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불법 시위” 비난
    김예지, 장애인 시위 참여하고 사과
    장애인 권리예산 요구 지하철 시위, 사회 쟁점화
        2022년 03월 28일 05: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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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동권 등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출·퇴근 지하철 시위를 벌이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을 ‘비문명적인 불법시위’를 하는 단체로 몰아세우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이러한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전장연 시위에 직접 참여해 무릎 꿇고 사과했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서도 이 대표의 혐오 조장 정치를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는 28일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전장연이라는 단체는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인 관점으로 불법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SNS에 연일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한 맹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각종 단체들이 집회와 시위를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시장이 있을 때는 말하지 않던 것들을 지난 대선기간을 기점으로 윤석열 당선인에게 요구하고 불법적이고 위험한 방법으로 관철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또 오세훈 서울시장이 엘리베이터 설치를 약속하고, 국민의힘이 대선 기간에 저상버스 확대 공약을 발표했다고 언급하며 “그럼에도 서울시민의 출퇴근 시간을 볼모 잡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해당 단체의 요구사항은 이동권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운영예산과 탈시설예산 6,224억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전장연은 조건을 걸지 말고 현재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의 시위를 중단하시라”며 “선량한 시민 최대다수의 불편을 야기해서 뜻을 관철하겠다는 방식은 문명사회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전장연 시위에서 무릎 꿇고 사과
    “공감하지 못하고, 적절한 단어 사용으로 소통하지 못해서 죄송하다”

    이 대표가 전장연의 시위에 대한 날선 발언을 이어가던 시각, 국민의힘 소속 김예지 의원은 전장연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 참여에 앞서 김 의원은 “저는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여러분과 어려움을 함께 공감하는 시각장애인”이라며 “그동안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은 문제를 혐오의 눈초리까지 감수하면서 대변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큰 사고나 중상을 당해야 언론이 주목하고, 정치권은 언론이 주목해야 관심을 가진다. 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전장연 라이브영상 캡처

    김 의원은 “헤아리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고, 적절한 단어 사용으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린다”고 말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이어 “여야를 막론하고 장애인 이동권, 시민의 편리를 위해 법을 개정하고, 법을 만들고 정말 많은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잘못된 표현을 통해서 각자의 입장을 조정하고 조율하기보다는 한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통해서 주목을 끄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한 이 대표의 원색적 비난을 김 의원이 대신 사과한 것이다.

    김 의원은 “저는 인수위원장도 아니고, 당선인도 아니고, 당대표도 아니다. 하지만 대신해서 여러분께 사과드리고 이로 인해 여러분의 집회를 불편하게 보는 국민들께 어떻게 하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지 조정하고 조율하는 노력을 통해 우리가 말로만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만 국민의힘이 아니라 진짜 여러분의 힘이 되고자 한다”며 “인수위에 여러분의 입장을 설득하고 잘 전달하겠다. 장애인 권리 보장 예산이 원하는 대로 100%는 아니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알리고 설득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출근길 불편함을 토로하는 국민들께도 죄송하다. 정치권에서 하지 못한 일 때문에 여러분이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이 편해야 모두가 편해진다. 유아차, 휠체어 어르신들도 함께 이용하는 장애인 편의시설이다. 조금만 더 넓게 생각해주시고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 함께 해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계속해서 목소리를 전달하고, 갈등 조장하는 게 아니라 갈등을 조율하기 위해 경청하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대표단회의 전원, 이준석 규탄 “연이은 혐오정치…절망감 느껴”
    민주당 이상민 “나이만 젊으면 뭐하나, 인성교육 받으시라”

    정의당은 이날 오전 대표단 회의 참석한 당 지도부 전원이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무분별하게 비난하는 이 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성장애인 인권운동단체인 ‘장애여성공감’을 창립한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대선기간 내내 젠더 이슈를 가지고 남성과 여성을 갈라치면서 갈등을 조장하더니, 이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면서 혐오를 선동하는 정치를 하는 모습은 깊은 우려를 넘어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배 부대표는 “지하철 시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교통약자법 개정이 통과된 내용 중에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운영예산 국비편성 의무 조항을 기재부가 반대해 임의조항으로 수정되었기 때문”이라며 “전장연은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누구도 책임있는 답변을 한 적이 없었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인수위 앞으로 찾아가 답변을 듣고자 했지만 윤석열 당선자는 답변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님, 부디 차별의 구조에 놓인 시민의 삶에 공감하고 협의하고 조정해 나가는 정치를 해주실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여영국 대표는 “이준석 대표 자신은 여성 혐오자도, 장애인 혐오자도 아니라며 강변하지만 실상은 약자에 대한 혐오를 동원해 시민들을 갈라치기하는 혐오 정치인”이라고 규정하며이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여 대표는 “장애인들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는 억지 부리기 위함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장애인 이동권 예산, 교육권, 탈시설 등 장애인권리 예산 약속을 지켜달라는 것”이라며 “장애인들의 시위를 멈추게 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확고한 해결 의지와 눈 맞춤이다.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원회의 책임 있는 태도와 답변을 하라”고 촉구했다.

    배진교 원내대표도 “(전국) 저상버스 도입률이 30%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장애인 전용 콜택시는 평균 대기시간만 50분이다.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망 사고에서도 확인했듯이 장애인들에게 이동권은 단순히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배 원내대표는 “차기 여당 대표라면 장애인들의 울분 섞인 몸부림이 입법 부족, 정치 부재에서 온 것은 아닌지 자성하며 대책을 내놓는 것이 마땅하다”며 “사회적 약자들이 마지막 발언 수단으로 불가피하게 시위를 선택하는 것을 소구력 여부 정도로 판단하며 2등 시민 취급하는 행태는 심히 유감”이라고 질타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리 나이 젊어야 뭐하나. 기본 바탕이 퇴행적이고 엉망이다. 인성교육부터 먼저 받으시길 강력히 권한다”고 비판했다. 뒤이어 장애인 단체 시위를 반문명적이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서도 “자신이 얼마나 반문명적 관점을 드러내고 있는지, 아픔과 고통을 호소하는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잔혹한 망언을 하는 것인지 돌아보시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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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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