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 분열과 무한경쟁 시작됐다"
        2007년 01월 16일 06: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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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였던 고건 전 총리가 정계은퇴를 전격 선언하면서 대선 정국이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여야 구도에선 한나라당의 독주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견고한 지지세를 보이고 있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고 전 총리의 지지층을 일부 흡수하면서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 내부의 역학구도에는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범여권 정계개편은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통합신당파에겐 ‘통합’의 명분이 모호해졌다. 고 전 총리가 빠진 통합은 민주당과의 통합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도로민주당’이 된다. 

    제3세력을 끌어당기는 것도 쉽지 않다. 정운찬 전 총장, 문국현 사장, 박원순 상임이사 등은 여권에 몸을 실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래구상’ 등 시민사회세력도 여권과의 통합은 "둘 다 죽자는 것"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결국 ‘통합’이란 말을 입에 담기가 머쓱해진 상황이다. 선도탈당론을 비롯한 통합신당파의 세몰이도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여당이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기도 힘들다. 스스로 실패했다고 선언한 여당은 뭔가 바꾸어야 하고, 지금껏 택한 건 덩치를 키우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이제 이 방법이 여의치 않게 됐다. 남은 건 정당의 체질과 컨텐츠를 바꾸는 것.

    앞으로 당 내부의 좀 더 많은 관심이 당의 정체성 문제로 쏠릴 가능성이 높고, 개혁과 실용, 친노와 반노가 뒤죽박죽 섞여있는 여당은 ‘통합’보다 ‘차이’에 주목하게 될 개연성이 크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분열적 정계개편의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지역 기반과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분류하면 지금 여당은 호남 중심의 실용세력과 영남 중심의 개혁세력으로 양분되어 있다.

    지금껏 ‘호남/실용’의 잠재적 대표자는 고 전 총리였다. 그런데 고 전 총리가 발을 빼면서 무주공산이 된 상황이고, 고 전 총리의 대체재인 정동영 전 의장에겐 가능성의 공간이 열렸다. 이들의 반대편에선 통합의 압력을 던 ‘영남/개혁’ 세력이 ‘정체성론’을 주장하며 세몰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애매한 건 김근태 의장이다. ‘통합’을 공통분모로 실용파와 한 배를 탔던 김 의장은 당의 구도가 양분되면 선택을 강요받을 공산이 크다. 실용파와 함께 하기엔 통합의 명분이 약하고, 친노파와 몸을 섞기엔 정서적 거리가 너무 먼 김 의장은, 자신이 중심이 돼 양분된 당을 묶어세울 힘이 없다.

    앞으로 여당의 세력 판도는 ‘호남/실용’세력과 ‘영남/개혁’세력이 길항하는 가운데 김근태 의장을 비롯한 재야파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호남 출신이면서도 개혁적 성향이 강한 천정배 의원 등이 가세하면서 한층 복합적인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세력 판도에 대권 레이스가 어떻게 포개지느냐도 관심거리다. ‘고건 카드’를 상실한 여권이 대선 후보를 키우는 방법은 둘 중 하나다.

    먼저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법이 있다. 정운찬 전 총장, 문국현 사장, 박원순 상임이사 등이 대상이다. 이들은 정치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이 없음을 밝히고 있지만 고 전 총리의 중도 하차 이후 이들에 대한 필요성과 구애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내부에서 인물을 키우는 방법도 있다. 무한경쟁 체제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을 대선후보로 고르는 방식이다.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의원, 정세균 의원, 김혁규 의원, 김두관 전 최고위원 등이 거의 동일한 출발선에서 각개약진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고 전 총리의 중도하차는 여당에겐 분열과 무한경쟁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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