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간호인력인권법’ 폐기될 상황 처해
    보건복지위 법안소위, 간호법 핑계로 본회의 상정 않기로
        2022년 05월 16일 05:01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 축소 등을 골자로 하는 ‘간호인력인권법’이 제대로 된 국회 논의도 거치지 못한 채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간호사 처우개선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 간호인력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의료연대본부

    의료연대본부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10만명의 요구가 담긴 간호인력인권법이 폐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 법제화를 핵심으로 하는 간호인력인권법은 지난 10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성립 요건인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성사됐다. 인력부족으로 인한 간호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 환자 사망률, 감염률, 재입원률 등을 낮추자는 것이 이 법안의 취지다. 실제로 신규간호사 45.5% 이직, 평균 근속 연수 5.9년, 평균 퇴직 연령 34세밖에 되지 않는 것 역시 인력부족에 따른 과중한 업무 부담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의료연대본부는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가기 어려울 정도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 많은 환자를 담당하기 때문”이라며 “장롱면허는 많지만 실제 일하는 간호사가 부족하다 보니 병동을 폐쇄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간호사들이 안전하게 간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간호인력인권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는 지난 9일 간호인력인권법 청원 취지가 ‘간호법 수정안’에 반영됐다는 이유로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근 의사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간호법 수정안은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문제보단, 간호사 불법진료 근절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간호인력인권법과 간호법 수정안은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간호법에는 간호인력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기준 위반 시 의료기관을 처벌할 조항도 없다. 의료기관 책무는 없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정도만 부과하고 있다”며 “간호법으로 간호인력인권법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어 “의료법, 보건의료인력지원법 등에도 책임이 명시돼있지만 인력기준을 지키지 않는 의료기관이 43%나 된다”며 “정부가 병원운영에 불이익을 주거나 제대로 관리, 감독도 하지 않으니 인력기준을 지킬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코로나 영웅으로 치켜세우며 모든 것을 다 해줄 것처럼 떠들던 정부와 국회가 간호인력인권법은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고 폐기하려고 한다”며 “국회 보건복지위는 간호인력인권법 폐기 의도를 즉각 중단하고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을 위해 적극 나서라”고 거듭 촉구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와 대한간호협회는 ‘국제간호사의 날’인 지난 12일 공동결의대회를 열고 ▲간호법 제정 ▲환자안전을 위한 간호사 1인당 적정환자 수 ▲의대 정원 확대와 업무 범위 명확화를 통한 불법진료(의료) 근절 등 3대 요구를 제시하며 정부와 국회에 구체적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결의대회에서 “보건의료노조가 200개 의료기관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야간교대근무와 한 간호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 수를 담당해야 하고, 의사들 업무까지 대신해야 하는 불법의료에 시달리면서 병원을 떠날 생각을 하는 간호사 비율이 70%가 넘었다”며 “이러한 문제를 이제 근본적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하기 위한 근거를 만드는 것이 바로 ‘간호법’ 제정”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