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자' 유권자는 특별하다?
    ‘코로나 버블’의 불안과 위태로움
    [정의 경제] 거대양당 후보들 새해 첫 일정은 증시
        2022년 01월 05일 09: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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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력 대선주자들 새해 첫 인사는 투자자들에게

    2022년 새해 들어 매우 이례적인 행사가 눈에 띄었다. 사실상의 대선 경선이 한창인 가운데, 거대 양당 유력 대선주자들 모두가 새해 첫 방문지로 증권거래를 총괄하는 한국거래소의 신년 개장 기념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천만에 달하는 ‘동학 개미’ 주식투자자들에 대한 표심 구애 행보라고 언론들은 입을 모았다. 일하는 시민이 아니라 투자하는 시민들이 기득권 정치인들에게 가장 소중한 표심이 된 것이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이미 지난해 ‘주가 5000’을 전망하면서 부동산 투자 말고 주식투자를 권유하는가 하면, 증권경제 전문 유투브 채널인 ‘삼프로TV’에 출연해서 자신의 투자 경험까지 공개한 바가 있다. 선거대책본부가 극도의 혼란에 쌓여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모든 일정을 취소하면서 내분을 수습해야 하는 다급한 처지였지만 거래소 개장식에는 참석했다.

    도대체 유력후보들은 시민 유권자도 아니고 노동자 유권자들은 더욱 아니고, 특별히 ‘투자자’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데 왜 이토록 공을 들이는 것일까? 과연 평범한 시민들의 미래는 올해 전개될 주가에 달려 있을까? 불안정하기 그지없는 노동시장을 기웃거리는 것보다, 차라리 빚을 얻어서라도 주식투자와 코인투자를 하는 것이 개인의 미래 삶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란 것인가? 심지어 부동산 투자는 지탄받을 일이지만 증권투자는 칭찬받아 마땅한 일인가? 미래 한국정치는 ‘동학개미’들에 의해 좌우될 운명인가?

    주식투자는 손실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모험투자

    자본조달 관점에서 볼 때 기업들은 은행이 제공하는 차입시장, 회사채를 발행하는 채권시장, 그리고 주식을 공모하는 주식시장을 통해서 기업운영과 시설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경제가 선진화될수록 은행차입 같은 간접금융보다 주식발행을 통한 직접금융이 더 활성화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코스피, 코스닥은 물론 코넥스까지 포함해 봐야 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2,500개를 넘지 않는다.

    이처럼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들은 사실 알려진 것보다 많지 않고, 수만개의 대부분 기업은 여전히 은행대출을 중요한 자본조달 통로로 이용한다. 또한 820여개의 상장법인 시가총액이 2,100조원을 넘는 규모로 커졌다고는 하지만, 지난 연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1개 기업이 무려 1/4에 해당하는 530조원을 차지할 정도로 증권시장의 편중성은 엄청나게 강하다. 종합주가지수는 삼성전자 주가가 거의 좌우할 정도인 것이다.

    특히 새롭게 증권시장에 진입하는 기업공개(IPO)나 기존기업 유상증자 등을 제외하고는, 증권유통시장에서 매매가 아무리 활발하게 일어나도 그것은 증권투자자들 사이의 손바꿈이지 기업으로 자본이 흘러가는 것은 전혀 아니다. 심지어 기업들이 주가를 지탱하려고 자사주 매입을 하는 경우는 기업의 자금이 거꾸로 증시로 흘러가게 된다.

    이제 자본을 조달하는 기업이 아니라 투자하는 입장에서 선택지를 보자. 가장 안전한 예금과 적금이 있고, 여전히 원금손실이 없는 채권투자, 그리고 자산운용사들의 포트폴리오 투자에 의지하는 펀드투자가 있다. 한편 손실을 감수하는 모험투자로서 주식직접투자, 파생상품 투자, 그리고 부동산 투자까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 모든 시장은 다 나름의 의미와 역할이 있으며, 정부는 제도와 감독을 잘 세팅해서 건전하고 안정된 자본시장이 정치 사회적 불확실성 없이 작동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자본시장에서 정보공개를 확실히 하고 시세조작이나 분식회계등을 엄벌하며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볼 때 주식투자는 원금손실을 감수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위험자산 투자에 속한다는 것이다. 특히 증권시장은 상당한 정보 비대칭성과 위험감수능력, 리스크 분산능력에서 차이가 나는 대표적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따라서 기관이나 외국인들과 경합하면서 일반 시민이 직접투자를 한다는 것은 더욱 위험도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 많은 이들은 저금리 시대에 증권투자의 높은 수익률만 강조할 뿐 그에 상응하는 높은 위험도는 잘 말하지 않는다.

    순식간에 경제규모를 추월해버린 주식시장

    이제부터 본론에 들어가보자. 많은 이들은 현재의 주식시장 활황이 아주 자연스러운 경제현상이라고 착각한다. 심지어 이재명 후보는 한국 증권시장이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어 당장이라도 코스피 지수가 4500을 넘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주가수익률(PER) 등 다양한 기준으로 적정주가를 거론하지만 실상 모든 금융시장에서 적정수준을 아는 사람은 없다.

    확실한 것은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3월부터 전염병의 세계적 확산과 실물경제의 붕괴 와중에 급작스럽게 상승하기 시작한 최근 주식시장 활황은 아주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은 지난 10여년 가까이 대체로 전체 경제규모의 80퍼센트 정도 수준으로 유지되어 왔다.

    그런데 전염병 확산으로 실물경제가 망가진 것과 정반대로, 주식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최근 2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코스피는 3000, 코스닥은 1000을 돌파하면서 주가지수는 저점 대비 2배 이상 급등했다. 그 결과 시가총액이 실물경제규모를 일거에 뛰어넘어 GDP의 1.2배까지 불어나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코로나19 기간 와중에 GDP 규모를 뛰어넘은 것은 주식시가총액과 함께 가계부채총액이었는데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가히 ‘코로나 버블’이라 할만 하다.

    설사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주식이 저평가되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적어도 단기적으로 볼 때 2000년 IT 버블 직전, 그리고 2007년 거품 직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코로나19 국면에서 단기적인 주가 폭등이 발생한 것은 분명하다. 2020년 폭등 국면이 비록 2021년 다소 진정세를 보였다고 해도 여전히 짧은 기간 폭등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증권가 인물들도 아니고 책임 있는 정치가들이 현재 주가가 다시 50퍼센트 이상 더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를 부풀리는 것은 어떤 점에서도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근거 없는 기대를 부풀리기보다는 과열과 투기조짐을 경고하면서 시민들의 자산손실위험을 상기시키는 것이 더 적절한 태도가 아닐까?

    개인이 위험을 떠안고 있는 주식시장

    특히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최근 주가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흔히 ‘동학개미’로 지칭되는 개인들이다. 2020년부터 증권시장에 ‘코로나 버블’을 주도한 것은 완벽히 개인들이었다. 지난 2020년 개인들은 총 60조 이상, 2021년에는 무려 73조 가량을 순매수했다.

    반면에 외국인은 줄기차게 주식을 팔아치운 결과, 코로나 이전의 주식소유 비중 33퍼센트에서 최근 29퍼센트 수준까지 떨어졌다. 기관들 역시 지난해에만 41조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웠다. 기관들 가운데 그나마 국민연금은 순매도를 적게 한 편이다.

    우리 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 규모는 수십 년 동안 대체로 500~600만명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에만 300만 명 이상이 새로 증권시장에 들어왔고, 2021년에도 상당한 시민들이 증권시장에 뛰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이 주식시가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까지 대략 24퍼센트에서 지금은 28퍼센트를 넘어가고 있다. 그 결과 주식투자인구 1천만 시대가 되었고 정치인들이 새해벽두부터 증권거래소 문을 두들려야 했던 것이다.

    이 얘기는 현재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인구의 거의 50퍼센트 가까운 투자자들은 투자경험이 고작 1~2년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연령대에서도 20대가 12퍼센트, 30대가 약 2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 안정이 부족한 2030세대가 전체 개인투자의 1/3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명한 조언자라면 이례적 과열장에서 정신없이 주가를 추종하던 초심 투자자들에게 주가 5,000간다는 기대를 함부로 부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덧붙여두면, 국내증권투자보다 정보도 더 적고 그만큼 위험성도 더 큰 해외투자, 흔히 ‘서학개미’라고 불리는 투자가 코로나 이전에 비해서 무려 5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과열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 10월 말 기준 예탁결제원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해외주식투자 잔액은 약 680억달러인데 이중 개인투자자 비중이 80퍼센트 이상 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죽하면 증권연구원의 한 연구자는 우리 개미투자자들이 해외주식투자를 국제적 위험분산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투자의 일환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개인투자자의 경향이 크다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2020년 현재 금융자산 구성 가운데 주식자산 비중이 20퍼센트 가까울 정도로 미국을 제외하면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할 정도가 되었다.

    노동시장에서 얻지 못하는 소득을 자본시장에서 얻을 수 있을까?

    1년 안에 끝날 줄 알았다가, 다시 백신이 나오면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상최대 확진자수를 연일 경신하면서 2022년 새해로 넘어왔다.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코로나19전염병의 엔딩을 장담하지 못한다.

    코로나19는 실물경제를 망가뜨렸고 특히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극도로 심화시킨 결과, 새로 생긴 많은 일자리들은 비대면 국면에서 팽창한 플랫폼 노동이었다. 그래서 플랫폼 노동 경험자들이 무려 220만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노동시장의 황폐화와 달리 자본시장의 극적인 과열이라는 뜻밖의 현상을 동반시켰다. 코로나19 전염병의 향배를 점치기 어려운 것처럼 누구도 증권시장의 갑작스런 팽창의 귀결을 알지는 못한다. 과연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코로나 버블로 진정될 것인가?

    확실한 것은 ‘거품은 꺼지기 때문에 거품’이라는 말은 언제나 진실이라는 것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위치는 어떻게 보아도 위험스러워 보인다. 노동시장에서 돈벌기 힘들다고 자본시장이 부족한 소득을 채워주지는 않는다. 자본시장은 훨씬 더 승자독식이 지배하는 위험한 정글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노동시장을 외면한 채, 새해부터 버선발로 자본시장의 참여자들을 찾아가 그들의 기대를 부풀리는 정치가들이 집권한다면, 앞으로 5년의 한국은 자산없는 이들에게 더 없는 불행이 될 것이다.

    * <정의로운 경제> 연재 칼럼 링크

    필자소개
    정의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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