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김혜경 논란 사과
    “감사기관에서 진상 규명”···비판 확대
    “직접 관여 안 해”, “공무원 몸종 취급”, “내로남불”
        2022년 02월 03일 02: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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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공무원·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야당들이 수사를 촉구하는 등 비판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이재명 후보는 3일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 진상을 밝혀주기 바란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저의 배우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더 엄격한 잣대로 스스로와 주변을 돌아보려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자랐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저와 가족, 주변까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법인카드 사적 사용 의혹에 대해서도 “보도된 내용을 포함하여 도지사 재임 시절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이 있었는지를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 진상을 밝혀주기 바란다. 문제가 드러날 경우 규정에 따라 책임지겠다”며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했다.

    전날 김혜경 씨고 입장문을 내고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다.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 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배씨도 민주당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A씨에게 요구했다”면서 “이 후보를 오래 알았다는 것이 벼슬이라 착각했고,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약 대리처방에 대해선 본인이 복용할 약이었으며 음식 배달 등 심부름에 대해선 “아무런 지시 권한이 없었고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A씨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다”며 본인 스스로 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8일 SBS는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있던 시절에 김혜경 씨가 경기도청 공무원을 개인 비서처럼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 제기 당사자 A씨는 이 후보가 지사직을 할 때 의전 업무를 위해 채용된 별정직 공무원으로 비서실 소속의 7급 주무관이었다. A씨는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5급 사무관인 배모 씨의 지시를 받고 김혜경 씨의 약 대리 처방·수령, 음식 배달, 옷장 정리 등 개인 심부름을 했다고 밝혔다. 뒤이어 TV조선과 채널A도 배씨의 지시에 따라 A씨가 이 후보의 아들 퇴원 수속을 대신 해주거나, 코로나 문진표를 대리 작성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전날인 3일 KBS는 김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장을 보는 등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배 씨의 지시를 받아 소고기 안심을 구입해 이 후보의 자택으로 배달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때 A씨는 개인 카드로 고기값을 결제한 후 이튿날 다시 식당을 찾아 카드 결제를 취소하고 경기도 법인카드로 재결제했다. 이 후보의 공식 행사에 쓰인 돈인 것처럼 시간과 금액을 맞춰 ‘카드 바꿔치기’를 했다는 것이다.

    정부 지침상 지방자치단체장 배우자의 사적 활동에 공무원 수행이나 의전 지원을 금지하고 있으며, 지자체의 법인 카드는 업무자의 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 공휴일이나 주말, 비정상 시간대 사용 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민주당 “후보와 배우자, 직접 관여 안 해”

    이와 관련해 이 후보가 직접 사과에 나섰음에도, 민주당은 배씨와 A씨 간의 문제라며 이 후보와 김씨가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나 김 씨의 지시가 없었음에도 배씨가 과잉충성을 해 A씨에게 무리한 지시를 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박찬대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약 대리 처방·수령 의혹에 대해 “(이 후보와 김 씨가) 직접 관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텔레그램 메신저에 ‘사모님 약처방을 받아 쇼핑백에 넣어서 댁에다가 걸어라’라고 배씨가 지시하고 사진까지 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배씨가) ‘늦은 결혼과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로 남몰래 호르몬제를 복용을 했다’는 입장문을 발표를 했다”며 “배 씨와 A비서 사이에 있었던 부분이기 때문에 사실 관계와 진위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법인카드로 사적 이용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좀 더 파악해 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며 “일단은 후보와 배우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배 씨와 A 씨 사이에 입장을 진위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김씨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검찰 수사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김건희 씨 수사부터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며 “총장 부인이 (어떻게) 현직 검사장을 상대로 반말식으로 ‘이렇게 거기 갖다 줘’라고 하나”, “자연인 김건희 씨가 어떻게 현직 검사장과 사적으로 통화를 하나”라고 응수했다.

    국힘 “김혜경 방지법 나와야”, 정의당 “사법적 사안…엄정 수사 촉구”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 7시간 통화 논란으로 방어전을 폈던 국민의힘은 김혜경 씨 관련 논란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할 공무원에게 몸종 부리듯 갑질을 했다니 김혜경 방지법이라도 나와야 할 것 같다”고 질타했다.

    권 본부장은 “제보자의 상관이었던 배 모 씨는 민주당 선대위를 통해서 누가 봐도 황당하기만 한 거짓 입장문을 내놨고 기다렸다는 듯이 김혜경 씨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발뺌용 사과문을 발표했다”며 “범죄 은폐, 축소 조작에 민주당 선대위 전체가 개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본질은 권력의 사유화”라며 “(A씨가 대리 처방한) 약 이름이 리비알(폐경 치료제)인데 배 씨는 결혼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본인과 상관이 없는 약”, “해명도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명이 공적 권력, 대통령 권력을 가지기에는 너무 부적절하다”며 “권력을 사적으로 활용하는 습성이 든 사람들 아니냐, 그런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도 했다.

    정의당도 김 씨의 공무원·법인카드 사적 이용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동영 정의당 선대본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이번 사안은 단순히 정치적 사과나 셀프감사로 끝날 일이 아니다. 약 대리처방이나 법인카드 사적 유용은 명백한 사법적 사안”이라며 “의료법, 횡령·배임, 지방재정법 위반 여부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가 말씀하신대로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공정한 규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위해 다른 후보들에게 들이댔던 잣대가 휘지 않기를 바란다”며 “내로남불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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