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파업 대응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By tathata
        2007년 01월 17일 03: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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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등 성과금 지급 문제를 둘러싼 현대차의 노사갈등이 실무협상의 진행으로 해결 방안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불법파업에 대한 처벌 매뉴얼을 만들어 불법파업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고 말해 노사갈등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이 장관은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차노조 파업과 관련, “검찰과 협의해 매뉴얼을 만들어서라도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철저히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에는 “불법파업이 발생할 때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엄단하겠다는 것인지 불투명하다”며 “불법파업 양태와 규모 등 여러 요인을 참고해 일정 규모 이상을 넘어선다거나 폭력 등 양상을 보이는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무조건 고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매뉴얼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매뉴얼이 마련되면 이를 노사 양측에 충분히 숙지시켜 행동 준칙으로 삼을 방침”이라며 “정부의 엄단 방침이 언제나 하는 소리처럼 들리는 일이 없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KTX 여승무원들을 직접고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발언처럼, 관계부처는 물론 노동부 내에서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진 속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노조의 파업에 대해 법원이 박유기 현대차노조 위원장 등에게 구인영장을 발부하고 회사 측이 고소고발과 손해배상을 이미 청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불법파업 대응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조의 파업을 봉쇄하려는 의지를 강력하게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부는 그동안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한결같이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법과 원칙에 따른 엄단조치’를 강조해왔다.

    현대차가 차등 성과금을 지급하는 것은 현대차노조가 민주노총 총파업을 한 차례도 빠짐없이 실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부도 이번 사태를 ‘기회’로 민주노총 총파업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장관이 주장하듯이 ‘불법파업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권두섭 변호사는 “노조의 파업이 합법인지, 불법인지를 사전에 가리는 판단의 주체, 절차와 방식 등을 따져볼 때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개별 사업장의 다양한 노동분쟁 현안을 노동부가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가능하지도 않다는 말이다.

    권 변호사는 “불법파업 매뉴얼을 만들면 노동부가 노조의 파업 목적까지도 제한하게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며 “조정과 중재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노동부가 사실상 사측의 편에 서서 대응하겠다는 노동부 역할 포기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특히 현재의 노조법은 임금과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사안에 한에서만 노조의 파업을 인정하고 있는데,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같은 정치파업에 대해서는 노동법학자 사이에서 불법파업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어 노동부가 이를 ‘불법파업’으로 단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비정규법안의 국회 처리를 반대하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사업장 내의 문제는 아니더라도 노동자의 고용과 직결되는 사안이므로 임금과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합법파업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견해도 많다. 노동법학계에서는 ‘순수정치파업’과 달리 ‘노동법적, 경제적 정치파업’에 대해서는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다수 헌법학자들도 근로조건의 향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정치적 사항에 대한 쟁의행위는 정치적 파업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다.

    따라서 노동부가 행정해석으로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사전부터 불법파업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같은 학계의 의견들을 배제하는 것이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회사의 정리해고나 단체협약 불이행에 반대 파업, 원청 사용자에 대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 파업 등은 노조법상으로는 ‘불법’으로 규정되는데, 노동부가 처음부터 ‘불법’으로 규정할 경우 파업으로써 교섭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조의 목적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명호 민주노총 기획실장은 “노동부가 노조의 파업을 중재할 생각은 하지 않고, 검찰과 마찬가지로 공안적 시각에 서서 노조탄압을 더 손쉽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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