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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파로 사는 것도 괜찮습니다
    [책소개] 『슬기로운 좌파생활』(우석훈/오픈하우스)
        2022년 01월 22일 0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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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만원 세대』로 우리 사회에 ‘세대론’을 불러일으킨 우석훈이 좌파 에세이 『슬기로운 좌파생활』로 돌아왔다. 우리의 교육 구조가 만든 집단 좌절을 체감하는 중2와 진보 성향의 엄마의 부조화, ‘너도 페미냐?’라는 문장에 담긴 남혐과 여혐, #숏컷 #멸공 으로 회자되는 시대착오적인 남성 근본주의(male chauvinism)…… 왼쪽으로 가는 젊은 여성과 오른쪽으로 향하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이 시대를 구성하고 있다.

    이 혼돈의 시대에 우석훈은 단호히 말한다. 보수와 진보 모두 한국 청년들이 겪고 있는 젠더 전쟁에 관심 없다고, 보수는 청년의 절반인 남성 표를 가져오기를 바랄 뿐이고, 진보는 보수가 기이한 방식으로 ‘선빵’을 날리면 그 뒤에야 움직일 뿐이라고 말한다.

    우석훈의 해법은 ‘좌파’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남녀 문제는 소득격차를 넘어 자산격차로 심화된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생기는 다양한 갈등 현상이기에 ‘모든 사람들은 동등하게 중요하며, 삶에 있어서 같은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평등주의자(egalitarian)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젠더, 여성, 교육, 자본주의, 청소년, 노조, 카피레프트, 탈코르셋, 인공지능…… ‘상냥하고 명랑한 좌파’로 늙어가고 싶다고 고백하는 우석훈은 진보와 보수의 낡은 ‘정치’에서 벗어나 ‘생활’이라는 일상의 실천으로 옮기자고 권한다. 그리고 좌표의 중심을 ‘청년’에 둔다. 비록 소수파이지만 취미 생활로 좌파 활동을 하는 청년들이 한국 사회의 최전선이 될 것이라고, 한국의 새로운 미래는 여기에서 시작될 거라고 말한다.

    지금이 2022년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해시태그(#)가 온라인 공간을 떠돌고 있다. 이게 뉴스거리가 될까 하는 뉴스가 스마트폰을 뒤덮는다.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의 ‘숏컷(쇼트커트)’을 본 남초 커뮤니티 유저들은 갓 스물의 여성이 짧은 머리를 한 건 분명 ‘탈코르셋’일 거라고 확신했다. 글과 댓글은 순식간에 불어났고, ‘안산=페미니스트=남혐’ 공식이 만들어졌다. 우리 언론은 성대결, 젠더 갈등, 페미니스트 논란으로 이름 붙여 ‘클릭 수’ 늘리기에 급급했고, 다수의 외신은 이 풍경을 두고 ‘온라인 학대’라고 이름 붙였다. 어느 유통 대기업 재벌 3세는 ‘멸공’(공산주의 세력을 멸함)이라는 70년대 냉전 용어를 다시 써먹고, 야당 대선 후보를 비롯한 국회의원들은 멸공(멸치+콩) 인증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시대를 읽는 독법은 여럿이다. 옹호와 비판, 지지와 불매 운동이 공존한다. 그중에서도 우석훈 식 독법이 도드라진다. “지금 한국의 일부 남성들의 ‘여성 특혜’에 대한 주장이 지나치게 강화되면 그건 ‘전도된 메일 쇼비니즘(male chauvinism)’이다. 모든 이념은 적당히 해야지, 너무 강해지면 그 자체로 쇼비니즘이 된다.” 그의 새 책 『슬기로운 좌파생활』에 나오는 구절이다.

    일베 놀이, 메일 쇼비니즘
    한국 자본주의가 만든 불평등이 만든 코미디

    한국의 일부 ‘이대남(20대 남성)’은 왜 자꾸만 오른쪽으로 가는 걸까. 남자가 여자보다 더 강하고 더 우수하다는 남성 우월주의도 문제인데, 여성들에게 빼앗긴 기회를 회복하자는 전도된 의미를 당연한 듯 사용하고, 거기에 ‘공정’이라는 개념까지 끌어다 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석훈은 경제학자다. 그는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우경화 현상은 “한국 자본주의가 만든 불평등이 격발시킨 코미디”라고 단언한다.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문화, 기술의 전통적인 엔사이클로피디어와 지금-여기의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최신의 위키피디아가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갖가지 사례로 우리를 이끈다.

    한국 자본주의 불평등은 그의 책 『88만원 세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우석훈은 『88만원 세대』를 내놓아 시대를 평정했다. 20대의 95퍼센트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 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퍼센트를 곱한 ‘수치’ 안에서 우리는 2010년대 한국 사회를 예감할 수 있었다. 세대를 수식하는 단어는 이전에도 적지 않았지만, 세대 관찰자는 물론 세대 당사자들이 고개를 주억거린 담론은 처음이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우리 사회에 온갖 ‘세대론’이 쏟아졌다. 88만원 세대는 N포 세대를 거쳐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가 되었다.

    MZ세대와 윗세대를 가른 분기점은 1997년 외환위기라는 게 정설이다. 누구나 한 번쯤 들었으리라. 보수 정당이 자초한 국가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진보정당, 아니 덜 보수적인 정당이 선택한 모델은 아이러니하게도 ‘신자유주의’였다. 정치는 사법기관에 종속되고, 경제부처와 관료가 지배 권력을 쥐었다. 금융이 경제를 이끌고, 세계화가 시대정신이 되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분법을 낳았다. 양극화와 불평등이 시대정신이 되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한국의 30대는 신자유주의가 자리 잡은 한국 사회에서 성인이 되었다. 이제는 586이 되어버린 386세대와 그 아래 포스트 386세대는 국가의 정치적·경제적 체제를 고민했지만 밀레니얼세대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상황이 나아져서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대안 없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윗세대에게 부정적이었던 경쟁과 효율성은 MZ세대에겐 피할 수 없는 삶의 필수과목이 되었다. 88만원 세대는 불평등을 받아들이며 삶의 요소를 하나씩 포기하는 N포 세대가 되었다. 반대급부로 젠더, 공정, 정의가 도드라졌다. 어떤 M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정체성을 활용해 세대론을 극복하려 했다. 밈(meme·인터넷 유행)과 ‘취향 존중’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다른 세대가 들어올 수 없는 그들만의 취향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소셜 미디어를 타고 공유되었다. 사교육(학원)에서부터 각자도생을 체득한 청년들은 ‘일잘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주식과 코인에 올인하고 있다. 『아침형 인간』은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로 앞당겨졌다. 그리고 코로나19를 맞이했다.

    우석훈에게도 ‘청년’은 핵심 주제다. 그러나 우석훈의 ‘청년론’은 세상의 그것과 확연히 달라서 청년들을 향한 기성세대의 시대착오적인 구애와 선을 긋는다. ‘청년간담회’를 열어놓고 스피커폰으로 인사한 대선 후보와 청년세대의 지갑을 열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플랫폼 기업과 해시태그 놀이에 심취한 어느 재벌 3세와 확실히 다르다. 우석훈은 ‘좌파’라는 새로운 세대론에서 ‘변화’라는 정수(essence)를 포착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의 각 영역에서 MZ세대가 핵심어가 된 이유는 지금 우리 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청년들에게 ‘좌파’라는 삶의 양식을 건넨다. 생활과 취미로 ‘좌파’를 장착한 청년들에게 다음 시대의 주역이 되어달라고 바통을 넘긴다.

    좌파로 사는 것도 괜찮습니다
    잠깐, 좌파라고?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고, 좌파라고? 요즘 누가 좌파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조선의 마지막 빨갱이’로 불리는 우석훈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자칭 ‘보수’ ‘진보’ 양당이 자본주의 앞에 사이좋게 타협하는 한국 사회에서 저자는 좌파인 스스로를 ‘멸종 위기종’이라고 태연히 객관화한다. 그리고 딴청을 피운다. 결혼은커녕 연애도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이 시대에 청춘들이 보수에 투표하건, 우파가 되건, 극우파가 되건 무슨 상관이랴? 그러면서도 시대착오적인 젠더 갈등과 오역(誤譯)되어 사용되는 공정 담론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며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상황을 ‘자본주의’에서 벌어지는 논쟁과 싸움으로 요약한다. 좌파는 멸종 직전일지 모르지만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좌파는 영원할 거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좌(左)밍아웃’한다. “저는 좌파인데요.”

    『슬기로운 좌파생활』은 좌파가 없는 자본주의라는 황망한 현실을 버텨온 우석훈의 홀로서기다. 그는 홀로 읊조린다. 자본주의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누가 누구를 이긴다고 끝나지 않는다고, 그러니 진보/보수라는 틀로 움직이지 말고 ‘좌/우’라는 틀 안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바라보자고. 진보 성향의 엄마와 10대부터 ‘여혐’ 성향을 보이는 아들 사이의 갈등, 특목고 트랙과 일반고 트랙이 한국 사회에서 최초로 분리되며 발생하는 중2병, 썸 타기․모태 솔로․데이트 비용 논쟁․데이트 폭력, 비연애․비성관계․비결혼․비출산, 전 세대보다 가난한 20대와 그보다 더 가난한 10대가 보수로 향하는 시대의 퇴행…… 그가 한국 자본주의의 후미진 곳에서 시대와 불화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한 문제의식은 스타일리시하고 매력적이다. ‘구조를 벗어나는 힘’이라는 본래 의미를 대입시키면 단연 힙(hip)하다.

    우석훈의 ‘명랑하고 상냥한’ 좌파 에세이 『슬기로운 좌파생활』을 미리 읽은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은 “‘엄마 페미야?’라는 말에 다리가 풀린 이들을 위한 처방전”이라고 권하고, 정의당 국회의원 장혜영은 “미래 좌파의 새로운 스타일”이라고 칭찬했다. 이제 당신의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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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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