 의정연 등 친노파와 겹친다.

지난해 말 이후 정계개편 논의를 주도해 온 건 ‘실용-통합’파다. 이들이 대세를 점한 건 ‘개혁-통합’파가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통합이냐, 당사수냐’는 주 전선을 앞에 두고 ‘개혁-통합’파는 ‘개혁’보다 ‘통합’에 방점을 찍었고, 김근태 의장은 일약 ‘반노’의 정점으로 떠올랐다.

   
  ▲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사진=연합뉴스)
 

실용파의 반개혁파 캠페인

물론 통합을 말하면서도 실용파와 개혁파는 강조점이 달랐다. 실용파가 통합의 파트너로 고건 전 총리, 민주당 등을 염두에 뒀다면 개혁파는 시민사회 단체 등 ‘여의도 바깥’ 세력을 끌어모으는 데 무게를 실었다. 김근태 의장은 "여의도 내부의 통합은 반쪽짜리 통합"이라고 했다.

문제는 고 전 총리와 민주당은 정치적 실체인 반면 ‘여의도 바깥’ 세력은 여전히 모호했다는 것. 이게 통합신당파 내부에서 실용파가 주도권을 행사하는 원인이 됐다.

실용파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통합신당파 내부에서 개혁파를 상대로 대대적인 노선투쟁을 벌였다. 김성곤 의원은 "통합신당은 실용파가 주도하고 개혁파가 뒤를 받치는 구도가 돼야 한다"고 했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실용노선’에 입각해 통합신당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등 반개혁파 캠페인을 한층 공격적으로 펼쳤다. 그 와중에 김근태 의장을 "좌파"라고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고건의 중도하차와 ‘개혁-통합’파의 부상

사태가 이쯤되자 ‘개혁-통합’파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던 것 같다. 김 의장측에선 공개 사과 없이는 강봉균 의장과 한 배를 탈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김 의장측은 곧이어 통합신당을 논의하는 5개 모임에도 불참을 통보했다. 천정배 의원도 강 의장을 향해 "당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한나라당의 이념적 포로가 돼버렸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16일 고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 나왔다. ‘실용-통합’파의 유력한 연대 파트너가 사라진 것이다. 남은 것은 민주당. 민주당과의 통합은 ‘도로민주당’의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다.

‘통합’을 해야하는데 통합의 파트너가 부재한 상황. ‘실용-통합’파는 세몰이를 위해 17일 오전 예고했던 정계개편 토론회도 취소했다. 결국 ‘실용-통합’파는 김근태 의장측과의 연대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통합신당파 내부의 세력관계는 ‘실용’ 우위에서 ‘실용’과 ‘개혁’의 균형점으로 돌아온 듯 보이고, 김 의장측은 개혁세력이 통합을 주도해야 한다고 역공세를 펴고 있다.

김 의장측도 옵저버로 참석한 가운데 17일 열린 통합신당파 5개 모임 회의에서 "당내 통합신당 논의는 제정파는 물론이고 정치권 밖의 전문가, 시민단체까지도 포괄할 수 있는 중간지대에서 진행을 해야 효과적"이라고 합의한 것은 통합신당파 내부의 변화된 세력관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친노 "김근태측 결국 우리와 함께 할 것"

그러나 김 의장이 불러들이고 싶어하는 ‘여의도 바깥’ 세력의 실체가 여전히 모호하고, 일부 구애를 받는 제3세력도 여당과 한사코 거리를 두려고 한다는 점에서 김 의장의 개혁세력 중심 통합론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 지 알 수 없다.

김 의장이 뚜렷한 성과를 못내면 통합파 내부의 세력 배치도 다시 뒤집힐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통합파 내부의 노선 다툼이 한층 가열될 공산이 크다.

친노 진영인 ‘개혁-당사수파’는 이런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통합신당 논의가 당분간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보는 듯 하다.

통합의 움직임이 정체 상태에 빠질 경우 논쟁의 주 전선이 ‘통합이냐, 당 사수냐’에서 ‘개혁이냐, 실용이냐’로 이동할 수 있고, 그 때 ‘개혁-통합’파와의 연합을 통해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고 기대하는 듯 하다.

김형주 의원은 "고 전 총리의 중도하차로 당을 깨는 통합신당론은 이미 구심력을 상실했고, 당 중심의 통합신당론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보혁갈등이 첨예해질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민평련(김 의장측)은 친노파와 함께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의장이 최근 개헌 문제를 고리로 노무현 대통령과의 거리를 좁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주목된다. 당내 대권주자 중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했던 김 의장은 17일에도 개헌 논의를 거부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독자정당 추진하는 ‘진보파’

개혁과 실용, 통합과 당 사수를 아우르는 범 보수진영의 바깥에선 임종인 의원 등 3~4명의 진보파 의원들이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독자정당 건설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들은 오는 2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 토론회를 갖고 공감대 확산에 나설 예정이다.

임종인 의원은 "중산층과 서민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당의 정체성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됐다"면서 "제대로 된 서민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이들의 문제의식은 당의 진로가 결정되고 정계개편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빠르게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이 독자정당 건설에 나설 경우 시민단체와 재야,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진보적 성향의 당원들을 중심으로 세 규합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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