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룡, 전두환 세배 의도된 이벤트?
        2007년 01월 06일 02: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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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원희룡 의원이 연초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세배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반면 뒤이어 전 전 대통령을 찾은 이명박 전 시장은 “황금돼지 한 마리 잡았다”는 덕담을 받은 일이 부각 보도됐다. 같은 물건을 판 두 주자의 이득과 손실이 판이하다.

    원희룡 의원은 ‘황태’ 선물에 담긴 동서화합의 의미를 강조했지만, 당 안팎에서 ‘미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의도된 이벤트’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벤트라 해도 별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는 평이다.

    원 의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 세배하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비난글로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추악한 정치모리배의 굴신”이라고 혹평했다. 급기야 원 의원은 “아직 역사의 상처가 살아있는 사람들이 받을 마음의 아픔을 생각하면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며 사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하지만 원 의원은 “정초가 아니었다면 세배할 일도 없었다”며 전두환에 절을 한 사진이 부각된 탓을 들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방문이나 동서화합 요청 등 취지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원 의원의 측근인 김명주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먼저 찾아뵙고 전 전 대통령을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순서를 탓하기도 했다.

    원 의원에 대한 비난여론 직후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았다. 이 전 시장은 이미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방문하고 온 터였다. 그리고 세배도 없었다. 이 전 시장측은 “이미 잡혀져 있던 약속이었다”며 “다른 전직 대통령에도 세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언론은 전 전 대통령의 ‘돼지 한 마리’ 덕담을 부각했을 뿐이다.

    원희룡 의원과 가까운 남경필 의원은 절하는 사진, 전직 대통령 방문 순서, 그리고 386 출신 성향 등이 원 의원에 대한 비난여론에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레디앙>과 통화에서 “원희룡 의원에게 우리가 옛날에는 비판을 많이 하던 입장이었는데 책임 있는 자리로 갈 때는 말씀, 몸가짐 하나하나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교훈을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소장파인 진수희 의원은 “본인을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좋지 못한 행보였다”며 “원희룡이 어필할 수 있는 중도개혁세력을 생각한다면 그런 행동이 나올 수 없다”고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 역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아가기로 판단한 것은 성급했고, 사과한 것은 조급했다”고 미숙함을 지적했다. 그는 “원 의원 때문에 대선후보들의 전직 대통령 방문이 정치적인 지분 때문인 것으로 도매금으로 비쳐져 다른 후보들도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는 옹호 발언 하나 내놓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물론 원희룡 의원의 전두환 전 대통령 세배가 ‘의도된 이벤트’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당의 다른 대선주자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하던 원 의원이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세배와 사과 기자회견으로 연이틀 언론의 조명을 크게 받아 사실상 이득이라는 주장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먼저 가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방문하는 게 순서라는 걸 몰랐을 리 없다”며 “의도적으로 전 전 대통령 순서를 먼저 넣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방문, 시계를 강조한 것처럼 국민들도 다 아는 정치쇼”라며 “하지만 2% 대 지지율에서 무슨 영향이 있겠냐”고 평가절하했다.

    한편 원희룡 의원의 전 전 대통령 세배를 평가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시선을 끈다. 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원희룡 의원의 행동이 ‘적절치 못했다’는 응답이 56.7%였던 반면 ‘전임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30.9%였다. 절반 이상이 적절치 못했다고 평가한 것.

    하지만 이 결과에 대한 여론분석 전문가의 해석이 재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7:3 이나 8:2로 일방적으로 나온 게 아니고 기본적으로 평이한 결과”라며 “여론 흐름에서 원 의원 행동 자체가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원 의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세배를 혹 ‘이벤트’나 ‘정치쇼’ 차원에서 의도했다 해도 “별 성과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한나라당 의원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을지는 모르지만 그것보다 손해가 훨씬 컸다”며 “집토끼, 산토끼를 다 놓쳤다”고 평했다. 미숙했건, 의도했건 이번 전 전 대통령 방문이 대선은 물론 차차기를 노리고 있는 원 의원에게 이래저래 손해가 됐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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